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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28. 2022

취준생

2022.08.28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컴퓨터를 켠다. 오래된 노트북에서 팬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웹사이트를 들어가 새로운 채용 공고가 뜬곳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건 봤던 곳이고, 여기는 예전에 했던 곳이랑 별반 다를 바 없고. 


나름의 기준 아닌 기준으로 올라온 채용 공고들을 제치고 나면 결국 남아 있는 곳은 몇 곳 없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채용 공고에 있는 문구를 최대한 나에게 맞춰서 지원서를 써 내려간다. 처음 직장이 좋지 않으면 다음 직장도 좋은데 가지기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첫 직장만큼은 번듯한 곳을 가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전체 인원도 몇 명 없는 아주 적고 작은 대행사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우편 보내기. 전화받기. 복사하기 정도였다. 그래도 간혹 아이디어 회의에 끼워준다고 하면 신난다고 이것저것 준비해서 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대차게 까이기만 하면 다행. 아이디어를 말할 타이밍도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준비한 시간이 그냥 하늘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던 대행사가 수습기간인 3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망했다.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를 말아먹고 부장이 잠수를 탄 것이다. 때마침 함께 일하던 대리까지 이직을 했다며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오자. 회사도 별 수 없었나 보다. 그렇게 끝나버린 내 첫 번째 직장은 이력서에 한 줄 적기에도 민망할 수준이 되었다. 

친구들은 차라리 그때 인턴을 하지 말고 그냥 토익공부나 더 하지 그랬냐며 핀잔만 주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제는 친구를 만나기보다는 혼자서 잠을 자던가,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는 게 주 일상이 되었다. 


간혹 나오는 TV 뉴스를 보면, 요즘 MZ 세대는 힘들여 취업한 회사도 금세 사직서 내고 퇴사를 하는 게 유행이라는데.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과연 TV 속 그들과 나는 같은 세대를 사는 게 맞는지 궁금하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친구는 요즘 응시생이 많이 줄었는데, 가능성은 있어 보이나 싶어 문자를 했더니 10초도 되지 않아 칼답이 왔다. 이것저것 한풀이를 하면서 결국 결론은 오늘 저녁에 한잔할지 묻는다. 왠지 올해도 이 친구는 떨어질 것 같다.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다시 인터넷을 뒤적뒤적 한다. 나는… 취업에 실패한 취준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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