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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든짱 Apr 03. 2020

랜선으로 뒤셀도르프 구경하실래요? ②

뒤셀도르프에 한나절이나 그 이상 머물 수 있다면

지난번 글( https://brunch.co.kr/@eden-ecrit/13)에서 이어집니다.



뒤셀도르프에서 한나절 꽉 채워 보낸다면


한나절이고 반나절이고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해가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을 오롯이 한 도시에 투자할 수 있다면 좀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겨울은 해가 지고 나서도 투자해야 한다. 해가 5시 반이면 떨어지니까..) 이전 글에서 소개한 기본 코스에 다음에 소개할 장소들 중 하나를 취향에 따라 추가해보자.


*교통권

-무조건 24시간권. 

-쾰른 등 NRW주 내의 다른 도시에서 오셨거나, 밤에 넘어가실 거거나, 아침에 와서 밤에 돌아가신다거나 등등이라면 당연히 쇠너탁 티켓이다.



*벤라트성 (Schloss Benrath)

뒤셀도르프 관광지 1선발이라 할 수 있는데 시내에서 거리가 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가야 한다.

18세기 후반에 팔츠의 선제후 카를 테오도어(Karl Theodor)가 여름 별장으로 지었다는 로코코 양식의 궁전.

한인들끼리는 분홍색 궁전이라고 하고, 남편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고 한다.

내부 보호를 위해 가이드를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영어 가이드는 화, 금, 토, 일 12시/수, 목 3시에 있다. 1시간쯤 걸렸고, 2019년에 인당 14유로였다. 올해는 가격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코로나 때문에 예약이 닫혀 있어서.. 가격을 모르겠네요.....

내가 참여했던 때의 경우엔 뒤셀도르프 대학(하인리히하이네 대학교)의 관련 전공 학생이 가이드해주었고,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투어 인원도 6명 정도로 소수여서 둘러보기 좋았다.

성의 건축을 지시한 선제후 부부는 이 성이 지어지는 사이에 별거하게 되어서, 지을 때 궁전의 서쪽은 선제후비의 방, 동쪽은 선제후의 방이라고 이름까지 새겨놓고서는 성이 완성된 뒤에 각자 하루씩 와서 머물렀다 간 게 다라고 한다. 그래서 상태가 좋은 건가 싶기도.. 어디까지 개방하는진 모르겠지만 결혼식 장소로 대여해준다고도 하고, 귀빈이 올 때엔 실제 숙소로도 개방한다고 한다. 이곳에 갈 거면 가이드 투어를 꼭 하길 바랍니다. 금투성이의 화려함은 아니어도 모든 방이 나름대로 양껏 꾸며져 있다.

본성 양 옆은 각각 정원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으로 꾸려져 있고 가이드 투어를 하면 입장료도 포함인데 영어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

성 후원 한편에 프랑스식 정원이 크게 펼쳐져 있고, 반대편 한켠은 또 영국식으로 꾸려져 있다. 이 성의 자리에 원래 다른 성이 있었고 지금의 성을 신축하기 위해 본성은 부쉈지만 그 부속 건물들은 일부 남겨두었는데, 그중 하나가 시립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뒤셀도르프를 운행하는 모든 우반이 경유하는 하인리히하이네 역에서 U71, U83을 타면 30분(Schloss Benrath 역 하차), 중앙역에서 S6, RE1, RE5를 타고 10분 안팎이면(Benrath S 역 하차) 도착한다. 

시내에서 거리가 있기에 동선 짜기가 조금 까다로운데, 12시 투어일 경우 중앙역 근처에서 라멘집이나 중식당에서 끼니를 때운 뒤 S반으로 이동하여 관람하고 정원을 좀 구경하다가 시내로 돌아가자. 정원도 넓고 호수도 넓어서 어차피 다 보기는 힘드니 체력과 남은 시간에 따라 그 구경 시간을 안배하면 되겠다. 가이드 투어까지 다해서 1시간 반~2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다. 우반을 타고 하인리히하이네역으로 가서 메인 일정을 시작하자.

3시 투어할 경우 동선이 좀 까다로워지긴 하지만 나쁘진 않다. 오전부터 점심 때까지 알트슈타트와 쾨니히스알레를 둘러보면서 점심식사를 한 뒤 벤라트성으로 온다. 관람 후 다시 우반을 타고 시내 쪽으로 가 중간의 그라프아돌프플라츠(Graf-Adolf-Platz U)역에서 내린 뒤 706번으로 갈아타거나 걸어서 메디엔하펜쪽으로 가면 된다. 다만 메디엔하펜 지역은 해가 지면 인적이 드물고 조명도 적어서 보기가 아쉬워지니 해가 짧은 때라면 서두르도록 한다.



