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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Mar 12. 2017

[터키] 좁은 세상

2016년 03월 07일 회상

- Prologue -


언니야는 터키에 일주일 정도 먼저 가 있었다. 내가 회사 휴가 일정상 일주일 늦은 중국남방항공을 타게 되었다. 베이징에서 큰 비행기로 갈아타서 앉아있으니 내 옆으로 어떤 여자가 와서 앉았다. 수줍수줍 동양인 여자애 둘이 그 흔한 'hello'도 안 하고 쭈볏쭈볏 앉은 상태에서 비행기는 이륙했다. 


이륙하자마자 연속으로 시킨 맥주, 양주, 와인 덕에 나는 술에 취해 다섯 시간인가 그냥 뻗어있었던 것 같다. 내가 복도 자리였는데, 일어나서 보니 내 옆에 여자애도 자고 있더라. 

'화장실도 한 번 안 가나... 못 간 건가?? 그럼 조금 미안한데...' 싶던 차에 기내식을 한 번 더 주었다. 어떤 이상한 향이 나는 야채가 모든 음식에 들어가 있어서 너무 당황한 나는 옆에 여자애한테 이게 무엇인지 물었다.

"그거 샐러리야(celery)"

"아 세상에 이게 그 샐러리야?"




대만 국적의 그 여자애는 나와 동갑이었다. 대만 사람이라 중국 비행기를 탈 때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 여자애는 터키를 갔다가 이란 여행을 하러 간다고 했다. 내가 놀라며 이란은 위험하지 않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어색할 때 뒤적거리던 중국어로 가득 찬 이란 가이드 책을 보여주며 이런이런 사원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남자 둘, 여자 한 명의 동행을 구했다길래 속으로 이란보다 동행이 더 위험하면 어쩌지란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재밌는 사실은 뭐냐면, 동행을 구하던 와중에 같이 가게 된 남자아이가 나는 게이니 전혀 걱정 말라며 첫 소개를 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럼 정말로 걱정이 없겠다는데 우리는 동의했다.


여자애는 자신이 예술가라고 소개했고(artist), 꽤 괜찮은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좋은. 그 여자애는 자신이 직접 만든 엽서 명함을 줬다. 우유갑이나 종이 과자 팩을 뜯어서 안에 있는 하얀 빳빳한 종이에 사람들을 그려내는 그녀의 작업은 매우 개성 있고 재미있다. 여자애는 우리나라 80년대의 잠자리 안경을 꼈고, 키가 컸고, 긴치마를 입었고, 웃는 게 시원시원하고 이뻤다. 여자애는 터키에서 한 달, 이란에서 한 달 여행할 거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며 인사를 나누고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헤어졌다.


Wait, we should take a photo @ Goreme


언니야와 내가 터키에서 만나 여행 끝무렵 괴레메에 있을 때, 아마 괴레메 떠나는 날 아침이었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기념품을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비행기에서 만났던 그 여자애가 같은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너무 신기했다. 아마 일정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그 날 괴레메에 서로 있었고, 그 여자애는 동행들이 다 자고 있고 자기 혼자 아침 산책을 나왔던 것이다. 우리 셋은 서로 인사하고, 어쩌면 더욱 인상 깊은 이 만남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올 연초에 대만에 다녀오면서 여자애한테 연락을 할까 하다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껐다. 날 기억은 할까 싶기엔 서로 인스타 사진 좋아요 눌러주는 사이긴 하지만, 대만 여행은 동행도 있단 핑계로 일단은 접었는데, 다음에 우연히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느낌. 




그녀는 대만에서 점점 유명한 예술가가 되고 있다. 그녀를 응원하며, 

For those who want to see her work;

Facebook page @juihungniisheidi



by 꾸꾸까까세계여행.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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