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만 타면 복잡해지는 머릿속
직장을 다니면서 이상하게 더 걱정이 많아졌다.
이 일을 평생 업으로 삼고 갈 수는 없을 것 같고, 평생 돈은 벌어야 할텐데
지금와서 전문직에 도전하기도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딱히 해결방안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지금 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느낌.
갑자기 나의 미래가 뿌얘진 것 같았다.
나는 얼마전부터 직장인이 되었다.
결혼하고 3년만에 출근이라는 것을 하게 된 것이다.
'직장에 다녀야지'마음을 먹고 3번째정도로 내본 이력서였는데 면접을 보게 되었고 바로 그날 저녁 합격이 되었다. 처음엔 생각보다 낮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여 나도 원하는 연봉을 제시했더니 그럼 그렇게 하자면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부를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새로 다니게 된 회사는 큰 회사는 아니고 아주 작은 회사인데 그동안 하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야근이 없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대신 집과의 거리가 먼게 단점이긴 하지만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야근이 없는 회사였으니 그 점은 아주 성공한 것 같다.
오래간만에 지하철을 탔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하는 만원버스에 낑겨 겨우겨우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또 만원지하철이다. 역시나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다. 내가 3년전에 봐왔던 그 풍경 그대로였다. 모두들 어느 회사를 가는건지, 무슨 일을 하는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 사람도 누군가에게 꼰대 사수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어느날 남편이 말했다. 공인중개사 공부를 한번 해볼까 한다고.
언젠가 쓸모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나는 공인중개사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라고 핀잔을 주었다.
지금 부동산이 길 건너 하나씩 있는데 돈이 되겠냐면서 말이다.
겉으로는 핀잔을 주었지만 속으로 나도 무언가 해야하는거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일본어 공부'이다.
외국어를 하나 할 줄 알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고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던 경험이 있어 일본어라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시작한 것은 없다.
참, 내가생각해도 단순하다.
먹고살 걱정을 하다가
일본어공부라는
결국 하고싶은 공부를 하기로 결정하다니.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이력서를 쓰면서 깨달았던 것은
무엇을 해도 결국 다 쓸모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쓸모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현재는 일본어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나의 일본어 실력이 언젠가는 쓸모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공부, 평생 즐겁게 하자
이왕 시작하는거 즐겁게 하고 싶다. 누가 시켜서 하는것도 아니고 당장 필요해서 해야하는 공부도 아니니 즐기면서 배워가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싶다.
업무하다가 시간이 남으면 히라가나를 먼저 외우고, 가타카나를 외울 것이다.
그리고 책 한권사서 단어도 외우고 그렇게 문장으로 넘어가는것이 나의 계획이다.
생각만 해도 멋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고
일본여행만큼은 의사소통에 대한 두려움없이 다닐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좀 오래 걸리겠지만 꾸준히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