*카이저스베르트(Kaiserswerth)

처음 뒤셀도르프에 오고서 풍광에 실망하여 신월동 같다고 말하고 다닌 내 눈에(죄송합니다..) 가장 '유럽'스러웠던 장소. 

입독 전, 사실 어쩌다 보니 가장 많은 도시를 들러본 나라가 독일이어서 독일 도시에 대한 기대가 적잖았는데 뒤셀도르프는 아무래도 좀 실망스러웠고, 어학원에서 만난 서양인 친구들과도 낫 댓 뷰리풀 씨티라고 말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관광객에게 독일은 아무래도 바이에른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창연할 고색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데, 이곳만큼은 그런 아쉬움을 완전히 잊게 해주었다.

영국 북부에 있었던 노섬브리아 출신의 수도사 수이트베르트(Suitbert, 한국에 세례명으로 전해지는 이름으론 수이트베르토)가 700년에 수도원을 짓고 말년을 보낸 것이 이 지역의 시작이다. 수도원은 오래지 않아 파괴되었지만, 11세기 초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의 별장 격의 성이 지어지고 성밑 마을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양차 세계 대전 동안 야전병원이 여기에 있었어서인지 전근대적인 마을의 기색이 여즉 남아 있다.

그 천년 전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가 여정 중에 경유했다던 성의 폐허 또한, 폐허라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마을 곳곳의 주요 장소들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지도와 함께 설치돼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을을 거니는 것도 타임슬립한 느낌이 들어 좋았고, 성 뒤편의 라인강은 시내 쪽의 라인강과 완연히 다른 느낌이라 또 나름으로 좋았다. 성과 마을을 다 돌아보는 데에는 넉넉히 잡아 2시간 정도면 된다. 여유가 된다면 역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거리에 자리한 레스토랑들의 노천 좌석에서 맥주 한잔해도 좋을 것이다.

U79를 타면 중앙역에서 20분,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역에서 17분 걸려 가장 가까운 역인 클레멘스플라츠(Klemensplatz)에 도착하며, 알트슈타트에서 이곳까지 평일엔 2번, 주말엔 5번 왕복 운행하는 유람선이 있더라. 편도 15,90유로, 왕복 24,90유로로 1시간쯤 걸리고 배 안에서 모든 음료(알콜/무알콜)를 올 인클루시브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오전에 이곳을 먼저 다녀가거나, 알트슈타트+쾨니히스알레 관광을 마치고 다녀오면 될 것이다.


*미술관 - K20, K21, 쿤스트팔라스트(Kunstpalast)

어느 도시에 가건 미술관을 들러야 하는 사람이라면, 쿤스트아카데미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뒤셀도르프에서 또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저들의 도시가 예술의 도시라는 데 자부심이 있는 뒤셀도르프 사람들에게 백남준의 이름이 그가 쿤스트아카데미에 몸담았었던 덕에 친숙했다. 물론 남준 팩 해선 모른다. 성을 Paik이라고 쓰니까 파익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반대로 우리는 처음에 한국인 아티스트 파익의 작품이 있다 해서 못 알아들었었다. K21에도 있고, 쿤스트팔라스트에도 있다.

가장 만만한 것으로 NRW 주정부의 예술 컬렉션(Kunstsamlung Nordrhein Westfalen)에서 운영하는 K20과 K21이 있다. '예술'을 뜻하는 'Kunst'의 머릿글자를 딴 'K'에, 제가 전문으로 하는 세기인 20 또는 21을 넣은 것이 그 이름이다. 그러니까, NRW컬렉션의 20세기 작품들은 K20에, 21세기 것들은 K21에 전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특별전 역시 이 시대 구분에 맞추어 열리는데, 두 미술관이 같은 재단의 것인 만큼 연합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실제로 2019년 중국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의 특별전이 열렸을 때 K20과 K21에 나뉘어 그의 작품들이 선보여졌었다.

두 미술관을 각각 보면 12유로, 둘 다 본다면 콤비네이션 티켓이 합쳐서 20유로다. K20은 알트슈타트 쪽에, K21은 메디엔하펜에서 가까운 쪽에 있는데, 두 미술관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한 시간에 두어 번 꼴로 있다고 한다. 콤비네이션 티켓의 경우 하루에 다 볼 필요도 없이 2개월 안에만 방문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줄을 나도 이거 쓰면서 알았다.

