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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티칸 Jan 06. 2021

믿습니까?

Acting Coach Journal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은 것 같다.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가 맞으려나? [믿어야 한다]가 맞을까? 믿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는 건가? [믿음]이란 건 생각보다 복잡한 녀석인 것 같다. 쉽지 않다, [믿음]이란 것.


그녀는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삶이 어떤 존재의 어떤 의도로 인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심]이 싹튼 것이다. 어떤 것도 시작 된 [의심]을 막을 수 없었다. [의심]은 어느새 [믿음]으로 변했다. 자신의 삶 속 모든 것이 그녀에겐 [믿음]의 근거였다.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바보였다는 것이 억울했다. 그리고 이젠 자신의 [믿음]을 규명해낼 수 있을 만큼은 똑똑하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 앞에서 [나는 사기꾼이야.]라고 공표했다. 아주 잠시 정적이 흐르고 한 사람이 일어나며 [나도 사기꾼입니다.]라며 간증을 시작했다. 그는 [아니, 난 진짜 사기꾼이야.]라고 답했다. 간증을 시작한 이는 [저 역시 진짜 사기꾼입니다. 제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뒤 이어 다른 사람이 자신 역시 사기꾼이라며 새로운 간증을 시작했고 연이어 또 다른 사람이 간증을 시작했다. 어느새 그를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간증을 시작했다. 그는 그들을 뒤로 하고 [난 할 만큼 했어.]라며 자리를 떴다. 남은 이들은 그를 향한 [믿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동안 간증을 이어갔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 믿었다.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믿음]이 있다. 삶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믿음]이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삶에 대한 중요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자신에게 독이 되는 것이든 득이 되는 것이든 별로 중요치 않다. 스스로 원하든 원치 않든 소용 없다. [믿음]은 필요에 따라 늘 변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존재다.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배우는 캐릭터의 삶 속 [믿음]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쓸데 없이 복잡하고 어렵게 이야기를 푼 것 같지만, 캐릭터의 [믿음]을 간파하고 드러낼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것을 믿기 바란다.


새해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어보고 싶다. 그런 [믿음]이라도 잘 간직해야 살아갈 만한 시대라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새해 첫 일지인데 뭔가 우울하고 그늘지게 마무리를 하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좋은 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인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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