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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Mar 24. 2021

봄비

봄을 기다리며


얼마 전 봄비를 기다리며 그림을 하나 그렸습니다. 


어릴 적 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봄 비를 보고 있는데, 큰아버지께서 봄비가 오니 논에 가야겠다며 일을 준비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비가 올 뿐 무엇이 이전의 계절과 다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단내가 나던 기억이 납니다. 


유독 힘든 겨울을 보내서 그런지 올해 무척이나 봄비를 기다렸습니다. 코로나로 직장도 없어지고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듯한 겨울, 그저 그림을 그리면서 묵묵히 견딜 뿐이었죠. 어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라며 비 소식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왔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며 크게 다를 것 없는 날을 이어갑니다. 아직도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린 채 여전한 삶을 이어가지만 적어도 처음만큼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새삼 놀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도 비 소식이 전해지지만 기다리던 봄비 소식이 무엇하나 변하지 않은 일상처럼 무덤덤하게 느껴집니다. 올해는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길 바란다던 생각도 바람도 무뎌져 가고요. 


어렴풋이 느껴지던 단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아직도 봄비가 오지 않은 것만 같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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