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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김인숙 Feb 08. 2020

의미있는 일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이유

좋아하고, 잘 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잘 고려해서 정해보세요.”


진로를 선택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이 이야기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똑같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람과 진로 상담을 하다보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서도 행복해하지 않는 경우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행복하지 않으니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해 성과가 잘 나지 않거나 꾸준히 그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좋아하고, 그 일을 심지어 잘 하는데도 왜 이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수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찾은 결론은 사람마다 행복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동일한 흥미와 강점을 가지고 있어도 일에서 성취를 찾는 사람, 안정감을 찾는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도 지속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 의미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가치관이 뚜렷하면 우선순위 정할 수 있으며, 선택의 순간마다 일관성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나에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브랜딩에서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우연한 기회에 22살부터 기업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잘 못했지만 수차례 강의 경험이 쌓여 꽤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꽤 잘하는 나에게 강사라는 직업은 천직일지도 모른다. 회당 강의료도 낮지 않기에, 꾸준히 노력하면 꽤나 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기업 강의보다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퍼스널 브랜딩 교육을 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서포트해주는 역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다면 강사 활동을 더 열심히 했겠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상대하고 그들을 실질적으로 서포트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특강은 보통 1회성이고, 단 한순간의 강의로 청중에게 영감을 줄 순 있으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 걸리더라도 함께, 같이 크고 싶다.

     

이처럼 가치에 따라 일의 형태도, 만족도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교집합을 찾은 다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하나씩 따져 보아야만 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아,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해내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었는지도 말이다.



물론 나이가 어릴수록, 사회 경험이 적을수록 이 기준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경험이 쌓이며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맛집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새로운 여행지에 가서도 음식점을 고르기가 쉽다. 선호하는 맛집의 기준이 명확할 테니까.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숙소를 고르는 기준도 명확하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때에는 조급해 하지 말고 하나씩 경험해 보며 나의 기준을 정립해 나가면 된다. 미식가가 되는 과정 속에서는 수많은 맛없는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을 것일 테니까. 패션 감각이 좋은 사람은 실패한 옷이 옷장에 쌓여있을 것이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의 화장대 한켠에는 한번 쓰고 더 이상 쓰지 않았던 수많은 립스틱과 아이섀도우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점을 곱씹어보며 나의 기준을 정리해 보되,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면 된다.



핵심가치끊임없이 고민하자.     


 기업의 홈페이지에 가면 첫 페이지 회사소개란에 항상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적혀 있다. 이 세가지를 등대삼아 기업이 나아간다는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미션, 비전, 핵심가치 이 삼박자를 고루 만족시켜야 온전히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한번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수많은 상황에 맞닥들이며 가치관이 변할 수 있다. 항상 자신을 성찰하며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사람이 특별한 일을 계기로 가정이 중요해질 수 있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그 곳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한국에 와서 창업을 한 대표님을 뵌 적이 있다. 본인이 꿈꾸는 삶의 모습이 바뀐 것이다.

 

핵심가치에 대해 처음 고민했던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의 나는 핵심가치가 될 수 있는 수많은 단어가 나열되어 있는 표를 보고 “매력적임, 전문가, 유능함”과 같은 단어를 골랐다. 그 단어들이 눈에서 계속 맴돌았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그것이 곧 유능한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현재도 유효하다. 하지만 몇년 전, 초 다시 핵심가치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달라진 나를 발견했다. 전문가의 삶을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유능하고 영향력이 큰 사람이기 이전에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막연하게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을까, 파워 블로거가 되면 유명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던 활동들이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면서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 나가면서 내가 아니라 상대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그 점이 ‘매력’이라는 단어에서 ‘진심’이라는 단어로 가치를 옮겨가게 한 것 같다.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발전한 것이다. 여전히 ‘매력’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중요하지만 그 매력을 한층 진하게 만들어 줄 ‘진심’이라는 단어를 이제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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