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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21. 2022

통화

22.08.21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글쓰기 part 1

저녁을 먹으러 왔다. 간단하게 먹기 위해 따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도 챙겨 오지 않았다. 길을 가다 몇 번씩 봤던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평소 오래된 간판과 북적되는 사람으로 한 번은 꼭 가봐야지 했는데, 마땅히 타이밍 잡기가 애매했다. 그런데 딱히 끌리는 음식점이 없었고, 자리도 웬일인지 비어 있어 오늘이 그 타이밍이구나 싶었다.  


자리는 무척 한산했고, 메뉴판 역시 단출했다. 요즘은 여러 메뉴가 있는 가게보다는 단출하게 몇 개의 메뉴만 있는 곳이 더 신뢰가 갔다. 우선 가장 위에 있는 메뉴인 해물 칼국수를 주문했다. 테이블 세팅이 되고, 기다리는 동안 뭘 하지 하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 들려오는 큰 소리가 있었다.  

아, 회장님 당연히 그래야죠.  


눈을 돌려 살짝 살펴보니,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대각선쯤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그런데 신경에 걸리는 것이 스피커 폰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계신 거였다.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자꾸만 통화 속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눈은 휴대폰 속 기사를 보고 있었지만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대화하고 있는 상대의 상담 내용이 고스란히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듣기 위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TMI가 이런 것일까? 순간 고민이 되었다. 예의를 말하며 스피커폰 이용을 자제하길 요청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식사를 할 것인가의 고민.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사이, 어느 순간 주문한 해물 칼국수가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할아버지의 통화가 끝나버렸다.  


왜 그렇게 스피커폰 통화에 민감했을까? 물론 예의가 아니기도 하지만,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꽤 있었다. 스피커폰에서 나오는 이야기들도 사실 엄청 크지는 않았지만 통화라는 것에 나오는 전자음 비슷한 것이 들려서 일까 조금 더 집중되었다.  


칼국수 속 조개껍질을 건져내며 그 부분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뭔가 마음에 찔리는 것이 있다는 것. 통화라는 것은 사적인 대화인데, 그것을 듣고 있는 것이 매너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 불편함을 야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쯤 생각을 정리할 때쯤 할아버지 일행도 나가고, 나 역시 식사가 끝났다. 과연 다음에는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할아버지에게 


‘제가 당신의 이야기를 의도하지 않게 듣게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피커폰 좀 끄고 통화해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조금 더 할아버지가 사과하며 폰을 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없는 상상을 하며 식당 밖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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