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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잠 못 드는 밤, 잘 재우는 방법은?

[엄마 아빠를 위한 응급실 이야기] 17화

깜빡 잠들었나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놀라 눈을 떴습니다. 손을 휘휘 저어 젖병을 찾지만 도대체 이불속 어디에 숨었는지 만져지질 않습니다. 아기 울음소리에 마음이 급해 다급히 분유를 타면서 오늘 밤도 잠은 다 잤나 싶은 생각에 불안합니다.


영유아 키우고 계신 엄마 아빠 여러분, 지난밤엔 안녕히 주무셨나요? 한밤중에 우는 우리 아이 분유 또는 모유 물리고 나니 잠이 다 깨어버려 스마트폰 꺼내들진 않으셨고요? 낮에는 방긋방긋 웃음 가득한 사랑스러운 아기, 밤만 되면 잠은 안 자고 빽빽 울며 잠투정만 하는 통에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싶을 때도 있으실 거예요. 특히 신생아 키우시는 분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아이 덕에 많이 힘드실 겁니다. 그래서 낮과 밤을 가리기 시작하는 때부터 좀 낫다 하여 '100일의 기적'이란 말도 있잖아요?





누구에게나 삶의 질 측면에서 중요한 잠. 특히 영유아, 어린이들에게도 중요하죠. 편안한 기분 좋은 숙면 중에 몸과 마음이 자란다고 하잖아요? 성장호르몬도 이 시간에 뿜 뿜 나온다고 하고요. 자연적인 면역력과 치유력 향상에도 중요하고 학습능력은 물론 우울감 등 기분장애를 호전시키기도 하니 정말 중요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에게 깊은 잠을 선물하고 우리 엄마 아빠들도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면에 대해 배울 때 REM 수면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함께 공부했던 내용 중에 수면위생, Sleep hygie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성인의 숙면을 위한 기본 조건들이지만 소아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아 하나씩 살펴보며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10 계명 (출처 - 대한 수면 연구학회)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영유아의 경우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억지로 당길 필요는 없겠죠? 유치원 다니고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지게 마련이고요. 다만 잠드는 시간은 어느 정도 정하고 가족이 함께 지켜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냥 두면 아이들은 노느라 바빠서, 스마트폰에 빠져서, 엄마 아빠가 깨어있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안 자고 버티잖아요?


저희 가족은 저녁 8시 이후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금하고 9시부터는 거실과 안방의 불을 끄고 온 가족이 눕는 것을 규칙으로 정했습니다. 매일 완벽히 지킬 순 없지만요.



2.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온도와 조명은 맞추기 나름이지만 저희 가족처럼 돌 안 지난 영아가 있는 집은 소음을 조절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큰애들이 잠들려 하면 셋째가 울고, 셋째가 잠들려 하면 큰애들이 화장실 간다며 일어나버리기 일쑤죠.


아이들이 여럿이면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셋째를 거실에서 제가 재우고 큰애들은 안방에서 아내가 재웁니다. 온 가족이 같이 잠들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말이죠.


또 한 가지, 안정된 환경에는 후각 요소도 한몫한다고 합니다. 익숙한 엄마 냄새를 재연할 모유나 분유가 뭍은 손수건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3.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어린이들도 낮잠을 많이 잔 날, 밤에 더 잠 못 이루는 경우가 있지요? 규칙적인 짧은 낮잠은 소아나 성인이나 생기 있는 오후 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밤에 잠드는 데 방해가 될 정도의 긴 낮잠은 가능한 피해야겠죠. 당연한 얘기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낮잠을 자는 신생아 때는 예외입니다.



4.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낮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늦은 밤에 하는 운동은 도리어 수면에 방해가 된다.)


저녁시간 후에 한 시간 가량 게임이나 만화 보는 시간이 있는데요. 이 시간이 끝나면 보통 아빠와 몸으로 하는 놀이들을 합니다. 따듯한 계절엔 동네 산책을 하지만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는 집에서 레슬링 놀이나 고무공을 이용한 축구, 피구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밖에서 땀 흘릴 기회가 적다 보니 집에서라도 움직이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5.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하라.
(술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증가시키지만, 아침에 일찍 깨어나게 한다.)


아이들을 위한 메시지는 아닌 것 같죠? 하지만 아이들을 잘 재우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도 노력이 필요한 만큼 커피, 술, 담배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저녁을 일찍 먹은 날, 밤에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징징대고 잠 못 들 때 있죠? 이럴 때를 대비해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량 꺼내 먹을 수 있는 얼린 과일이나 우유 한 잔이 필요합니다.



6.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 섭취를 하라.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도 과한 식사 후 바로 잠드는 것은 체하는 등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겠죠. 엄마 아빠가 바빠서 저녁식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문제가 될 겁니다. 가능한 한 저녁을 일찍 먹고 잠 잘 환경을 마련해주는 엄마 아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7.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하라.


아이들은 잠들기 위해 약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심리적인 장치로 수면제 효과를 내는 방법은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마다 잠들 때 필요한 아이템이 각자 다를 텐데요, 저희 아이들은 잠들 때 꼭 손에 쥐어줘야 하는 이불이 있습니다. 애착 인형이라고 하나요? 잠들 때마다 인형이 꼭 있어야 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을 거고요. 자연스러운 현상인만큼 아이의 욕구에 맞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법을 배워라.


밤늦게 운전하고 집에 들어와 바로 자려고 하면 잠들기 어렵죠? 밝은 전조등 빛으로 인해 각성이 되어서 일 텐데요. 이렇듯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있는 상태라면 잠을 이루기 쉽지 않습니다. 어른이라면 누운 채 온몸에 힘을 빼고 코 끝에 숨 들고 나는 것에 집중하며 이완하는 명상을 활용해 볼 수 있겠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긴장을 줄이고 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애착 이불이나 애착 인형, 잠들 때마다 틀어주거나 직접 불러주는 자장가 등으로 이완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여러 요소들을 잘 활용해 우리 가족만의 요령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9. 잠자리는 수면과 부부생활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즉,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TV를 보는 것을 피하라.)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침대에서의 스마트폰이 가장 문제가 되겠죠? 아이들과 규칙을 정하고 잠들기 한 시간 이전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10.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라.
(즉, 잠들지 않고 잠자리에 오래 누워있지 마라.
이는 오히려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더욱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어른도 억지로 잠을 청하면 민감해져 더 잠들기 어렵듯이 아이들도 억지로 자라고 하면 더 힘들어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우유 한잔이나 과일 반쪽 먹는 것 기다려주고 다시 들어가 다독이면 잠에 잘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의 경우에도 졸린데 안 자고 버티면 여유를 가지고 조금 놀게 두시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 낫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내 몸이 힘들어 '제발 이제 좀 자라.' 하며 사정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지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여러 수면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학령전기에 10~50%가량에서 겪는다는 악몽(nightmare)이 대표적입니다. 자다 갑자기 새벽에 깨서는 불안해하며 심하게 울어 온 가족을 깨우곤 하죠. 첫째가 자주 그래서 두 시간을 넘게 울어대는 통에 새벽 드라이브를 하며 아이를 달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악몽이나 야경증, 영아산통 같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닌 경우는 그 시기만 지나면 별 문제가 없지만 간혹 장중첩증 등 심한 복통에 의한 증상을 애써 달래다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를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같지 않은 증상은 주의 깊게 봐주시고 이상하면 근처 소아전용 응급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깊은 밤, 잠 못 들고 밤새 우는 어린아이 보느라 새벽을 지새우는 엄마 아빠들, 응원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고생합시다. 이 시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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