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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Apr 03. 2024

있어 보이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있어 보이는 경험/경력 보다는, 손에 흙 묻혀본(?) 경험이 더 귀하다.


나는 과거에는 '좋은 회사에서 인턴할 수록 내 이력서의 경쟁력 및 나라는 사람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다' 믿고, 그런 인턴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았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내가 정말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과거 내가 집착해 온 궤적과는 차이가 있음을 아이러니하게도 느낀다.


1. 내 친구 이야기


과거 대학교 시절 내 친구 중 한 명이 휴학을 하고 택시 운전을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중에 정치 또는 시민단체 일을 하고 싶은데, 살아있는 민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택시 운전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당시에는 친구의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했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고시를 더 빨리 준비하는게 어때?' '국회에서 인턴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중을 위해 더 좋지 않을까?' 제안하기도 했다.


지금 그 친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본인이 생각했던 의미있는 일을 하며 하루 하루 누군가에게 add value 하며 성장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2. 상사 이야기


사실 확인이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존경하는 상사 분 중 한 분이 과거에 건강이 좋지 않아 잠시 쉬던 시기가 있었는데, '아... 가만히 있으려니 따분하네. 밑에 있는 편의점에서 알바라도(?) 해봐야겠다' 하며 편의점에서 실제 일을 했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실 '자문' 등 일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이 기회에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고 싶어서 인근 편의점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바코드를 찍으며 소비자들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이 토대가 되어 추후 유통사 관련 프로젝트 진행 시 큰 인사이트를 던질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 프로젝트에 내가 학부생 인턴으로 있었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 레주메에서는 돋보이지 않는 경험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일을 한 사람의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호기심'에 따라 그 어떤 경력도 줄 수 없는 대단한 learning 을 줄 수 있는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장에 가까운 경험일수록, 그 일을 한 사람에게 '태도'와 '현장감'이라는 역량을 쌓아주기에, 사무실에서 노트북 보며 일하는 경험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음을 느꼈다.


3. 팀 이야기


Ringle 창업 후 약 10년 간 리크루팅을 위한 인터뷰를 수 백건 진행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남아서 때로는 버텨주고 때로는 성장을 밀어주는 동료들의 인터뷰를 회고해보면, 공통점이 있었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인테리어 업을 하는 사장님을 알고 지냈는데, 사장님의 공사 현장 일을 도와드리다 보니, 일을 잘해서 계속 일이 들어와 그 일을 친구들과 함께 해 나가며 지낸 분도 있었고,


리테일 소매점에서 직접 고객 응대도 하고, 창고 일도 도우며 현장 경험을 쌓아 나갔던 분도 있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친한 팀 분들이 과거에 했었던 일을 쭉 들어보면, '나는 진짜 온실 속 화초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며 성장한 분들이었고, '이 분들이 과거에 여러 일을 하며 익혔던 성실한 태도, 사람을 대하는 자세,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덕분에 링글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었구나' 느끼며, '링글에서의 경험이 이 분들의 커리어 성장 관점에서 transforming 한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짐하게 되었던 듯 하다.


더불어 흔히 말하는 좋은 경력을 쌓아가신 분들 중에서도, 알고 보면 숱한 도전과 역경을 속에서 이 악물고 버티며 극복해 나간 과정을 수도 없이 이어나갔던 분들이, Ringle 이라는 매우 작은 회사에서 마주하게 되는 희한한(?) 챌린지들을 1) 일단 받아들이고 (내가 있었던 회사에서는 이러지 않았어~ 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이 아닌, 항상 내가 있는 곳의 환경을 받아들이고 시작해야해~ 그래서 나에게 많이 알려줘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시는!), 2) 스타트업답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 주었다. 


참고로, 나 뿐만 아니라 동료 창업가 분들, 그리고 컨설팅 회사 또는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올라간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 유사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화려한 타이틀' 보다는 '일을 제대로 한 경험 & 그 안에서 실패하며 바로 섰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틀이 아니다. 현장에서 동료들과 유저를 대면하고 내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며 때로는 깨지고, 때로는 일의 부담감 & 내 부족함에 주저 앉은 가운데에서도, 다시 일어나고 다시 도전하는 가운데 내재화 된 태도, 인품, 자세, 역량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그리고 그 기운이 느껴지는 이력서를 만나면 인터뷰 과정에서 질문이 달라지고, 인터뷰 과정에서 지원자의 삶의 궤적이 보이고 그 사람이 보이게 되면, 기쁜 마음으로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부탁을 하는 상황이 오는 듯하다. 그렇게 조인했던 분들이 결국 회사의 주인공이 되어 감을 목격하고 있다.


만약 타이틀에 집착하고 타이틀에 의존하는 회사를 만나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조직의 미래에는 '성장' 이라는 단어 보다는 '혼란/분열'이라는 단어가 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20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리더 하기 나름이지만,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 리더는 부족한 사람이기에, 그 위기를 피할 수는 없다. 


귀한 분들의 존재가 회사에는 가장 큰 축복이다. 귀함은 타이틀에서 오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이 가진 치열함 속에서 성장이 있었던 과거의 삶에서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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