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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 Nov 27. 2019

사랑의 형태

사람 무는 개는 그냥 죽어야 하나요

Zero to One Project 는 새로운 개념의 토탈 반려동물 복지센터,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더봄센터를 함께 알리고 당신의 이름으로 지어주세요.
쓰레기더미에서 태어난 생명


강이는 2013년에 태어났습니다. 여주의 한 애니멀호더의 집이 그의 고향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개들은 저들끼리 번식을 거듭하며 개체 수를 늘리고 있었습니다. 치우지 않은 쓰레기더미 밑으로 생명이 태동했습니다. 강이도 남매들과 함께 꼬물거리며 쓰레기더미 속에 묻혀 있던 것을 카라의 활동가들이 찾아냈습니다. 강이는 참 작고 약한 숨을 내쉬며 꼬물거리고 있었습니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냈어도 이보다는 충격이 덜했을 것입니다.



강이는 남매들과 함께 카라의 품으로 왔습니다. 뽀짝거리며 걸었고, 앙증맞게 뛰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였습니다. 그런데 입양을 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상하게도 강이는 좋은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강이는 여전히 우리 품에 안긴 채로 제 남매들이 하나둘씩 평생 가족을 찾아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남매들이 떠난 빈 자리에는 또다시 구조된 다른 개들이 왔습니다. 곁의 동물들은 계속 바뀌었고, 야속한 시간 속에 강이는 성견이 되었습니다.


생후 3개월 즈음 된 강이. 형제인 산이는 일찍 입양을 갔다.
어떻게 올라갔니? 호기심이 가득하던 아기 강이.
개린이 시절의 강이. 이 곁의 개 '꽁개'도 강이보다 훨씬 일찍 입양을 갔다.



외롭고 똑똑한 문제아


강이는 굉장히 영리한 개입니다. 앉아, 기다려, 엎드려 등 간단한 지시어 정도는 쉽게 배웠고 눈치가 빨랐습니다. 어쩌면 다른 개들이 입양을 가는 과정- 활동가들이 다가와 “강이야, 인사해야지, 가서 잘 살라고 해줘” 라고 이야기하고 남매들이 센터에서 어느 날 사라지는 경험, 그 빈 자리에 다른 동물이 들어오고 다시 나가는 것, 그들이 결국 가족을 찾으러 간다는 것을 다 이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애는 영리하고 똑똑한 견공인 동시에 카라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문제아이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개를 물었고 싸움을 말리는 활동가의 손까지 물어버리고는 했습니다. ‘사고’를 쳤다는 것을 직시한 후에는 현장에서 몸을 피했습니다. 눈치를 보는 얼굴은 처량하기까지 했고요. 입양카페에서 지내던 강이는 다른 개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이유로 4층 사무실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강이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냈지만 그들의 사랑이 사실은 얇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 간식을 주거나 한 번 보듬어주는 것으로 강이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강이는 일찍 출근해 자신과 긴 아침산책을 해 주는 사람, 점심식사를 제끼고 뒷산을 함께 뛰어주는 사람을 비롯해 제게 오랫동안 꾸준히 시간을 쏟아주는 사람에게만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애는 다른 활동가들이 저 말고 다른 개를 예뻐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 듯 합니다. 어느 날엔 저보다 훨씬 작은 체고의 개의 목덜미를 물었습니다. 활동가들이 바로 만류하지 않았다면 상대는 크게 상처입었을 것입니다. 작은 개가 목에 붕대를 감고 나타난 이후에는 강이도 그 개에게 애정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했던 모양인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강이의 ‘물림 사고’는 활동가들의 큰 고민 중 하나였습니다. 이 상태로 입양을 보낸다면 금방 파양될 것이 빤했습니다. 물림사고는 자주 일어나지 않았지만 잊을 만할 때쯤 간간히 일어났고, 그래서 더 교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여느 개와는 달리 강이는 이 개를 물었을 때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우리가 바라보는 강이는 개라기 보다는 일곱 살 먹은 어린애 같았습니다. 무척 외롭고 예민한 어린애.


좋아하는 활동가의 발치에서 쉬었던 강이.


