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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티칸 Jul 28. 2016

'마음의 범죄:1막'(1)

정리 시작

나의 고질적인 게으름 때문에 쓸 이야기가 많아진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주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게으름병이 또 도져서 이 연재를 끝맺지 못 한다면… 뭐, 어쩔 수 없겠지.



2016년 3월 초, 함께 ‘메소드 연기’를 공부해온 사람들을 급하게 소집(?) 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나에게 ‘메소드 연기’를 배웠거나, 배우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2015년 2월 ‘Studio사기꾼’을 처음 만들면서 생각했던 ‘공연’을 드디어 올릴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공연은 ‘메소드 연기’를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 연극’이다. 


‘메소드 연기’를 공부하면서 만들어진 내 나름의 의견은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연기의 대부분은 사실주의 연기라고 하기 어렵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와 ‘관객’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연기와 보고 있는 연기가 ‘사실주의 연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이 역시 내 나름의 의견이다). 어쩌면 ‘사실주의 연기’라는 것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태반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엇이 사실주의 연기고, 무엇이 사실주의 연기가 아니냐?’라는 것에 대한 내 의견을 이야기하려면 이 부분에 대해서만 아주 길고 긴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다루는 편이 좋을 것 같다(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난 많이 게으르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참으로 고맙게도 연출인 나와 배우 8명, 9명이 공연을 위해 모이게 되었다. 사실 우리에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예산은 ‘0’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참가하게 된 ‘청년예술 FESTA’에서 극장을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공연’을 올릴 기회가 생긴 것이고, 더욱이 유료 공연으로 티켓을 발권하여 생기는 수익을 아티스트에게 배분할 계획으로 짜인 시스템이었다.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쩌면 우리가 공연을 만들면서 생기게 되는 지출에 대해 ‘잘 하면 적자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도 가질 수 있었다. 이만하면 해 볼 만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고 배우들은 내 판단에 동조 및 동업을 해 주었다. 여러 번 말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고마운 일이다. 모두들 너무나도 흔쾌히 함께 해 주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배우 한 명 한 명이 보여준 치열함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마음의 범죄:1막' 전체 배역 사진
'마음의 범죄:1막' 전체 배역 사진

결과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면서 생긴 개개인의 지출은 마이너스다. 공연이 끝나고 아티스트에게 배분된 최소한의 공연료조차도 서로 나누지 않고, ‘마음의 범죄:1막’이라는 작품의 역할 별 사진 및 단체 사진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여 자료를 남기는 것에 써버리기로 했고, 그렇게 또다시 지출을 감행했다. 아니, 배분된 최소한의 공연료는 사진 자료를 남기기 위해 들여야 하는 돈보다 적었으며 부족한 값을 채워서 진행하느라 모두들 또다시 개인 지출을 했으니 ‘지출’이라기보다는 ‘출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재정적으로는 처참하게 실패한 작업이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떠벌리냐?’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린 무엇에 미쳐있는가?’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마음의 범죄:1막’을 만들면서 마음에 깊게 박힌 대사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아래 글은 ‘마음의 범죄’를 연출로서 처음 일독하고 느낀 것을 끄적인 것과 앞에서 말한 대사를 함께 적은 것이다.

쓰리다. 우리의 삶은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이 그 사람의 뜻대로 되리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린 다들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름의 상처와 후회들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서늘하다. 우리의 삶은 참 가슴 서늘할 정도로 외롭고 쓸쓸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그렇다. 그래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이것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이기도 하다. 살고 싶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귀 기울이자.

“왜냐하면 그건 인간의 욕구니까. 우리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그건 인간의 중요한 욕구야.”  
-'마음의 범죄' 1막 가운데 멕 대사-


덧붙임

여러 번 말 하지만 게으른 연재가 되기 쉬울 것이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지체 말고 재촉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경험상 사람들의 반응은 내가 부지런해지는 원동력이 된다. ‘너 좀 이상한데?’, ‘이런 식의 노골적인 엎드려 절 받기 행태, 별로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 계시다면 굳이 부정하지 않겠다. 좀 이상한 면이 있고, 노골적으로라도 관심받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 나니까(너무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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