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라 Mar 06. 2021

붉은색 연구

색연필로 체리를 그리며


저는 색약입니다. 그림을 그리는데 색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은 큰일이지만, 이런저런 방법들로 저만의 색감을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색약이라고 해서 색을 아주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차이들을 구분 못하는 것이다 보니, 대략 이런 색을 칠하면 이렇게 보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릴 때도 많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심한 편은 아니거든요. 


때로는 아주 정상인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사람마다 조금씩 색을 다르게 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색약인 저도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스럽게도 색맹까지는 아니라는 점에 감사하게 되고요. 물론 더 안 좋을 수 있으니 그것과 비교하여 나은 것에 감사하라는 문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매번 이 문제를 생각하면 늘 결론은 그곳으로 향하더군요.


종종 한 가지 색들이 모여있는 것들을 그리곤 합니다. 그리고 붉은색 연구, 녹색 연구 등의 이름을 붙여둡니다. 한 가지 색상을 위해 온갖 다른 색들을 섞어가며 분명히 두드러진 색을 만들 때 괜한 즐거움을 느끼곤 합니다. 구분하지 못하는 색들도 많고, 혼자 이런저런 가늠을 하며 그리는 그림이다 보니 결과물이 얼마나 좋게 보일지 매번 자신감이 부족하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면 그래도 그려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쉬움은 매번 남지만 애당초 아쉬움이 없는 그림은 없는 법이니 도전을 해서 완성을 했다는 정도에 의의를 두고 그림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붉은색 연구를 하며 그린 체리는 사과 같다는 사람도 있고, 아주 흡족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그려본 색연필 그림 중에 가장 즐겁게 그린 그림입니다. 취미로 그리는 만큼 즐거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수채화 해바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