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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zen Jan 22. 2016

내가 해봐서 알아.

내가 해봐서 알아.
온라인 공간에서 돋보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블로그와 SNS에 까칠한 모습으로 감정을 배설하면 되거던.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비난하고 구글과 애플을 찬양하면 지지를 받아. 새로나온 국내 서비스는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페이스북은 버튼 하나에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여 포장해주면 돼.

내가 해봐서 알아.
지식인으로 포장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컨퍼런스에 연사로 서서 멋들어진 그림과 도표로 뻔하디 뻔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돼. 해외 보고서를 뒤져가며 새롭게 회자될 마케팅 키워드를 남보다 먼저 사용하면 인정을 받아. 멘토와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힘들어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당신이 왜 힘든지 각성시켜주는건 누구나 할 수 있어.


진짜 어려운 것은 서비스를 만드는 너저분한 ‘현실'에서 생존하는 것이지. 빅마우스들이 고상하게 플랫폼을 이야기 할때, 서비스쟁이들은 레거시때문에 발생한 CS를 해결해야 하며 버튼 하나를 추가하는 것때문에 상사를 수십번 설득해야 하니 말이지. 해외 에이전시와 버튼 하나때문에 안되는 영어로 끝없이 싸워야 하며 이제서야 IDC와 클라우드 사이에 가격표를 비교해야 하는게 '진짜 현실'이니 말야.


빅마우스와 거간꾼들은 생태계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지지기반은 아니야. 국내 산업을 든든하게 받혀주는 것은 너저분한 현실에서 고민하는 실무자들인 것을 잊지 마. 너네들보다 그들이 더 주목받는 것은 국내 IT 생태계에서 실제 성공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일 뿐이야. 성공을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실행에 옮기고 경험을 해야 산업이라는게 '현실'적으로 돌아가는거야.


그들의 말이 맞긴 해. 너네가 하려는건 구글이 3년전에 했던 것이고 십년전 아마존의 논문에도 나와 있어. 이제서야 왜 하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지. 그래도 어쩌겠어? 날려고 하면 뛸 줄 알아야 하고 뛸려면 걸음마부터 해야 하는걸.. 남들 나는게 부럽긴 하지만 걸음마라도 제대로 해야 다음을 고민할 수 있는 법이지.


그들을 너무 부럽게 바라볼 필요는 없어. 내가 남들보다 그런 사람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지만 몇시간 이야기 해보면 그들보단 너네들에게 배울게 훨씬 많더라. 그들은 '자기 서비스'라는게 없거던… 산업이 돌아가려면 Paper Knowledge보다는 implementation이 훨씬 중요한 거야. 자부심을 가지기를…!


올해도 수고했어. 내년에도 열심히 뛰어보자.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기를. 
내가 해결은 못해 줘도 같이 욕해줄 수는 있으니…


- 이상과 현실의 간극때문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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