‘사람 무는 개는 다 죽여야 한다’


간간히 개물림 사고가 뉴스에 보도됩니다. 누군가 키우던 반려견이 이웃을 물거나, 혹은 거리를 배회하는 유기견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보도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대개 많은 사람들이 ‘사람 무는 개는 죽여야 한다’ 라고 입을 모읍니다. 어떤 생명의 죽음을 쉽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히 사람을 문 짐승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일까요?     


우리는 강이를 보며 ‘만약’ 이라는 가정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강이가 어릴 때 좋은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갔다면. 만약 우리가 강이에게 좀 더 잘 해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강이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물었을까요? 아니지 않을까요. 호르몬이나 신경증상 등 건강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개물림 사고의 원인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개의 본능을 제대로 해소해 주지 못했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을 했다거나. 사고의 원인은 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강이는 지금 카라 센터에 없습니다.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곳에는 카라에서 먼저 입양 간 다른 개 친구와 보호자가 구조한 고양이들도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절대적이고 영원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일까요, 강이는 그 집으로 입양을 간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문 적이 없습니다. 끊임없는 매너교육과 굳건한 사랑 속에 강이는 좀 더 자유롭고 온화한 존재가 됐습니다.          


입양 후, 오랜만에 활동가를 만나 함께 산책을 나온 강이. 가족과 함께하는 강이는 아주 온순하고 온화해졌다.


사랑의 모양


개는 죄가 없습니다. 개는 변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그저 잘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개의 욕구와 본능을 알지 못해서, 개를 이해하지 못해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사람과의 잘못 쌓아온 관계에서 비롯된 불화인 것입니다. 강이의 풀어진 눈매와 더 어려진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활짝 핀 얼굴이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카라는 일 년에 한 번 ‘땡스 패밀리 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합니다. 입양 간 개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서 여는 강아지 운동회 입니다. 그 곳에서 만나는 개들은 우리 곁에 있을 때와는 때깔이 다릅니다. 분명 우리도 나름대로 좋은 사료 먹이고 산책 잘 시켜가며 최선을 다했는데! 하지만 집밥 먹는 개의 자태와 자신감은 비교할 수 없이 남다릅니다. 그리고 대부분 개들은 우리를 모르는 척 합니다. 입양카페에는 발도 들이기 싫어해서 문 앞에서 딱 버티는 개들도 있습니다. 개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를 모르는 척 하고 가족 곁에 딱 붙어있는 게 훨씬 현명하다는 것, 그리고 이 입양카페에는 진짜 가족이 없다는 것을.


입양카페 아름품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마약쿠션은 가족의 무릎만 못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개들을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자고 구조를 해왔는데, 개들은 우리 품에서도 외로워 했습니다. 개들은 다른 개친구들과 동등한 사랑을 나눠가져야 했습니다. 개들에게 카라에서 절대적인 ‘내 편’이 없었습니다. 개들에게 앞에 선 활동가들은 공정한 만큼 야속한 사람일 뿐이었겠죠. 니 편도 내 편도 아닌, ‘우리 편’이라서 더욱 내 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활동가들의 위치는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우리가 개들에게 쏟는 사랑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차오르지 못하고 줄줄 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죽어도 되는 동물은 없다


이제 강이는 행복하고, 카라에는 입양을 가지 못한 개들이 250여 마리 즈음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동물들이 도움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곳에서의 외로움이야 사치스럽고 그저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손가락질로 억압받는 동물들.     


‘사람 무는 개는 죽어야 한다.’
‘길고양이는 더럽고 무서운 동물이다.’
‘유기동물은 버려질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오만과 편견을 깨고 더 많은 동물들을 돕기 위해 카라 더봄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더 많은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교육하고, 입양을 보낼 수 있는 곳. 문제 행동이 있다면 교육을 통해 교정하고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2019년 11월에 촬영한 카라 더봄센터 건립 공사현장.


견사 복도로 들어가는 길! 깨끗하고 단정한 견사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도와주세요. 동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종식시키고 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역사적인 한 걸음을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더봄센터 후원 https://paju.ekara.org/
기타 후원문의 info@ekara.org 


강이야, 우리가 여기서 너의 삶을 항상 지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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