아무래도 20세기 미술이 친숙하다면 K20을, 미술관의 공간 경험도 중요하다면 K21을 추천한다.


K20 전경.

알트슈타트 내에 있는 K20은 독일에서 예술로 이름 있는 도시의 탑 미술관인 만큼 다양한 특별전이 열리고, 소장 작품들을 그 초청작들과 연계하여 풍부한 감상을 가능케 해준다. 바로 옆의 작은 광장에 제 이름을 남기기까지 한,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교수로 몸담은 적이 있는 파울 클레의 작품들을 사들이면서 NRW 예술 컬렉션이 미술관을 마련한 만큼 그의 작품들도 상당수 볼 수 있고, 근처에서 나고 자라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후학을 양성하기까지 한 뒤셀도르퍼 예술가 요세프 보이스를 비롯하여 피카소, 몬드리안, 워홀 등 유명짜한 20세기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연말연시에는 뭉크 특별전이 열렸고, 뒤이어 피카소 특별전이 열렸는데... 이게 끝나기 전에 코로나가 진정될지 알 수가 없다.

총 3층에다 면적도 넓지 않아 규모가 우리에게 친숙한 유럽의 미술관들에 비하면야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알트슈타트를 관광하는 중에 들르면 좋다.

K20 2층. 특별전 <Mikrogeschichten einer ex-zentrischen Moderne>은 3층에서 시작하여 2층으로 내려가 컬렉션 전시로 끝맺었다.
2019년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졌던 중국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특별전 모습.


K21은 그 건물 자체가 프로이센공국 시절까지 '의사당(Ständehaus)'으로 사용되었고, NRW 주의회가 지금의 건물로 옮기기 전에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건물의 외관은 물론이요, 이를 그대로 살린 내부도 상당히 고풍스럽다. 콘템포러리가 힘든 내게도 K21의 공간경험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외관도 호숫가에 위치한 클래식한 건물이어서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이 호수 이름도 황제의 호수(Kaiserteich)쾨니히스알레에서 메디엔하펜으로 향하는 706번 트람을 타면 이 건물을 바라볼 수 있다. 미술관을 관람하지 못해도 이 수변공원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다. 백남준 작품이 있고, 특별전으로 시작했는데 인기가 좋아서 상설 전시처럼 되어버린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의 설치 '행성 안(In Orbit)'이 이색적이다. 미술관 꼭대기층 허공에 와이어 그물을 설치하고 관객들이 직접 입장할 수 있게 하여 마치 구름 바다나 우주 속을 거니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게 해놓은 작품이다. 혼자 하긴 좀 뻘쭘하니(그래서 난 아직 안해봄) 자녀들과 함께라거나 뻘쭘함을 공유할 동행이 있다면 추천한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루트 중 알트슈타트+쾨니히스알레에서 706번을 타고 메디엔하펜 지역으로 가는 도중에 그라프아돌프플라츠(Graf-Adolf-Platz U)역에서 내리면 된다. 하인리히하이네역에서 아무거나 남쪽으로 가는 거 타고 두 정거장 지나도 같은 역에서 내린다. 지상 4층에 지하 특별전시장까지 하면 총 다섯 층이어서 K20보단 확실히 큰 편이다. 토마스 사라세노 설치 작품까지 체험한다면 넉넉히 3시간을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근데 나처럼 콘템포러리 알못이라면... 1시간 반도 나쁘지 않을 것..

K21 전경. 이해하기 힘들게도 건물을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어 위키피디아에서 퍼왔다. ⓒLeoni1234/Wikimedia 고마워요..
내가 찍은 유일한 사진은 이것뿐.. 이렇게 앞에 호수가 있습니다.
K21 내부의 모습. 건물 자체로 좋은 경험이다. 위의 사람들은 '인 오르빗'을 체험 중인 사람들인데 직립한 듯이 보이니 르네 마그리트 그림같군..
매해 봄에 한달간 쿤스트아카데미 졸업생들 단체전도 열린다.


