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된 딸의 늦은 깨달음
뜨거운 지열이 펄펄 끓는 여름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길에서 닭꼬치와 떡볶이를 만들어 파시며 땀을 훔치는 상인아저씨.
평소같았으면 그저 의미없는 장면이었겠지만
그날 난 그분을 존경의 마음을 담아서 바라봤다.
누군가의 아버지라는건 참 멋있는것같다.
사실 요즘 무심코 내곁을 지나가는 사람들 하나하나 대단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특히 요즘 가장존경스러운 분은 바로 우리 아버지다.
우리 아버지는 근 30년 가까이 한회사에 다니시는 중이다.
30년이라…
당신의 딸이 태어나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이제 서른이니
그 긴 시간이 피부에 확 와닿는다.
아버지는 새벽같이 일어나 항상 6시 반이되면 출근을 하셨다.
엄마는 지금도 아버지보다 한시간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챙기시고 출근을 하신다.
나와 동생이 초등학생때 우리둘은 내복을 입고 겨우 잠에서 깨어 아침을 같이 먹고
출근하시는 아버지에게 다녀오시라며 현관앞에서 배꼽인사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1년에 1주일정도 있는 정기휴가빼고는 출근을 하셨다.
난 사실 대학생이 될때까지도 오래 한 회사에 다닌다는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나기시 시작하는 직장인이 되면서
우리 부모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단순히 한 회사를 오래 다니신것만으로 그런 감정을 느낀게 아니다.
가족에겐 약한모습 한번 보이지 않으시고 늘 그렇게, 마치 기계같다고 해야할까.
같은 모습을 유지하며 가정을 유지한다는 것.
내겐 그 사실 자체가 존경스럽다.
평탄한 인생을 살 줄 알았던 나의 막돼먹은 예상은 스물일곱부터 많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서른즈음에 결혼을 하려했던 내가 스물일곱에 결혼을 할 줄 몰랐고
그저 평범한 회사에 아부지처럼 꾸준히 다니는 성실한 사람을 만나 결혼할줄 알았는데
사업을 꿈꾸는 남편을 만나 이런저런 일을 다 겪어보는 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을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면서
나는 은근히 아버지와 남편을 비교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았던 것 같다.
절대 내 이상형은 '아버지와 반대인사람' 이었는데
어느새 같은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혹시 나중에 우리가 하는 사업이 어려워져서
나도 밖으로나가 일을 해야될 때가 오면 어떻게해야할까
전공과 관련된 일은 절대 하지 못할텐데...
그렇게 혼자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때
우리엄마를 떠올렸다.
나 초등학생때 엄마는 성격에 맞지도 않는 보험일을 하셨다.
동생과 난 밤늦게까지 유치원과 태권도체육관을 같이하던 곳에 맡겨져
둘이 많이 의지하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엄마는 휴대폰 공장으로 들어가셔서 주말도없이 일하셨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고 나는 정답을 찾은듯,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우리엄마가 가족을위해 그렇게 일했는데 나도 할수 있겠지..
어느새 내가 힘들때 떠올리는 건 엄마였고 엄마는 내 롤모델이 된 것 같다.
어제는 엄마한테 하루 쉬는날있으면 같이 기차타고 강릉에 가자고 했다.
휴가도 따로 없는 엄마인줄 알지만
그래도 하루 같이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