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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24. 2022

동물장 이동하기

22.08.24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매번 동일하게 펼쳐진 관경이다. 동그란 원형의 기구는 언제나 나를 유혹한다. 그 속 안에서 달리지 않으면 참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어느새 챗바퀴라고 불리는 원형 틀 속에서 자꾸만 그리고 계속 계속 뛰어가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한 밤중이고는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달렸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냥 앞에 보이니까 달린다. 마치 동물의 삶과 같다. 아니 나는 햄스터이니까 동물이긴 하지만 매번 똑같은 일상에 이렇게 앞으로 달리기만 한다는 건 무척 지치게 만든다.  


건너편 새장에 앉아 있는 앵무새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어이

어이 


힘들지 않아?

힘들지 않아 


정말이야? 그렇지 않은 듯한데?

정말이야. 그렇지 안….. 


이상하게 저 앵무새는 내가 말하면 대답이 한 톤 낮다. 그래서 내 말을 따라 하는지 아니면 대답을 하는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간혹 저렇게 끝말을 흐릴 때면 저건 분명 앵무새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오늘도 한 없이 달리고 나서 다리에 힘이 풀려 앉아 있는데, 작은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들어봤다. 그곳에는 언제나 막혀 있던 자물쇠가 열려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신났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열심히 달려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갔다.  


그런데 새로운 세상이… 많이 익숙했다. 매번 내가 달렸던 챗바퀴가 있고, 먹이통이 있고….. 다만 위치만 조금 다를 뿐. 하지만 뭐 어떤가? 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갔고, 탈출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리고 또다시 한 없이 반복되는 새로운 세상의 쳇바퀴 위를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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