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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Oct 15. 2024

[영국 워홀 D+2] BRP 찾고 나니 할 일이 없다

돈카츠 식당 추천 TANAKATSU/ 뮤지엄 가려다가 못 간 하루/ 케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에 하는 성미는 어디에 있든 달라지지 않는구나.

 낯선 곳에서 살아본다는 것은, (그것이 해외가 아니라 어느 곳이라도) 어쩌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혼란스러운 것은 오랜만이라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이상하다! 할 일이 왜 없지 (?)


 맨날 눈뜨면 작업만 했던 지난 대학원 시절. 그때 못한 한을 풀어보려고 이번달은 작심하여 런던에 놀러 온 관광객 모드로 살려는 마음이었다. "집도 천천히 구하고, 이력서도 천천히 하고. 영국을 우선 좀 즐겨보자!"라고 다짐했는데, 


 — 그냥 불안하니까 일단은 할 거를 하자.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만.


 다정하신 호스트 분께서 식당을 추천해 주셔서 거기를 갈 예정이다. 오는 길에 가능하다면 BRITISH MUSEUM을 갈 요량으로 부랴부랴 짐을 쌌다. 아침에 5시에 일어나서 충동적으로 요가를 결제했지만, 아뿔싸 필요 준비물에 요가매트가 있는 줄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매트도 없고, 편안한 복장도 별로 없지만. 그건 일단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영어공부를 좀 하고, 일정을 정리하는데 이제 둘째 날이다 보니 도무지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뉴비의 마음인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래도 다 지나가고, 금방 적응하겠지. 알면서도 오늘 하루종일 뒷사람을 향해 Sorry를 달고 다녔다. 한국이랑 다를 바 없이 바쁜 도시. 내가 느려서 미안합니다. 






링크는 블로그에, 혹은 구글 검색으로 나와요 :)

TANAKATSU · 10 Wakley St, London EC1V 7LT, United Kingdom              

★★★★★ · Japanese restaurant




1. 런던이 맛있어진 걸까, 이 식당이 그저 맛있는 걸까



 지난 19년도만 해도 영국음식의 맛없음에 대한 충격은 그저 놀라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비싼데 이런 맛이 난다고? (이건 다분히 부정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큰 기대라고는 별로 없었는데, 아니 웬걸. 실패보다는 성공이 많은 맛집 투어다! 



 다정하게 물어봐주시는 호스트분 덕분에 알게 된 찐 맛집! 


 동네사람들 여기 꼭 가보세요.




가게 밖 길의 모습



식후 주는 차 한잔, 물도 돈 달라고 하는 런던에서 공짜물이다!



 새삼 참 일본인의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섬세함에 대해 놀랬다. 정갈한 한상인데 여기에 앉아서 밥을 먹는 모든 사람의 편의를 생각한 것이 서빙을 시작하고 음식을 다 마칠 때까지 느껴진다. 이러나저러나 서로 간의 이슈가 참 많은 서로서로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의 마케팅 능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이베리코 돈카츠 + 밥추가를 시켰는데 너무 느끼하지 않고 고기는 부드럽고 질이 좋았다. 


 *맞다, 런던에서 요즘 서비스 차지 (=팁)을 부과하는 편이니 꼭! 걱정 말고, 잊지 말고 뺴달라고 할 것. 





2. 아직 어려워요, 런던 뮤지엄. 그리고 케이크 뽑기 실패 - 너무 다디달고 다디단





 식당과 거리가 조금 있던 탓에 뮤지엄에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 늦었다. 예약은 하고 갔는데 줄이 너무 긴 것이 아닌가. 가만히 서서 생각해 보다가, 사람도 너무 많고, 어쩌지. 하다가 


 그냥 돌아왔다. 


 일단 시차 때문에 너무 졸렸고, 그동안에 몰아치던 일들에 대한 피로가 아직도 안 풀린 상태였다. 


 그리하여 홀린 듯 카페에 들어가서 케이크하나 커피 한잔 시켜놓고 일단은 앉았는데, 맛있어 보이던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고 느낀 것은

 '아 이것은 설탕으로 만들어졌구나.'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정말로 그 생각부터 들었다. 

 웬만해서는 빵이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인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달아 도무지 더 먹을 수 없어서 크림만 걷어내고 그 밑에 브라우니만 골라먹었다. 그 와중에 조명에 비친 포크가 너무 예뻐 찍은 사진. 


 이렇게 보니까 순 맛집 투어만 다니는 것 같다, 나.  






 애정하는 언니가 준 노트와 함께 앉은 어느 오후. 


 이틀쨰의 오후였고, 나는 아직도 조금은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냥 부딪혀봐도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성장해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르고, 다름이 인정받는 곳.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정리가 되지 않는 모든 문장들을 적어 놓는 마음으로.





 내일은 꼭, 읽을 책을 사야지.


 아홉 시면 잠이 드는 시차는 이제 곧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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