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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 Oct 16. 2021

군것질거리 가득한 멕시코 시장에서의 조식

멕시코 방황기(彷徨記) 7편

멕시코 와하까에서 맞는 두 번째 날. 드디어 '이에르베 엘 아구아(Hierve El Agua)'로 떠나는 날이었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에서 목적지까지는 차로도 1시간가량 걸리는 여정이었다. 멕시코시티에서부터 타고 온 마리나 엄마의 차에 올랐다.  


마리나는 '이에르베 엘 아구아'에 가기 전에 잠시 시장에 들러 아침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은 만국공통진리.


개인적으로는 전날 갔던 마을의 식당에서 먹는 조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마리나는 시장에서 아침을 먹는다는 것에 꽤 들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덩달아 기대가 되었다.  



시골 마을에서의 시장이라 닭이라도 날아다닐 것 같은 재래시장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잘 지어진 건물 안에 들어선 시장이었다. 생각보다 가게 및 사람들의 밀도가 놓지 않고 이른 아침인데도 꽤나 조용했다. 과일주스 가게의 화려한 장식들과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장 안은 야채나 고기, 해산물과 같은 원재료를 파는 시장보다는 빵, 주스, 식사 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더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괜히 서울의 광장시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군것질거리가 가득한 시장의 모습.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로컬 식당들이 자리를 하나씩 잡고 있었다. 식당에는 그리 많지 않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 식당에 들어갔다.  



마리나는 메뉴판을 보자마자 환호를 하며 한 메뉴를 골랐다. 

뭐냐고 묻자 수프라고 했다. 수프 안에 밥이 있다고.


수프 안에 밥이라… 그건 국밥이 아니던가! 


마리나가 주문한 요리를 한 숟갈 덜어내 맛을 보았다. 닭곰탕 같은 맛이었는데 라임과 고수를 넣어서 베트남 쌀국수의 국물을 연상시키는 맛이었다. 멕시코식 해장 요리일까. 



나는 먼저 커피를 한잔 마시며 마리나의 엄마에게 와하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타코 안에 닭고기가 들어가고 카카오의 원산지로 유명한 와하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카카오를 주재료로 만든 몰레(Mole) 라는 소스가 뿌려진 요리를 추천받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요리 위에는 한국의 백반집에 가면 나오는 거의 튀기다시피 완숙으로 부쳐진 계란 프라이가 얹혀 있었다. 나는 그 위에 마치 청양고추로 만든 것 같은 매운 소스를 조금 뿌려서 먹었다. 



아침으로는 조금 거한 듯했지만 이에르베 엘 아구아에 다녀오면 한참 늦은 오후에나 점심 혹은 점저(점심과 저녁을 합친)를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요리를 먹고 나서 마리나와 과일주스 가게에 들려 케일과 각종 과일을 넣어 만든 거의 녹즙 비주얼의 주스를 한 잔씩 마시고 시장 밖으로 나섰다.  


날이 화창했다. 

이런 날 '이에르베 엘 아구아'에 가다니.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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