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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초등학교 개학과 함께 입학

3순위가 1순위가 되었다

by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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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프텀 방학(?)에 들어갔다. 영국 학교는 특이하게도(?) 학기 중간에 일주일씩 쉬는 주간이 있다. 개학한지 약 두 달만에 중간고사를 보는게 아니라 방학을 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물론 한국에서라면 난감했을만한 기간이다. 초등학교-학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줘야 출근 뒤에 걱정없이 지내는데 일주일간 그냥 아이가 집에 있다면 부모들이 휴가를 내야할 판이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은게 좋기도 하지만 못내 아쉬운가 보다. 친구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아이는 영국 학교를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1시에 끝나던 학교가 3시 넘어서야 끝나는데도. 그 해답은 연수 기간이 끝나는 1년 뒤쯤에 알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영국에 와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할때 걱정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먼저 초등학교를 어떻게 어디로 보내지?


영국 역시 집 주소를 중심으로 학교를 배정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은 주소지에 따라 학교가 정해져 있는 반면, 영국은 집과의 거리가 제1의 고려사항이지만, 가장 가까운 학교로 그냥 배정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사는 곳의 경우 가고 싶은 초등학교를 3지망까지 제출한 뒤 그 지망순위 가운데 결원이 있는 학교를 알려주고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럼 어디를 3지망까지 쓰지?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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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을 크게 해결해 준것은 학교가 받는 평가인 오프스테드(Ofsted)이다. 영국 학교들은 몇년에 한번씩 학교 평가를 받고 있었고, Outstanding(훌륭함), Good(좋음) 평가를 받는 학교는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이었다. 다행히 살고 있는 곳 주위의 학교들은 대부분 good과 outstanding를 받고 있었다. 초등학교 마다 홈페이지가 있는데 그곳을 찾다보면 오프스테드 평가와 보고서까지 연결되었다. 그 학교가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전부 분석이 되어있었다. 모든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시험을 봐서 성취도 평가로 줄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선생님 등을 인터뷰해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보였다. 장점만 적어주는 게 아니라 발전시켜야할 점이 무엇인지까지 적시해놓아서, 읽어보는 사람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집 근처 초등학교를 4곳 정도 골랐고, 오프스테드 평가와 집과의 거리를 고려해 3지망까지 결정해, 지역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학교 전입 신청을 했다.


8월초에 영국에 입국해, 8월 셋째주에 이 과정을 끝냈는데.......

이전에 영국 초등학교 입학기들을 찾아보니, 대부분 교육청에서 연락이 안온다. 학교에 자리가 없어서 배정이 안되고 있다. 그래서 신학기인 9월이 시작했지만 입학하는데까지 2주 걸렸다, 한달 걸렸다는 이야기 많아서, 입학까지 한참을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입학지원 신청을 하고 8월말에 홀가분하게 스코클랜드로 여행을 떠났는데... 교육청에서 이메일이 날라왔다.


"I am writing to advise you that a vacancy has become available at ******* Primary School. This place has been offered as the school has spaces and on the condition your child starts in September.


Please respond to this offer by completing the form within 4 days of receipt of this email if you wish to accept or decline this


Unfortunately, we are not able to offer a place at any of your higher preferred schools listed on your application. This is because the admission of an additional pupil would prejudice the provision of efficient education and the efficient use of resources. "


3순위로 넣었던 학교에 공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냥 신학기 시작하자마자 입학하라고? 여행중에 이메일을 받고 부랴부랴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살짝 1순위와 2순위 학교를 대기 걸고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거기서 자리가 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냥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더구나 3순위였지만 가장 집과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이건 나중에 느꼈지만 등하교를 부모가 같이 해야하는 규정상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ㅋㅋ) 필요한 서류는 현재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NHS 레터나 은행 증명서 같은 것으로 됐다. 다른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학교의 생활기록부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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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방식이지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괜찮아 보였다. 한국에서는 주소지를 옮겨야지만 보통 초등학교를 옮길 수 있는 반면, 여기서는 최소한 자신의 선호를 반영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호 순서대로 학교가 배정되지는 않지만(지금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보면, 자기 집과는 거리가 먼데 가까운 학교가 배정이 안돼 온 아이들도 있다) 학교가 자신만의 특장점, 개성을 만들고 이를 홍보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배정받은 학교는 작은 규모에 영국 성공회 계열의 학교다. 그래서 매일 기도시간이 있고, 학교 비전도 성경에 나온 것을 차용해 제시하고 있다. 이게 싫은 학생은 이곳에 지원하지 않고, 종교색이 없는 공립학교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는 이 학교가 좀더 지역 커뮤니티에 가깝게 갈 수 있고, 아이가 보다 낯설지 않은 학교를 갈 수 있다고 보았다. 선택하기 나름! 하지만 이곳으로 떠나오기 전 한국의 학교는 특색을 찾기 힘들고, 그곳에 있기 때문에 가는 곳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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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아이는 교육청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뒤인 9월 2일 학교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학교 건물은 다른 영국 건물들처럼 오래되었고 낡아보였다. 학교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도 줄었다는 말도 들었다. 흠... 하필....

바로 그날 교복을 사고, 그 다음날인 3일 개학에 맞춰 입학을 했다. 마치 방학을 마치고 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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