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0일
[서핑]
정신을 차리고 바다를 보니 집채만 한 파도가 내 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보드는 옆에 둥둥 떠 있고, 머리끈은 실종된 지 오래고, 배고파서 제대로 서 있을 힘도 없는데, 저 파도를 맞으면 바닷물 한 사발 마시는 건 고사하고 정신없이 파도 싸다구를 맞을게 뻔하다. 하 진짜 파도는 미친 듯이 좋은데 겨우 보드에서 일어서면 파도가 다 끝나 있으니 서핑은 몇 초 서 있어보지도 못하고 패들링 하다가 진이 다 빠진다. 저 파도는 날 또 이리저리 휘감겠지. 그냥 내 몸을 바다에 맡기련다.
"Down!!! Down!!!"
누가 날 부르는 소리에 쳐다보니, 서핑 스쿨 아저씨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친다. 파도가 날 덮치기 직전에 숨을 몰아 들이마시고 바닷속으로 납작 엎드리면 그나마 보드에 부딪히지 않아 안전하다. 이번 파도는 연속으로 몰아치는데, 파도가 들락날락 거릴 때마다 내 긴 머리채도 얼굴을 함께 때린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바다 밖으로 일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내 얼굴을 뒤덮은 미역 줄기 같은 머리카락을 치워주면 바다는 다시 평온해져 있다.
서핑은 처음인데 또 두려움이 앞선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보드에 받혀 죽어버릴 것 같다. 보드에 일어섰는데 미끄러져서 파도 속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고, 패들링 해서 저 먼 바다로 나아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서핑 보드 한쪽을 손으로 움켜쥐어 들어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흥분의 연기가 올라오는데 얼른 바다로 나아가고 싶다. 내 손에 느껴지는 보드의 묵직함이 마음을 안정시킨다.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면 두려움에 상상 소설을 써나 가지만 막상 부닥치고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았다. 살며시 웃음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윤명해, 장진솔, 김지호는 벌써 바다에 둥둥 떠있다.
수영을 못하는 김지호와 장진솔은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었다. 아침에 바다 윤명해 선생에게 숙소 풀에서 수영 강습을 배웠는데도 거대한 바다와 발이 닿지 않는 깊이는 두려움에 몸부터 굳게 만들어 버린다. 인생이 장비빨이라는 장진솔은 구명조끼를 장착하자 두려움이 사라졌는지 곧잘 일어선다. 김지호는 삼십 분 만에 구명조끼를 벗어던지고 바다 위에서 마이 웨이를 걷는다. 윤명해는 나올 생각이 없다.
보드에서 미끄러질 것만 같았고 파도는 나를 떨어뜨리려 요동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신발과 몸은 보드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안정적으로 붙어있고, 파도는 마치 땅처럼 굉장히 단단하게 보드를 받쳐준다. 잠깐이지만 파도 위에서 해변을 향해 나아가며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데 그 기분이 굉장히 짜릿해서 광대가 스멀스멀 올라간다.
서핑을 가르쳐주시는 언클 네모(Nemo)는 얼른 패들링 해서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
"Are you okay? Are you ready?"
"Sure. So nice!!! yeah I'm ready"
+ 롬복 승기기(Senggigi) 서핑스쿨은 Nemo 아저씨네서: Nemo's Surf School
네 명 모두 서핑 초보였지만, 파도가 워낙 좋고 서핑 선생님들이 뒤에서 끊임없이 밀어주셔서 잘 뜰 수 있습니다. 비싼 서핑스쿨에 가 봤자 배우는 내용은 같습니다. 친절하고 재밌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네모 아저씨네로-
+ 파도 싸다구를 몇 번 맞고 내 머리끈이 실종되었다. 선생님께 혹시 머리 끈 있냐고 여쭤보자 "Oh~ Don't worry don't worry" 하시며 머리채를 래시가드 목 안으로 넣어주셨다. 디스커버리 래쉬가드 짱!
슬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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