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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zen Apr 27. 2016

[서평]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이 궁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싫던 좋던, 대한민국에 살면서 삼성전자와 완전히 구분되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뻔한 내용이겠지...'라는 생각에 애써 외면하다가 결국, 어제 리디북스에서 구입하여 단숨에 읽어버렸다.


저자는

    · 왜 노키아는 몰락했는가?

    ·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 삼성도 노키아처럼 몰락할까?

    · 삼성이 몰락한다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이에 대한 해법은?

과 같은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왜 노키아는 몰락했는가?


2000년 9월부터 업계에 뛰어들어 IT 업계를 떠난 작년까지 약 15년 동안 '모바일' 산업에 최전방에서 일을 하였다. 오랜 기간 머물었던만큼, 모바일의 제왕 '노키아'는 개인적으로 선망과 분석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노키아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허물어졌다. 서비스 기업으로 선언하고, 누구보다 먼저 플랫폼과 앱스토어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그들이 사라진 것이다.


제왕의 몰락은 받아드리기도 힘들었지만 그 이유를 이해하는게 더욱 힘들었다. 일반 미디어나 블로거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 부재와 관료 조직'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전략은 명확했으며 빠르게 움직였다. 경제학도인 저자는 지금까지 이해하지 할 수 없었던 이 문제를 전략이나 실행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기존과 전혀 다른 각도의 해석을 전달한다. 첫번째 화두를 풀어가는 내용과 방식이 너무도 인상적이었으며 마음에 들었다.


"노키아의 몰락은 "혁신적인 산업에서 창조적 파괴가 도전 기업들에 의해 일어나고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가 소멸하는 바로 그런 과정이었다. 다시 말하면, 창조적 파괴는 인식이나 전략의 실패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지배적인 사업자는 판을 뒤집는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경제적 법칙임을 노키아의 몰락이 선명히 보여준 것이다.




아쉬운 중반부 스토리텔링


이와 같이 책의 서두는 진보함 없이 산뜻하게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게 이 책에서 느낀 처음이자 마지막 호감이었다. 첫번째 화두의 신선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타는 두번째 화두부터는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노키아 몰락의 이유를 '파괴적 혁신'과 '단절적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로 해석을 해버리니 "삼성도 노키아처럼 몰락할까?"라는 흥미로운 주제에도 뻔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어진 듯도 하다.


이때부터는 사회과학자의 재미난 스토리텔링은 사라지고 평범하고 누구나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치 어느 경제연구소의 잘 정리된 보고서를 읽는 느낌이다. '노키아의 성장 스토리'가 전체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저자는 노키아를 이해하는데 필수라고 여러차례 강조를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양을 할애할만큼 전체 맥락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소 지루한 노키아 이야기가 끝이 나면 그때부터 각종 수치와 그래프가 난립한다. 숫자는 전체 맥락의 신빙성을 증빙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저자는 지나치게 숫자에 집착한다. 책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쑤셔 넣은 듯한 인상이다. 그나마 간간히 나오는 저자의 주장은 분명히 공감이 가고 맞는 이야기지만 새롭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없다. 




해법은 이스라엘식 개혁


경제학자인 저자는 '삼성리스크'라고 부르고 있는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을 하고 풀어간다. 삼성의 몰락은 마치 인간에게 노화가 찾아오는 것처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노화로 인해 생겨나는 각종 부작용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가지 예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국내 재벌들의 비정상적인 소유지배구조이다.


삼성전자의 몰락은 수직계열화된 전자 주문 계열사와 관련 하청기업들의 위기로 전이되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앞서 논의했듯이, 삼성전자는 삼성 재벌 지배구조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의 7.2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14년 평균 시가총액 기준으로 13조억원이 넘는다.


중반부에 길을 잃어가던 저자는 마지막에 와서 비교적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013년 12월, 이스라엘에서 통과한 '경제력집중법(Concentration Law)'와 같은 형태를 국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례를 설명하고 국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충분히 공감을 만들어낸다.




문제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해법은 충분히 공감이 갔으며 합리적이다. 다만, 중반부에 수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설명한 숫자가 과연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국 재벌 구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제목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간결했던 것이 이해를 쉽게 도와주었지만 '도서'로서의 가치는 낮춰 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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