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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Feb 23. 2023

<콰이어트>

수잔 케인, <콰이어트 Quiet>

혹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낀 적이 많으신가요? 많은 모임을 하고 난 후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게 느껴진 적은요? 우리 문화는 아무래도 활달하고 자기 의견을 거침 없이 말할 줄 아는 사람과 그 성격을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듯 하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내성적이거나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표현이 되어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남기기도 하고요. 저 역시 내향성이 강한 사람으로서 직장생활 초반쯤 읽었던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었는지 모른답니다.


​저자는 조용한 성격을 지닌, 하버드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 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로 일한 사람이에요. 미국은 어릴 때부터 자기를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문화이고, 특히 여러 사교 생활과 인맥 쌓기가 필수인 직업적 환경 속에서 내성적인 성격의 그녀가 얼마나 '치이며' 살아왔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죠. 세상이 왜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진짜 성격을 드러내기를 부끄러워 하는지 궁금했던 그녀는 스스로 내향성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고 해요. 7년의 연구 끝에 그녀는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에 대해 신랄하고 주옥 같은 발견들을 해냈답니다. 여러 측면의 통찰이 빛나고 있었지만 제 경우에 크게 두 가지가 책을 읽은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첫 번째는 외향성을 선호하는 문화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격의 문화 이전에는 인격의 문화이던 시대가 있었다고 해요.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쿨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치는지보다 한 사람으로서의 진실성이나 의무에 대한 책임감이 더 바람직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는 거지요. 산업 혁명이 시작되며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모르는 사람들 간의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지면서 빠른 시간 안에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능력이 가장 각광 받는 자질로 떠올랐습니다. 거기에 대중매체의 발달도 이를 가속화 시켰지요. TV와 극장에 나오는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외향성을 선호하는 문화가 꼭 시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었다는 사실! 제게는 그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위안이 되던 걸요.


​두 번째는 세상을 바꾸는 힘은 오히려 고요한 시간에서 나온다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조직에서 성과를 낸 리더들을 분석한 결과, 그들은 '조용하다, 겸손하다, 소박하다, 절제되어 있다'와 같은 공통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해요. 또래 집단 문화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학창 시절에도 홀로 있는 시간의 중요성이 큰데, 공부, 악기 연주 등의 여러 능력은 고독한 시간을 거치치 않고는 결코 개발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요. 또한 수줍음과 같은 특징은, 그 사람의 당혹스런 내면을 바로 드러내어 사회적으로 과격함을 제어해주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내향성이 얼마나 큰 강점인지, 실제로 세상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기 알게 되기란 어렵지 않지요. 우리는 그동안 내향적인 사람들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저는 저의 내향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만의 힘으로 자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세상에는 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의 구분을 넘어선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지요. 10여년 만에 다시 펼친 책 첫 장에서 이 문구를 보며 눈물이 찔끔 나더라고요.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마음이 굳은 사람, 마음이 차가운 사람, 마음이 약한 사람이 골고루 필요하다. 어떤 환경에서 개의 침샘에서 침이 몇 방울 나오는지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벚꽃의 순간적인 느낌을 열네 음절의 시로 포착해 내거나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어머니가 잘 자라고 입맞춤해주기를 기다리는 어린 소년의 감정을 분석하는데 스물다섯 쪽을 할애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스스로가, 배우자가, 자녀가 내향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과,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고 대해 주어야 할 지에 대한 큰 지혜를 얻으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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