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회사에 사직을 통보했다.
"살다보면
끝을 알지만
시작하는것도 많아
버텨라,
그리고
이겨라."
남편의 다니던 회사에 사직을 통보하고
티비채널을 돌리던 중
미생 19화를 보게 되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드라마로 두세번도 넘게 본 드라마인데
이번에는 드라마의 메시지가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영업3팀의 만년차장 오상식은
회사를 위한 정의로운 일을 했음에도
회사에 손해를 내고 있다는 윗선의 무언의 압박을 받고
회사를 나가는 방법으로
손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혼자 지었다.
그리고 원인터내셔널에서 같이 일했던 김부련부장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상사맨을 계속한다.
"죽는거 아냐, 회사를 나가는거야"
오상식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장그래한테 하는 말이었다.
그래, 죽는거아니겠지.
회사를 나가는것 뿐이겠지.
그 대사를 되뇌고 또 되뇌었다.
20대 중반에 이 드라마에 빠져 봤을때
이런 대사는 그냥 흘려들었던걸까.
나도 장그래처럼 울었다.
속으로도 울고
남편앞에서도 울었다.
막연한 불안함이 나를 덮었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를 나가서
자기사업을 하겠다는데
나는 울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다는건
아직 현실로 다가온 일이 아님에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이다.
나는 조급한 마음으로 가계부파일을 열고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제외한
줄일수 있는 부분을 체크해나갔다.
요금제도 바꾸고, 외식도 줄였다.
2세계획은 또 멀어졌다.
그게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가계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아이를 갖고나서
훗날 생활이 힘들어지면 자책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다.
노파심에 걱정되어 전화했다는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같이 사업하는 사람은 몇살인지
며느리가 언제부터 출근을 하는지
이것저것 궁금하신점을 물어보시는데
겉으로는 태연한척, 걱정마시라며
잘 설명해드렸지만
어머님이 걱정해주시는 목소리에
목이 콱 메고 눈물이 맺혔다.
부모님회사를 물려받는사람 말고
원래 처음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인생수업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평탄하고 지루할줄 알았던 인생이
오르막 길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 내리막도 만나고
평지도 만나겠지 생각한다.
마음 한켠에는 누가 정답을 좀 알려줬으면 싶다.
언젠가 이 어려움을 돌아보는 순간이 오면
웃을수 있겠지.
이 더운여름을 다시 만나기전까지,
웃을 수 있는 그 순간이 머지않아 오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