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시작한지 1년, 자축하는 글
나는 아침잠이 많다.
결혼하기전에는 밤잠이 많아 10시면 쓰러졌는데
남편은 늦게자는편이라 거기에 맞추다보니 늦게자고 늦게일어나는 게으른 아내가 되었다.
남편은 아침 6시 40분정도면 출근한다.
결혼하고 1년정도는 남편이 출근할때가 되면 겨우 일어나 다녀오라며 인사만 하는
불량한 아내생활을 했다. 남편은 처음엔 티를 내지 않더니 나중엔 서운해했다.
셔츠도, 양말도 챙겨주는 아내를 생각했을텐데 나의 모습은 그와 완전 반대였으니...
남편의 서운함을 느낀 이후 나는 아침마다 음료를 만들어주었다.
남편의 회사에서 아침이 나오니 음료가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1년째 출근하는 남편손에 텀블러를 쥐어주고 있다.
여름엔 냉동 블루베리를 사서 믹서에 갈아 텀블러에 얼음과 함께 갈아주고
우유와 수삼, 꿀을 넣어 갈아주기도 한다.
내 상태가 좀 괜찮으면 아침에 좀 손이 많이가는 토마토를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토마토와 꿀을 넣어 건강음료,
바나나와 우유를 넣은 바나나쉐이크도 가끔 해준다.
수박이 있으면 씨를 제거하고 꿀이나 설탕넣지않고 수박만 잔뜩 넣어 얼음과 함께 담아주기도 하고
진짜 귀찮으면 홍차를 시원하게 만들어 챙겨준다.
겨울엔 단순하다.
생강청, 매실차, 유자차...
가끔 우유에 코코아도 타주고 커피도 내려준다.
따듯한 음료를 만들어주려다보니
여름만큼 재료가 다양하지 못하다.
일어나면 잘 다려둔 셔츠와 양말, 속옷을 챙겨 거실로 나와
소파위에 잘 둔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앞에 선다.
잘 뜨지도 못하는 눈을 비비며 냉장고 문을 열고
전날 미리 생각해둔 준비물을 꺼내 만들기 시작한다.
겨우 5분이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한 음료를 만들어줄 수 있는건데 그간 참 게을렀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봤으나 요즘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건 수삼우유쉐이크, 수박쥬스다.
아침마다 음료를 만들어주는 내 모습을 보니
매일 아침 식사를 챙겨주던 엄마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나도 그렇게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것 같다.
물론 아직 엄마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엄마는 아빠와 싸운 다음날에도 새벽이면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아직 남편과 싸우고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음료를 패스한다.
그리고 서로 화해하면 또 미안해지는게 반복이다.
앞으로는 미우나 고우나
한결같이 텀블러에 정성을 담아 음료를 담아주는
아내가 되어보려한다.
아침의에 5분~10분 노력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게 느껴지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이 건네주는 사랑스러운 빈 텀블러가
계속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