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Den으로 살아가기
맥도날드에서 일을 시작하고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일을 한지 일주일이 안됐는데 모든 일을 금방 배우고 숙지해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물어보는 코워커들마다 놀랬다. 그만큼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들었다는게 아니고 거의 다 눈치로 배우고 그만큼 노력도 했다. 예를 들어 메뉴 조리법을 사진 찍어 공부하며 외운다던가 그런 노력 말이다. 트레이닝 동안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매니저들이 단 한 번도 짜증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맥도날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스케줄을 받는데 매니저급이 아니고선 고정된 스케줄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나 내 자유시간이 많이 줄었고 친구들과 미리 약속을 잡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전화로 시프트를 커버해달라는 요구가 너무 많았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거절하기 눈치가 보여서 다 커버를 해줬다. 그러다 보니 전화로 요구하는 수가 더 많아졌다. 내가 일했던 맥도날드는 24시간이라 새벽에까지도 전화가 왔었다. 정말 하기 싫었어도 열심히 했다. 이게 바로 한국인의 근성인가 싶었다. 그런데 주가 지날수록 일정하지 않은 스케줄에 지치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내 사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풀타임이라 하면 보통 일주일에 5번, 하루 8시간씩 35시간이나 40시간 정도 일하는데 그 시간 조차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만큼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직원이 많았고 그 직원들에게 시간을 나눠주다 보니 일정한 시간을 똑같이 줄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바쁜 매장이었냐면 매니저만 해도 7명이 넘고 직원이 30명 넘었다.
그렇게 3주가량 일을 하고 안 되겠다 싶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일을 알아보러 다녔다. 나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고정된 스케줄로 일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내 여가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처음 일구 할 때와 다르게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인터뷰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투잡을 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곳이 많았다. 맥도날드는 정말 일하기 좋은 곳이었다. 직원 혜택도 굉장히 많았다. 전 제품 50% 할인받을 수 있고 그 밖에 애플, 신발 매장 등 직원 카드를 보여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지 계속 바뀌는 시간표 때문에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마침 학생들이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갈 때가 왔다. 맥도날드에선 학생들도 많이 고용하기 때문에 그때쯤이면 Available form이라고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해서 제출해야 했다. 난 사실 학생도 아니고 풀타임으로 지원을 했기 때문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뭔가 기회다 싶어 평일 아침 시간에만 가능하다고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후 매니저 중 한 명이 스토어 매니저 폴이 내가 작성한 폼을 받아 줄 수 없다고 전했다. 사실 폴이 하는 말이 맞는 말이고 당연한 결정인데 난 마냥 순응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일을 하면 투잡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 게다가 풀타임이지만 완전 꽉 채워서 일하는 게 아니기에 캐나다에서 생활을 해나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스토어 매니저에게 내 상황을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내 생각을 전달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고 영어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내 생각을 글로 써서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이 편지를 쓸 때는 거의 일을 그만 둘 생각으로 글을 썼었다. 난 심사숙고 끝에 편지를 작성한 후 일이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매니저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전달하고 떠났다.
Paul에게
안녕하세요, Den이에요. 아시다시피 제가 근무 가능일을 제출했어요. 근데 Paul이 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풀타임으로 지원했지만 그래도 왜 그 서류를 제출했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저는 제가 제출했던 시간대에 보통 근무 일정을 받아요. 그리고 그 제출한 근무 스케줄을 맞추려고 19일 근무 중 15일을 커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풀타임 직원으로 한 달을 일했지만 스케줄을 일주일에 이틀만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 정도는 일찍 집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못 벌고 있어요. 제 스케줄 때문에 아침 무료 수업도 참석 못 할뿐더러 다른 일자리 없이는 이 도시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매니저가 다른 직원의 근무를 도와달라고 전화로 요청 올 때마다 저는 항상 도왔고, 근무하는 동안 항상 최선을 다했습니다. 만약 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못하시다면 저는 이곳에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댄
며칠이 지나고 Paul이 나와 면담을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난 사실 일을 그만두게 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매장을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Paul을 만났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Paul은 내 편지에 공감하고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내 계획은 이게 아닌데..?) 폴은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나를 마음에 들어했고, 내 Availiable form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Paul은 나에게 새로운 Available form을 쓸 것을 부탁했다. 내심 마음속에선 이미 그만 둘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맥도날드에서 고정된 스케줄로 일하게 됐다. 이미 언급했지만 오래 일한 직원들이나 매니저조차 내가 일했던 매장에선 고정된 스케줄을 받기란 힘들다. 내 용기로 무언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니 해외 생활에 더 자신감이 생겼다. 고정된 스케줄을 얻었지만 난 아직도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맥도날드 근무시간을 오후로 두고 오전에 일할 수 있는 투잡을 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