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May 23. 2020

반성으로 시작하는 문화

습관적 칭찬과 격려는 반성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든다

과거 삼성그룹은 중요한 발표 시, 

첫 장을 '반성' 장표로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매주 weekly update 미팅이 있다고 하면, 

미팅을 '지난 주에 대한 반성' 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너무 팍팍한 것 아닌가'


'반성' 말고도 '지난 주에 잘한 것' 또는 '지난 주 교훈' 등 다른 시작거리들이 많은데, 왜 하필 '반성'으로 시작할까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그렇다 (반성으로 시작하려 한다)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 분명이 있는데, 

'반성'이 아닌 '잘한 점' 등등이 먼저 공유 되거나, 

반성 포인트 공유가 아예 빠지면,



'잘못을 잘못으로 인지 못하는 것인가?'

'잘못은 일단 넘기고 싶은 것일까?'

'잘하고 싶은 마음은 절박한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인가?' 

등등의 생각이 들게 된다.



요즘은 나 스스로를 더 모질게 채찍질하려고 한다. (사실 내가 현실 부정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 15분 투자해서 오늘의 시사점 정리할 때 (링글에서는 15분이라 통칭된다) 반성 보다는 성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히는 스스로를 종종 보며,


'반성부터 하자', 진짜 '반성부터 하고, 잘못된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어떻게 고칠지 논의하고, 빠르게 개선/수정/업데이트 해서 반성 포인트 자체를 줄여나가자 (새로운 반성 포인트로 넘어가자)' 생각한다.



반성이라는 단어가 약간 초딩틱 할 수도 있지만,

반성을 해야 할 때, 딱 반성 해야할 정도 만큼 (너무 과하게 반성하는 것도 안좋다. 반성이 습관이 되면, 그건 '우울'이다), 빠르게 공유해주는 사람들이 그래서 고맙고 더 인정이 된다.

반성은 개선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반성을 해야 하는 순간인데, 반성이 아닌 격려로 독려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본다.

모진 말로 표현하자면, 아마추어들의 심리적 위안일 뿐, 

프로페셔널의 문제해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칭찬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착각하게 만드는) 거짓말에 불과할 뿐이고, 그 마음 심연에는 '나는 불편한 말 하기 싫어' '나는 좋은 사람으로만 남고 싶어' 라는 다소 이기적 마음과 어린 마음의 복합적 발로일 뿐이다.



왜 과거 큰 기업들이 '반성'으로 조찬 미팅을 시작했는지 알 것 같은 요즘이다.

그리고, '반성' 거리가 정말 줄어서, '반성'의 비중이 줄어들 날은 절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ㅠ.ㅠ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개선하고 더 반성하고 더 개선하고, 더더 반성하고 더더 개선하는 문화를, 

좀 건조하고 팍팍하긴 할 수 있어도 더 단단히 장착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선순환의 시작: 소수정예의 조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