2018.05.31
회사 앞에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체육관이 하나 있다. 한글로는 암벽등반이라고 할 텐데 실내에서 하고 암벽이 아닌 인공암벽을 이용하다 보니 암벽등반이라기에는 캐주얼하다. 물론 운동 자체는 전혀 가볍지 않아서 등반은커녕 인공 암석(홀드)에 올라가서 좌우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겨우 하나 있는 아들을 키운다고 생색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퇴근 후에는 운동할 시간이 여의치 않아 최대한 점심시간을 활용한다. 점심에도 이런저런 회식과 회의로 못가는 경우가 있지만 어떻게든 일주일에 3회는 가려고 노력한다. 거기에 주말에는 아들을 데리고 논다는 핑계로 하루씩 가려고 한다.
거기에 있으면 세상 쭈글이가 된다. 이제 시작한 지 겨우 한 달이 됐으니 초보인 게 당연하지만 같은 초보라고 하더라도 나보다 몇 수 앞에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초보단계만 넘어서도 나에게는 모두 벽 타기 전문가가 다람쥐처럼 이 벽 저 벽을 옮겨다는 것으로 보인다.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마디에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했으니 곧 나도 다람쥐까지는 아니지만 나무늘보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