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연 Dec 04. 2019

조용한 학대, 1m의 삶을 끊어내다

     

Zero to One Project 는 새로운 개념의 토탈 반려동물 복지센터,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더봄센터를 함께 알리고 당신의 이름으로 지어주세요.


우리는 참 목줄에 매인 개들을 많이 봅니다. 도심 한 가운데서도 심심찮게 목줄에 매여 잠을 청하거나 컹컹 짖는 개들을 만날 수 있고, 도시 외곽으로 나갈수록 짧게 묶여 자유를 박탈당한 개들을 목격합니다. 몇 걸음의 공간이 세상의 끝인 개들. 1m의 삶에 구속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평생을 뛰지 못한 개


진순이는 새끼 때 진돌이와 함께 목줄에 묶였습니다. 두꺼운 쇠목줄에 묶인 이후 진순이는 5년간 단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습니다. 둘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5년을 꼬박 살아야 했습니다. 진순이와 진돌이는 중성화 수술조차 되어있지 않았는데, 둘 사이에 새끼가 태어나면 보호자인 할아버지는 그 새끼들을 개장수에게 갖다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5년. 진순이의 삶은 말뚝에 박혀 그 자리에 멈춰버렸습니다. 계절을 온 몸으로 고스란히 견디는 것, 자신의 대소변으로 오염된 땅 위에서 생활하는 것, 먹다 남긴 짬밥이나 곰팡이 핀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것, 새끼들을 빼앗기는 것. 자유를 가져본 적 없었으나 그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진순이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의 가족이 되겠다는 시민 분이 진순이와 진돌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카라의 활동가들이 구조와 치료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요. 하지만 진순이의 불행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구조 당일, 진순이는 앉지도 서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진순이의 양쪽 뒷발이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진순이는 특별히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니었으나, 발에 생긴 상처로 세균이 감염된 것이 괴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병원의 설명입니다. 다리가 너무 상해서 절단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심장사상충에까지 감염되어 수술을 버티지 못할 확률이 너무 높다고요.



불행은 쉬지도 않고 줄지어 찾아왔습니다. 심장사상충을 치료한 뒤 다리를 절단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진순이는 다리의 염증으로 쓰러졌습니다. 열이 올라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것을 넘어서 결국 목숨이 위험한 순간까지 갔습니다. 진순이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공허한 눈빛을 했습니다. 하지만 진순이는 생사의 기로에서 씩씩하게 돌아왔습니다. 병원은 진순이의 삶에 대한 순수한 의지가 진순이를 살렸다고 말합니다.


진순이는 생애 처음으로 외출을 했습니다. 깨끗한 흙과 싱그러운 풀냄새, 마른 낙엽과 보랏빛 꽃봉오리의 향까지 진순이에게는 모두 처음이었습니다. 진순이는 사람의 다정한 손길에 몸을 기대보기도 했습니다. 다섯 살이라기에는 너무 피로하고 늙어 보였던 얼굴이 한결 더 편안해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진순이가 웃는 듯 했고, 어쩌면 진순이는 이 순간을 위하여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순이는 고관절에서부터 다리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두 번에 걸쳐 받았습니다. 어떻게든 다리를 살려 의족을 맞춰주고 싶었지만 다리가 너무 많이 썩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 수술을 끝낸 진순이는 며칠을 우울해 했지만 곧 다시 회복했습니다.


비로소 고통스러운 삶과 완전히 작별한 진순이는 지금 처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비록 두 다리는 없지만 가족과 함께 온 세상을 누비게 된 그 소중한 삶, 그 온기와 자유가 진순이의 여생 내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기원


우리는 진순이 외에도 목줄에 묶여 방치된 수많은 개들을 만났습니다. 진순이야 운 좋게 구조가 되었지만 얼마나 많은 개들이 목줄에 묶인 채 살아가나요. 우습게도 목줄을 묶어놓은 보호자들은 악하거나 못된 사람들은 또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개는 그냥 그렇게 키워도 되는 줄 알아왔을 뿐입니다.


개들은 가족을 보고 꼬리를 흔들고 기뻐하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개를 그렇게 키워도 되는 세상에서 살아왔으니까요.


그 절대적이고 신비로운 사랑의 기원이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 손길 한 번이 그렇게도 간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가 인류와 함께 살아오는 방향으로 종족 번식을 해와서? 인간이 개들을 인간친화적인 유전자만 남기는 방향으로 교배해와서? 어떻게 개들은 자유를 억압하고 본능을 저해하는 사람들을 그다지도 사랑할 수 있는 걸까요.


오매불망 사람이 오길 기다리던 리트리버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무거운 쇠목줄과 다 깨진 대야가 전부이던 개, 체리.


누군가는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서 동물을 입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쩌다가 동물을 입양했다가도 성숙한 입양가족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닌 경우들도 있습니다. 동물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입양을 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물을 파양하거나 버리는 사람들, 혹은 방치하는 사람들. 동물들은 저들을 사랑한 사람들 때문에 되레 고통받고 버림받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카라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동물권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시민들이 카라의 센터에 찾아와 동물들을 만나고 나서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이와 소속을 불문하고서 공통적으로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남과 교육을 통해 동물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선 앎이 꼭 필요하다는 것, 우리는 그 사실을 시민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고는 합니다.


동자승 님들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요.


더 들여다 봄, 더 봄     


우리는 카라 더봄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더봄센터의 설계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교육장입니다. 대개의 보호소에는 교육장이 따로 없으니까요. 우리는 입양을 고민하는 가족들, 그리고 센터에 견학을 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올바른 방법을 비롯해 동물과 공존하는 삶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우리의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려 합니다.


11월의 카라 더봄센터 공사현장 전경
더봄센터 안쪽 중정

그리고 무엇보다, 구조된 동물이 보란 듯이 잘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참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진순이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말뚝인 양 취급받던 동물들을 잘 치료하고, 잘 돌봐서 좋은 가족들에게 입양을 보내고 싶습니다. 옥상정원을 함께 산책하며 세상을 걷는 법을 같이 연습하고, 그 대견한 모습으로 동물 또한 살아있는 생명임을 사회에 증명하면서요.


카라 더봄센터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성장하는 힘을 기르길 꿈꾸고 있습니다. 이제 공정 막바지에 다다른 카라 더봄센터 건립을 위해 여러분께 후원을 요청드립다. 동물들과 사람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위하여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도와주세요!


더봄센터 건립 현황 https://vo.la/cuKt
더봄센터 후원 https://paju.ekara.org/
기타 후원문의 info@ekara.org 


목줄에서 풀려난 개는 아주 신중하게 산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많은 개들이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형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