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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at Fiction Nov 22. 2018

당신은 왜 밝은 이곳을 두고 어두운 곳에 계신가요

내 사랑의 촛불 

당신이 안절부절못하며 살리려는 초 대신
당신을 위해 꺼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밝은 이 쪽으로 와주세요 



제가 불어도 불어도 꺼지질 않죠

촛불인데 말이죠

비바람과 천둥번개와 태풍을 지나친 거 같은데

아직 불이 붙어있네요

신기하다 싶으시죠


근데

꺼지기 싫다 싫다 하며 뚫고 지나가 보니 

여전히 제 초가 켜져 있네요


저는 하나도 안 신기해요

제 의지대로 잘 지나쳤거든요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초를 가지고 계신데

혹시 이제는 언제 꺼질지 걱정이 되시나요 

생각보다 불멸의 초가 될 것 같은데요

아마도 손으로 짓눌러 끄시지 않는 이상은 꺼지지 않을 거예요

몸과 마음이 추우실 때 항상 따뜻하게 데워드릴게요 

어차피 촛불을 아무리 애지중지 잘 살린다고 해도

꺼질 애들은 다 알아서 꺼지잖아요


그러니까 초한테는 줄 수 있는 사랑이 없잖아요

꺼지지 않게 안절부절못하며 그러시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그냥 따뜻하게 당신을 밝히고 있어요 


지금은 촛농도 안 떨어지고 촛불이 흔들리지도 않고

올곧게 불이 붙어있는데

앞으로도 이러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안절부절못하며 살리려는 초 대신
당신을 위해 꺼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밝은 이 쪽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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