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kyjodi Feb 18. 2024

김치찌개 vs 스파게티

다문화 커뮤니티에서의 해프닝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어. 김치찌개 때문에 죽을 것 같아. (I can’t take this any more. Kimchi stew is killing me).” 

월요일 아침, 첫 손님으로 온 프랑코의 하소연이었다. 이웃인 미세스 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끓이는 김치찌개는 그의 고통의 원천이라고 했다. 프랑코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를 더는 참을 수 없으며, 그 지독한 냄새가 그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파트 사무실에서 미세스 리에게 조리 금지 조치를 내릴 것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동료와 나는 난감했다. 그의 괴로움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우리는 주민에게 음식 조리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 우리는 연방 주택도시개발국 (The Dep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의 핸드북(Handbook)을 보여주며 관련 규정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프랑코는 분노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에 대한 규정이 없을 수가 없다나. 


“내가 이탈리안이라 성질이 좀 있다고. 너희 수퍼바이저와 통화 좀 해야겠어.” 얼굴이 달아 오른 프랑코는 식식대며 사무실을 나갔다. 곧이어 미세스 리가 찾아왔다. 


“김 선생, 나 우리 층에 사는 이태리 남자 때문에 못 살겠어요. 주말에 저녁 준비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온 거예요. 내가 영어가 안되니까, 손으로 코를 틀어막더니 발을 막 구르는 거 있죠. 음식 냄새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앞으로 김치찌개 못 해 먹게 되는 건가요?” 나는 아파트 사무실에서 특정 음식을 조리하지 못하도록 막을 권한이 없기에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말 못 하는 이민자로 살아오며 겪었을 크고 작은 서러움 때문인지 그녀에겐 울분 대신 걱정이 앞섰는지 모르겠다.


사건의 발단이 된 김치 찌개


퇴근 시간 무렵, 수퍼바이저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프랑코에게 임대계약 위반(Lease violation)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첨부 파일을 열어보니 위반서 전문이 들어있었다. 연방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으로 인해서 주민 누구나 음식을 자유롭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프랑코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사무실에 불만 신고를 하기 전, 이웃을 직접 찾아가 항의한 프랑코의 행동 역시 임대 계약 위반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의 마지막에는 “스파게티가 김치찌개 보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아?” 하고 쓰여 있었다. 나는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문화 커뮤니티에서는 문화와 생활 습관의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해프닝이 끊이지 않는다. 민원의 내용도 참으로 다양하다. 음식뿐 아니라 옷차림, 인사법 등등 셀 수 없는 관습과 양식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은 기분이 상하는 모양이다. 모두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미덕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고 이해하면 어떨까. "알게 되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나니!"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문맹, 답답한 노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