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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Apr 29. 2024

조리원 라이프

왜 조리원 천국이라고 하는 걸까?

출산 전에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출산을 하고 조리원에 입소하면서 겪는 에피소드 및 생각, 그리고 조리원에서의 엄마들 세계(예를 들면, 모유수유 끝까지 '완모'엄마가 모성애 끝판 왕, 맞벌이하느라 바빠서 육아 관련 정보도 별로 없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엄마는 기차 꼬리표칸 엄마 취급 등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평가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평가 기준으로 '좋은 엄마'에 대한 잣대가 새로 적용되는 세계)가 표현된 작품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다소 오버스럽고 유치한 것 같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그 과정을 겪어보니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조동(조리원 동기)'라는 말이 없어질 정도로 다른 산모와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다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가 없었었지만 대신 불필요한 신경 소모를 안 해도 되는 좋은 점도 있었다. 

 아기는 '신생아실' 투명 바구니 안에 담겨 하루 종일 누워있었고, 배가 고파 울거나 대변을 보아 불편하여 '응애응애' 울면 이모님이 아기를 챙겨주셨다.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하는 산모들의 경우 '수유콜'을 받아 이모님이 방 안으로 아기를 데려다주신다. 그러면 산모는 젖을 물리는 방법을 조리원 이모님으로부터 배워 모유수유를 한다. 그 외 시간에 산모는 누워서 쉬거나 마사지를 하거나(조리원 내 산후 마사지를 신청한 경우) 유축을 해 놓는다. (젖 짜는 기계, 유축기를 통해 모유를 젖병에 짜내어 냉장 보관했다가 아기에게 먹일 수 있어 준비해 놓는 과정) 유축의 경우 보통 3~4시간 간격으로 짜야하기 때문에 마냥 누워서 쉴 수만은 없다. 아기는 '모자동실' 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방 안에 이모님들이 아기를 데려다주시면 한두 시간 아기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고개를 가누지도 못하고 거의 하루 종일 자기 때문에 보호자가 할 일은 주로 '먹이는 것과 기저귀 갈기'다. 사실 그 마저도 신생아실 이모님들이 케어해 주시기 때문에... 나는 거의 아기를 바라보며 사진 찍는 정도 혹은 같이 스르륵 잠이 들었던 거 같다. 


밥은,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니가 다 나오면 중간에 오전 간식가 오후간식이 나온다.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지만 다양한 영양소가 갖추어진 밥상이 차려져 방까지 배달 온다. 양이 제법 많아서 다 먹으면 살이 안 빠질까 봐 조금씩 남기곤 하였다. 사실 간이 맞지 않아 맛은 없었다. 


왜 사람들이 '조리원 천국'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음식은 간이 안 맞아 맛이 없었고

4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해야 해서 긴 통잠을 잘 수 없었고

중간중간 수유콜을 받고, 마사지를 다녀와야 해서... 편하게 쭉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없었다.

심지어 조리원에서 운영하는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따라 하려면 그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온 순간, 왜 사람들이 '조리원 천국'이라는 말을 썼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아기는 위와 장이 너무 작아 2~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해야 하고, 소화를 바로 시키지 못해 10분~20분 등을 토닥이며 트림을 시켜야 한다. 그럼 결국 엄마는 2시간 이상의 잠을 자기가 어려워진다. 1차 전쟁. 잠과의 싸움이다.

똥은 하루에 8~10번 정도 싸는데 모유 혹은 분위가 주식이기 때문에 거의 소량의 설사가 배설된다. 나의 친정 엄가가 '너는 애기 때 똥도 향기로웠다'며 자신 응가는 하나도 더럽지 않다고 했었는데, 나의 경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여하튼 그렇게 종일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하루 한 번 시키고 그 사이사이 젖병 설거지를 하고, 소독 돌리고, 내 밥을 챙겨 먹어야 하고 퇴근 후 돌아온 남편 밥을 챙겨야 하고, 빨래 돌려야 하고 개어야 하고(매일 밥상을 잘 차리는 건 아니더라도, 쌀이라도 씻고 국이라도 데워야 하니...) 작은 것 하나하나가 일이 되어  내 몸의 상태를 돌 볼 여력이 없게 된다. 마흔에 아이를 낳아 몸의 회복도 굉장히 더디었다. (회복이 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 친정 엄마든, 시어머니든, 산후도우미 이모님이든... 산모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때까지는 도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정말이지,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조리원은 천국이었다. 

간이 하나도 되지 않은 음식을 주어도 괜찮다.


내 인생에 둘째는 영원히 없겠지만,

혹여나 둘째를 낳게 된다면 나는 천국 같은 조리원 생활을 정말 맘껏 누리고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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