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월 Jan 03. 2018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대사들을 잊고 싶지 않아 기록하게 되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는 '가을에 추천하는 영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읽고 언젠가는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영화였다. 2010년도에 개봉한 영화인데 지금까지 찾아볼 생각을 안했던건 아마 제목에서부터 연상되는 뻔한 스토리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인공은 포스터에서 보이는것처럼 여자일 것이고, 여자가 혼자 여행을 떠나 먹고싶은대로 먹고 놀고싶은대로 놀다가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데 그 과정에서 무언가 잔잔하고 아련한 감동을 주는 영화일 것이라는게 내 예상이었다. 


출처-네이버영화


어느정도는 내 예상과 맞게 흘러갔지만 영화는 여행보다는 내면의 균형, 삶, 나란 사람에 대한 주제어에 더욱 촛점을 맞추어 얘기하고 있었다. 영화 초반에 리즈가 자신과 다른 배를 타고 있는 듯한 남편에게 이혼을 얘기할 때, 난 솔직히 남편의 편에 서 있었다. 짧은 2시간 30분동안 둘의 결혼사와 이혼의 이유를 타당하게 설명하기란 힘들겠지만 내가 보기에 둘의 이혼사유는 단순했고 리즈의 말과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들 그러고 살아. 20대에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하고, 30대에 좋은 집을 갖고... 그러다 어느날 깨닫지. 내가 원하는건 이게 아니라고. 그렇게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정신과에 상담하러 가는거야."


맞다. 살다보면 영화속의 리즈처럼 다 던지고 떠나고 싶을때가 있다. 그렇지만 리즈의 친구가 한 말처럼 우리 대부분은 나의 상황과 타협한다. 모든걸 버리고 휙 떠나버리기에 나는 현재에 너무 안주해있고 새로움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했기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 아마 평생 그렇게 떠나지 못하겠지만 리즈처럼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는 상태가 온다면 충분히 고려해볼만 한 일이 아닐까



출처-네이버영화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을 했다. 1년의 여정치고는 꽤 소박하고 새로울것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어 리즈가 만나는 이혼남, 이혼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리즈가 케투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보며 나도 똑같이 고민하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느꼈던 곳이 케투와 대화하는 신이여서 그런가? 리즈가 피자를 먹든, 파스타를 먹든 남자와 사랑을 하든 관심없었다. 그냥 먼 타지에서 정말 운좋게 자신의 멘토와 버금가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내가 멘토가 필요해서인가. 삶의 멘토.


마지막은 아쉽다. 결말은 너무나 아쉽다. 사랑이고 뭐고 다싫다며 떠나온 리즈가 발리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자신의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게 싫어 이혼하고 떠나온건데 발리에서 사랑을 만났다. 나는 리즈가 느끼한 브라질 이혼남도 뿌리치고 다시 뉴욕으로 와서 행복한 제2의 삶을 사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 '함께 건너자'며 배를 타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모습을 보고 로맨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그것보다 씩씩한 리즈의 모습을 바랐었는데 아쉬운 결말이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얼굴에 문신을 하는거야


얼굴에 문신을 하는 것이라는게 아이를 낳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계속 곱씹으며 생각해보아도 해석하기 어려운 대사인것 같다. 지울 수 없는 인생의 한 줄같은 것인가? 나쁜 의미인가?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서 그런가... 어렵다. 이 영화의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충분한 감동을 느낄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듯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였다. 나는 과연 누군가를 사랑할 가슴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 내가 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 보다 사랑가득한 마음을 받는 것이 더 좋다. 





 

작가의 이전글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