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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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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Sep 18. 2021

유혹과 미혹 사이의 불혹

Day11

아마 저 마다 최애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유재석이 면환자라고 하는데, 나도 만만치 않은 국수애자이다. 정말이지 모든 국수를 사랑한다. 냉면, 메밀국수, 우동, 팟타이, 쌀국수, 라면...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어머니가 해주시는 비빔국수인데, 그건 한 번 맛을 보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이렇게 디톡스의 과정에서는 피해야만 하는 아주 강한 유혹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왠만한 의지로는 '안 먹어'라고 말하기가 힘들만큼 맛이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내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독소가 몸에 쌓인 것도 과학적으로는 탄수화물 과다 섭취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칼로리나 영양소를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다보니, 그냥 좋아하는 것들을 섭취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음...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많은 음식이 탄수화물로 이루어져있기는 하다. 떡, 빵, 국수, 밥, 라면, 부침개... 자다가도 이 아이들이 눈에 보이면 먹고 싶어진다. 배가 꼭 고파서라기보다는 뭐랄까, 맛에 대한 예우랄까... 그냥 눈 앞에 그대로 둘 수가 없는 것이다. 디톡스의 여정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불혹에 꼭 거쳐야 하는 과정 같기도 하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연습! 불혹(不惑)이란「미혹(迷惑)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라 한다. 유혹과 미혹 사이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말이겠다. 이러한 Action Reaction의 역동 사이를 오늘 진하게 겪었다. 


자신을 유혹하는 것들을 참아낸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비빔국수가 나를 꾀어낼 때, 거기에 마음이 홀리면 안되었는데, 그리고 오늘은 일반식 첫 날이라서 더 신중하게 매뉴 선택을 했어야 했는데, 그만 내 최애 음식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양은 좀 조절하기는 했으나, 불혹하지 못했다. 


유혹(誘惑) 남을 꾀어서 정신(精神)을 어지럽게 함.  
미혹(迷惑) 마음이 흐려서 무엇에 홀림.


불혹의 의미를 비빔국수를 두고 진하게 느껴본 것으로 오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오늘의 흔들림을 다음 여정에서의 발판으로 삼아, 미혹하지 않은 마음으로 이 정화의 여정을 잘 마무리 해보리라 다짐해본다. 허나, 언제나 그 이상이 삶에서는 준비되어 있는가보다. 곧 추석인데, 그 어마어마한 맛의 향연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나의 정화의 여정에 다가오는 도전들을 맞서며 어떻게 내 마음을 다스릴지 그 또한 좋은 성찰의 지점일 것 같다. 지금까지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끝까지 잘 마무리 해봐야지! 


아참!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비빔국수를 먹다가 남긴 적이 없는데, 다행히도, 먹는 중간에 멈추고, 돌아보는 놀라운 힘을 발휘 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설령 그 앞에서 멈추지는 못했지만, 몇 젓가락 먹고 남기는 신공을 발휘하면서 나름대로 정화의 여정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오늘 11일째의 기록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내일은 조금 더 낫겠지. 유혹과 미혹 사이의 흔들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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