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작고 소중한 신생아를 키우는, 왕초보 엄마의 성장이야기1
나의 아가는 24년 4월에 태어났다. 이제는 돌이 훌쩍 지내 15개월을 향해 무럭무럭 크는 중이다.
그 사이에 밀린 육아 기록을 하나씩 다시 기록하려니 까마득하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행복했던 시간들을 복기하여 글을 쓰고자 한다.
2.88킬로에 48센티로 태어난 나의 아기는 퇴원하여 조리원 입소할 무렵에는 뼈가 앙상하여 살등리 거적때기처럼 붙어 있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살이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서 모유수유를 할 생각이었지만 아기가 세게 빠는 힘에 의해 유두에서 피가 나는 바람에 젖을 물리는 것이 두려워졌다. 나의 아픔도 아픔이었지만 아기가 피를 먹게 되면 안 될 것 같은 염려 때문이었다. 여하튼 이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나니 쉽사리 모유의 양이 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최소 100일, 길게는 일 년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90여 일 채우고 분유수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는 분유를 먹으면서 더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금방 3킬로, 4킬로대가 되면서 안는 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현재 10킬로에 육박한 아이를 한 손에 안고 지내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아기는 정말 깃털 같이 가벼웠을 텐데) 그리고 살이 오를 무렵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기 시작했다.
신생아의 위와 장은 너무나 작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오래 잠을 잘 수가 없어 보통 3-4시간 간격으로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고를 반복한다. 그러면 엄마들은 1-2시간 정도씩 쪽잠을 자며 버틸 수밖에 없다. 나는 평소에도 잠이 많지는 않아서 하루 4~5시간 자면서 지내왔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숙면의 상태로 4시간 이상 자는 것과 쪽잠으로 1,2시간 자는 것은 수면의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처음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힘듦'을 느꼈다. 생존에 위협이 느껴지는 피곤함이었다. 주변에서는 아기가 잘 때 엄마도 같이 자면 된다고 말했으나, 막상 아이가 잠들면 그 시간을 활용해서 젖병 설거지 및 삶기, 정리 및 청소 등 자질구레하게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소일거리를 하다 보면 아이는 또 깨고. 그런 짧은 루틴이 반복된다.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케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말 그대로 독박육아를 하게 되면 하루 종일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들어올 때까지 바깥공기를 쐴 수가 없다. 친정에서 지내다가 서울집으로 돌아온 나의 일상이 그러했다.
나는 우울해지고, 서러워졌다. 아기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살은 쉽사리 빠지지 않아 (물론 살을 빼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시간적 여유도 없을뿐더러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메이크업을 하며 꾸밀 일이 없어 편하게 입는 추리한 옷을 입을 채 하루종일 좁은 집에서 종종 거리며 지내 나날이 예민해졌다. 모든 산모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예민함 때문에 남편과도 종종 다투게 되었다. 남편 역시 맘 편하게 자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므로 둘 다 뾰족해질 대로 뾰족해진 상태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루는 그렇게 남편과 투닥거리곤 답답해져서 바깥으로 나갔는데... 세상에나... 문 밖을 나가 바깥공기를 쐬자마자 마음이 트이면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어쩌다가 나의 생활이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사람들 없는 곳에서 맘 편하게 소리 내어 엉엉 울기라도 하면 속이라도 시원해질 것 같았다.
신생아 아기의 배냇짓을 보며 귀엽다고 동동 거리고
작고 귀여운 손과 발을 매만지며 사랑스럽다고 속삭이고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에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귀하디 귀한 이 작은 생명체가 마냥 신기하고 소중하지만
나의 시간과
나의 생활은 전부 삭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아니, 이제는 이러한 생활이 새로운 나의 생활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시간들이다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면서 서러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엄마'가 처음인 왕초보 엄마라서 그러려니... 생각하면서도
아기로 인해 서러워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으로 이기적으로 느껴졌고, 모성애가 부족하다 생각했다.
아기에게 미안해졌다.
그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경험하며 나는 조금씩 신생아 키우기 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그렇게 익숙해질 무렵이면 어느덧 아가는 이만큼 성장하여 새로운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며
무언가 새롭게 익혀야 가는 것들이 생겼다.
육아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서야 깨달았다.(물론 지금도 '시작'에 불과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신생아 때의 아가는 정말 너무나 작고 소중한 생명체였는데
'나'의 새로운 생활에 당황해하며 '힘듦'에 허우적거리느라
아기를 온전히 사랑만 하지 못한 것이... 지나고 나니 작은 후회로 남는다.
눈이 작고
머리카락이 솟고
살이 울퉁불퉁한 그 당시 우리 아기의 사진을 보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가끔, 그립기도 하다. 잠이 부족해서 생존의 위협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나의 아기의 모습이.
그리고 그 시간들을 즐기지 못한 나 자신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