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숭이같은비버 Jul 26. 2024

2. [외노자 회고록] 대학원으로 갑작스러운 선회

취업을 미루다

학교를 또 다니면서 까지 공부하는 건 죽어도 싫었던 나는 취업을 하고도 대학원을 선택했다. 공부를 더 한다는 것은 끔찍했지만 내 분야에서 일을 잘하고 싶은 생각이 컸었다. 취업이야 언제든 하면 될 거 같고, 내가 당장 회사를 다니면 중간에 그만두고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진행한 외국계 회사의 채용과정에서 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더 받게 되었다. 멘탈적으로 힘든 것도 큰 요인이었다. 마지막 회사의 추가적 면접 진행을 중단했다. 막연히 대학원에 가면 내가 원하는 수업만 듣고 원하는 공부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겨서 이 분야의 공부면 내가 수석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 가지 단점은 내가 합격한 프로그램의 취업 결과가 그리 좋진 않았고, 내가 졸업할 때 내가 원하는 회사에 원하는 직무에 채용공고가 나올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난 이미 취업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학교의 평균적인 취업 결과가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는 내 직무와 내 능력을 보일 수 있는 환경만 보장된다면 대기업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 단점이 걸려서, 잠깐 해외 대학원 설명회를 가서 상담도 받았었는데 뭔가 복잡했고 나는 빠르게 결정을 했어야만 했다.


내가 원하는 공부만 하고 수석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첫 중간고사 때부터 깨졌다. 나의 심각한 착각이었다. 내가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지 내가 열 번을 봐도 모르겠는 개념을 억지로 외우려고 할 때 다른 똑똑한 친구는 그걸 이해하면 당연히 외워지는 거지 왜 굳이 외우려 하냐는 식으로 반문했다. 그리고 사실 처음에는 쉬워서 딴짓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리니 난이도가 산으로 가고 있었다. 중간고사 전날까지 공부가 안되어서 밤을 새우려 하다가 공황장애 증상이 재발했다. 난 꿀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 노력 부족인가 애초에 내 머리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인 건가 아직도 모르겠다. 난 순식간에 수석을 목표로 입학한 학생에서 학점에 연연하지 않는 학생이 되었다.


학점에 연연하지 않게 된 나는 대학원 생활이 생각과는 너무 달랐고 내 멘탈을 복구시키는 힐링하는 기간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여전히 후회까지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하기 나름이라 생각했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특히 대학원에서 알게 된 형들이 있었는데 실무적으로 너무 잘했다. 그냥 대기업 인턴 및 공채만 지원하며 내가 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형들 앞에서는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생각이 들었고 일단 지금 생각해도 이 형들을 만난 거 자체만으로 대학원 간 것이 잘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학점과 상관없이 여름방학이 돼서는 내가 부족했던 과목을 다시 복습했다. 4학년 2학기 때부터 학부 교수님 밑에서 하던 조교 활동도 어찌어찌하다가 그만두게 되었다. 공부에 매진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싶었다.


지금 와서야 그냥 말하지만 당시엔 불평불만을 엄청 많이 했다. 좋은 수업들도 있었지만, 강의력이 부족한 수업도 많았어서 왜 이 돈 내고 학교 다니지 생각해서 학과장과 학과 담당 행정 선생님께 항의 메일도 보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학과장님한테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실무 관련한 동아리도 했었는데 너무 의미없는 이론 위주라 생각해서 중도 탈퇴를 했다. 하여튼 어찌 됐든 학교에선 내가 공부하면 발전의 기회가 있는 거라 불만스러운 점에 대해 굳이 딥하게 고민할 건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계속 내가 이 대학원 온 게 잘한 건가, 어떻게 하면 이 선택을 책임지고 후회가 남지 않는 기간을 만들지 고민이 쌓여나갔다.

작가의 이전글 1. [외노자 회고록] 대학생 인턴 및 취업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