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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Apr 11. 2024

이방인들이 모인 도시

1. 실리콘밸리의 이방인


얼마 전 실리콘밸리 한인교회에서 어떤 분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실리콘밸리는 대부분 이방인들이어서 적응하기 좋았다. 내가 있던 미국 도시는 그 지역에서 대대로 살던 분들이 많아서 (현지인, 한인 모두) 일종의 텃세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 곳은 많은 사람들이 꿈과 목표를 가지고 모인 이방인이어서 정착하고 적응하기 더 좋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실리콘밸리가 1)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고, 2) 서로 공감대 형성이 잘 되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모두가 같은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서울에서의 이방인


나는 초-중-고를 지방에서 살다가 대학교 때 서울에 올라왔다. 당시 서울은 나름 초-중-고 다닐 때에도 방학 때마다 올라오던 곳이어서 적응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서울에서 초-중-고를 다 나오고 집도 서울인 친구들과의 보이지 않은 벽을 느낄 때가 이따금 있었다. 그래서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종종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느꼈던 마음 중 하나는 '서울에서 쭉 생활하던 친구들과 나는 출발 선이 다른 레이스를 하고 있다' 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친구들이 더 많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주눅이 일부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교 때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이유가 된 듯 한데, 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못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잘 정착할까? 정착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나만 이방인이라고 느껴지는 곳에서는, 나라는 사람에서 고민을 시작하기 보다는, 생존/이겨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구나 느꼈다. 


3.  많은 사람들이 이방인인 한국의 학교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 전 카이스트를 졸업한 분과 이야기 하다가 실리콘밸리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 기억이 있다.


"여기는 마치 대전과 같습니다. 카이스트 입학하실 때, 대전에 모인 친구들은 대부분 대전이 처음 사는 도시였잖아요. 그 느낌이 이 곳에 있어요. 실리콘밸리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도 이 곳의 이방인 들입니다. 정착하시기 더 좋으실꺼고, 같은 입장에 놓은 사람들도 많아서, 의지하고 관계맺음 하기 더 좋을꺼에요"


그 곳에 도전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낯선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4. 도전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커리어/창업을 이어나갈 분들이라면, 직접 이 곳에 오셔서 부딪혀 보심을 추천하고 있다. 내가 오래 산 익숙한 지역에서, 내가 살아보지 않은 지역에서의 창업을 준비하는 것에는 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의 장점은, 유사한 꿈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딜 가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좋고, 이방인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도 보인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이 곳에 정착하고 생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이라는 땅 안에서 한국인은 또 다른 이방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이 곳에는 유학생 신분으로 또는 도전자 신분으로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전 세계 이방인들이 꽤 많다. 이 곳이 이민자들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창업은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여정인데, 낯선 도시인데 유사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도시에서, 서로 함께 의지하며 해보고 싶은 일을 이어나가는 것은 젊은 시기에 한 번 해보면 좋을 도전이라 생각한다.


나와 유사한 꿈/목표를 가진 이방인들이 모인 도시. 이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며, 나에 대해서도 더 이해하게 되고, 사람에 대해서도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많은 분들을 이 곳에서 뵙고 싶은 마음에 쓴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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