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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23. 2022

여름 바다

22.08.23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너는 이 길을 또 선택할 것인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하겠다. 


아니, 절대 안 해. 


그 일이 발생한 것은 2014년 7월이었다. 그날은 무더운 여름이었고, 너도 나도 휴가를 간다고 시끄러웠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 해는 해운대에 사람이 많이 몰렸다. 해변가로 색색깔 깔려 있는 파라솔과 웃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인파 속에는 내가 있었다. 바로 내 친구와 함께.  


친구와 함께 해운대를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체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같이 어울리고 놀던 친구가 사정사정을 하며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그리고 화려했던 그 해 여름은 내 인생 최악의 여름이었다.  


당시 픽업 아티스트라는 말이 유행했었고, 미디어에서도 이성에게 번호를 따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묘사하며 나올 때였다. 친구는 그 트렌드에 우리만 도태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결국에는 해운대에 앉아 있는 여러 여성들에게 같이 한잔하다고 제안을 계속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정말 한 명도 없이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거봐, 하지 말자고 했잖아.  


나는 친구에게 우리끼리 놀자고 이야기했지만, 친구는 이런 점에서 엄청난 열혈적 인물이었다. 결국 엄청난 노력 끝에 한 일행들과 합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말이 서툰 나와 친구는 처음 합석하기 전에 보여주었던 뻔뻔함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고, 뻘쭘함에 맥주만 들이켜고 있었다. 여성들도 처음의 그 패기와는 달리 너무 무료했는지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한다.  


우리… 물놀이나 할까요? 


이미 주위는 어둠이 내린 지 오래. 눈 아파에 누가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물놀이라니. 속으로 ‘지랄한다’라고 말했지만, 여성들이 있는 앞에서 친구를 괜히 기죽일 필요는 없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그 간의 무료함이 싫었던 건지 여성들도 흔쾌히 받아들인다. 친구는 어디서 구했는지 작은 비치볼을 들고 일행의 선두에서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불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에서의 물놀이란 정말 아비규환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몇 발자국 가지 못해 부딪히고, 물을 뿌렸는 디 낯선 굵은 목소리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등, 우리가 함께 한 일행과 놀았는지 그냥 혼자서 허우적거렸는지 구분도 못할 때쯤.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여어! 물이 시원해 어서 들어와 


친구 녀석이 깊은 물까지 들어간 듯했다. 주위를 봤을 때, 일행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서 친구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듯했다. 이러다 정말 친구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허겁지겁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의 목소리는 아득했다.  


한 발자국을 더 들어갔는데, 아뿔싸, 갑자기 바닥이 훅하고 사라지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었다. 그 순간 내가 맥주병인 것이 떠올랐다. 무슨 용기로 여기까지 나왔는지 이제는 내가 소리치고 있었다. 아니 소리친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조금씩 파도에 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친구의 목소리도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런데 친구의 목소리는 나처럼 물 먹은 듯한 목소리가 아니라 처음과 그래도 편안해 보였다. 물이 사정없이 들어오는 와중에도 친구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친구가 안고 있는 노란 튜브가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보였다.  


치사한 새끼….  


그렇게 기억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친구가 눈물인지, 바닷물인지 모를 습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애처롭게 보고 있었다.  


콜록콜록 


물을 뱉어내고, 내가 정신을 차린 것 같자, 친구는 그 재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렸는지 알 수 없었다. 멀리서 아이들 몇 명이서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야, 나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내가 겨우 너 발견해서 튜브 위에 올렸는데 기절을 한 거야.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주위에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구했는데, 정말 미친 아무도 안 오더라. 겨우 겨우 해변에 도착해서 널 눕히고 혹시 몰라 인공호흡해야 하나 보고 있는데 눈 뜬 거야. 근데 진짜 괜찮냐?  


아니, 죽을 것 같아. 정말 다시는 밤에 바다에는 안 들어갈 거야.  


그리고 이 말을 똑같이 염라대왕 앞에서 하고 있다.  


아니 절대, 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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