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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Jun 03. 2019

[이탈리아] 혼자 여행하기

2015년 9월 27일 그날

어느새 내일이면 언니가 이탈리아로 온다.

혼자 여행한 지 일주일째, 피렌체로 날아오는 '꾸꾸 맞이하기' 여행기.




루카 여행기에도 적었듯이, 이탈리아에서 혼자 있은지 5일 차가 되었을 때부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상당해졌다. 원래 낯선 사람과 어울리면 상당한 시간을 홀로 있는데 투자해야 에너지가 회복되는 내 기질조차 혼자 길을 걷고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밥을 먹은 지 5일쯤 되니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돼 일부 비워줄 때가 왔다.


소도시가 매력적인 이탈리아는 특히 어둠이 내려앉으면 더욱 낭만적인데, 깜깜한 골목길 가운데 환하게 빛나는 노란 조명의 레스토랑, 노상 테이블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들을 보면 특히 더 그렇다. 그 사이에서 테이블에 홀로 앉아 정말 맛있는 파스타와 와인을 먹으면 말이다. 나 같은 사람도 사람이 고파지는구나 생각이 든다. 가족이던, 옛 연인이던, 나처럼 혼자 길을 걷는 사람이던, 이 밤과 음식과 와인의 풍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본성인 걸까, 간사한 걸까.

이기적인 걸까, 사실은 외로운 사람인 걸까.

막상 외롭고 사람이 필요할 때 전화 걸 수 있는 사람이 몇 떠오르지 않으면,

사랑하려 노력하지 않으면서 사랑받길 원하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아니야 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맘 다잡기.. 이게 웬 사족일까


언니를 만나기 하루 전 날.


Piazza del Campo, Siena, Italy


시에나(Siena, Italy)는 몬탈치노(Montalcino)로의 세 시간 트래킹을 하기 위한 출발점인 San Q'uirico d'Orica 정류장에 나를 내려줄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다. 피렌체 중앙역(Firenze S.M.N.)에서 REG 타고 한 시간 반 거리에 있으며 태양의 도시로 불린다. 하루 거쳐가는 중간 기착지라고 하기엔 중세시대 고딕 양식의 대리석 성당 건물이 아름다운 매력적인 이탈리아 소도시다.


캄포 광장에서 무대 설치와 리허설이 한창이다. 공연은 한참 후에 시작할 것 같은데, 내 앞에 서서 무대를 구경 중인 훈훈한 학생 두 명을 구경하느라 나도 한참 동안 공연을 구경하는 척한다. 해가 지고 날씨가 꽤 쌀쌀해졌지만 내가 공연을 계속 본 이유는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잘생긴 이탈리아 학생 두 명과의 로맨스를 상상하느라. 결국 그 누구와도 말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콩알 가슴은 결국 추워 호텔로 걸어 돌아간다.


다음 날은 새벽같이 일어나 체크아웃을 했다. 토스카나 트래킹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시외버스 터미널을 잘 못 찾아가는 바람에 무산됐다. 대신 산 지미냐노를 들렀던 그 1박 그리고 2일.


시에나 호텔방에선 내일 꾸꾸를 만난단 생각에 설레 하며, 혼자 비행기 타고 오는 언니를 걱정하며, 이것 저것 알아봐 주었다. 꾸꾸는 피렌체로 오기 위해 샤를드골 공항에서 노숙을 했다. 와중에 호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만든 이것.


시에나 호텔 방에서. 작은 베란다 밖으로 걸린 이탈리아 국기가 이뻤던 방.


한국에서 한 자루 들고 온 파란 볼펜. 잉크가 닳으면 어때, 마음 꽉 채운 엽서 한 장은


Firenze S.M.N.


다음 날 피렌체 중앙역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피렌체 중앙역에서 "출발(Departure)"이 아닌 "도착(Arrival)" 전광판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상당히 뿌듯하다. 소매치기 방지 스타일링이 나를 여행자에서 피렌체 동네 주민으로 기차역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소매치기 방지 스타일링

동네 주민인 척 츄리닝 입고 가방도 없이 주머니에 카드 하나 넣고 휘적휘적 걷기. 표정은 여유 있게.


She made it! @Platform, Firenze S.M.N., Firenze, Italy


너무 기뻐서 눈물이 찔끔!



그 날의 메모


시에나

태양을 닮은 도시는

태양이 많이 쬐어서 대리석에 이끼가 안 끼어서

이토록 하얗나 보다


매 시간마다 종이 울리면서

몇 시인지 가르쳐주는데

어떨 때는 그냥 지멋대로 울릴 때도 있는데

소리가 아름다워서 그냥

계속 울렸으면 해

프라하성에서 울렸던 종소리가 제일 이뻤어


오늘 시에나 호텔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

내일 볼로냐로 출장 간다길래 혹시나 했더니

세라믹 박람회에 가는 거라고

그래서 다시 볼로냐가 생각났어

근데 그 아저씨는 아파트 3일에 250유로로 빌렸대 전시회 가고 싶다 세라믹 좋아

캄포 광장에 조명이 꺼지면

별빛이 그 자릴 대신해주겠지


Dear Mama,

You will be want to live here if you were with me. Full of things that you are admiring of, it is a small city if calm and nature. You will raise grapes and olive trees here.


2시 25분 버스가

2시 25분이 되자

3시 25분으로 연착되더니 갑자기

2시 35분에 도착해서

지금 뽀지본씨에서 피렌체로 이층 버스 타고 가는 중!




by 꾸꾸까까세계여행.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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