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요가는 중학교 때 방과 후 수업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대강당에 빽빽이 모여 지루한 스트레칭만 하던 기억 때문인지 선뜻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는데, 서른이 되자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수업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내 몸을 카운트에 따라 조용히 늘리다 보면,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남들은 쑥쑥 해내는 자세지만 나는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안간힘을 써야 한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루 이틀이 쌓이다 보니 조금 더 안정된 내 모습이 보인다. 차분하게 내 호흡에만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마지막으로 자리에 가만히 누워 사바아사나를 할 때 '오늘도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라고 하나보다. 지금 내가 요가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우는 것은 꾸준함의 힘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돌이켜보면 난 참 끈기가 없었다. 뭐든 시작만 거창하고 끝을 못 보기 일쑤였으며 작심삼일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멋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꾸준했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삶이 충만해 보이는 사람들은 뭔가 꾸준한 구석이 있었다. 꾸준하게 무언갈 배우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꾸준히 책을 읽으며 성실하고 끈기 있게 인생을 가꾸어 나갔다.
어쩌면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나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보다 인생에 있어서의 진정한 무기는 꾸준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앞서지 않아도,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 그렇게 꾸준히 연습하고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다잡는 것. 그게 바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며,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시련과 좌절들을 맛보겠지만, 꾸준함을 무기로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지 않으리라. 그렇게 서른을 맞은 내가 비로소 느낀 내 삶의 방향성은 '느리지만 꾸준히'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꾸준함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