두 미술관은 너무 새롭고, 내게 미술은 좀 더 클래식한 것인데 싶다면 쿤스트팔라스트(Kunstpalast)가 있다. '예술 궁전'이라 직역할 수 있는 이름대로 보다 고전적인 미술관의 폼을 보인다. 루브르나 우피치를 봤다면 빈약한 컬렉션일지라도 저지대가 가까워서인지 루벤스의 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바로크시대 이후의 북유럽~독일 지방 회화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19, 20세기 독일 회화가 많다. 이 미술관의 시작은 이전 글에서 내가 뒤셀도르프의 세종대왕 같다 소개한 시청 앞에서 말 타고 있는 요한 빌헬름 2세의 컬렉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에 '궁전(Palast)'이 붙은 듯.

매번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갈 때마다 쿤스트아카데미 출신 화가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외에도 특별전 공간이 두 곳이 더 있어서, 한쪽은 미술관 콜렉션과 연계한 회화 특별전, 뭔가 회화가 아닌 특별전이 이어졌다. 후자의 경우 내가 갔을 때 한번은 사진전, 한번은 피에르가르댕 특별전이었다. 

그만큼 특별전이 인상적이어서 성인 기준 콜렉션만 보면 5유로, 특별전 하나 추가하면 10유로, 특별전 다 추가하면 14유로다. 규모가 앞서 소개한 미술관과 비교하여 가장 크기 때문에 특별전과 회화관과 백남준 전시까지 다 보려면 3시간은 잡아야 넉넉하다.

알트슈타트에서 15분쯤 걸어서 가거나, U70, 74, 75, 76, 77번을 타고 하인리히하이네역 하나 다음 정거장인 톤할레/에렌호프(Tonhalle/Ehrenhof)에서 내려서 가면 된다. 뒤셀도르프의 예술의전당인 톤할레를 구경할 수 있으니 동선 효율성이 좋다. 알트슈타트 방문 일정에 끼워서 방문하면 된다. 쾨니히스알레와 메디엔하펜지역을 모두 지나는 706번을 도보 5~10분 거리의 근처 노르트슈트라세(Nordstrasse)역에서 탈 수 있으니 이후 일정에 참고하자.

쿤스트팔라스트 전경. 좌우전면 모두 전시장이다. 전면에는 루벤스 방밖에 없긴 함.. 가운데는 분수. 이때는 아직 날이 온전히 풀리지 않아서 가동을 안했나 봄.
다른 날좋은 날들에 찍은 외모 요모조모. 사진이 다 세로임을 양해해 주세요..
백남준의 작품들.
이런 오래된 그림들도 있어요


*벼룩시장, 트뢰델 운트 안틱마크트(Troedel & Antikmarkt)

토요일에 뒤셀도르프에 머무를 수 있다면 어느 도시에나 다 있는 벼룩시장에 가보는 것도 좋다.

넓은 부지에 가판대가 잔뜩 설치되어 자전거나 시계, 향수 중고품부터 도매로 떼온 듯한 싸구려 옷가지, 핸드폰 케이스 같은 것까지, 마치 한국의 지하상가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많이들 다니는 독일에서는 자전거의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고 벼룩시장은 그 거래장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어서, 한 60, 70유로 정도면 대충 굴러가는 자전거를 득템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럽의 앤틱 시장은 부지 한가운데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규모는 그 유명한 빠리 방브 시장이나 런던의 포토벨로 마켓에 비하면 당연히 작지만, 가구, 쥬얼리, 그릇, LP 등 다양한 종류의 앤틱 제품군이 나름 알차게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요기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있고, 그 한켠에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놓아서 매주 소소한 공연이 펼쳐진다.

토요일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데 위치가 다소 외지기 때문에 오전에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야외 부지에 다양한 푸드트럭들이 오기에 여기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해도 괜찮을 것이다. 내가 갔을 때엔 컵라면 파는 한국인 푸드트럭도 있었다...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역에서 U72를 타고 10분 달려 아헤너플라츠(Aachener Platz)역에서 내린 뒤 도보로 5~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한다.

이 경우 가장 가까운 관광지가 메디엔하펜 지역이기 때문에 지하철역과 반대쪽으로 5~10분정도 걸어가 메로빙거플라츠(Merowingerplatz) 정류장에서 835번을 타고 이전 글에에서 소개한 란트탁/크니브뤼케 역에서 내리면 된다.

별거 없는 간판샷.
이런거 판다.


*저녁식사는?

점심에 독일식을 먹지 않았다면 저녁으로 알트비어 투어를 추천한다. 알트슈타트 안에 대부분의 알트비어 양조장의 펍이 있으니 원하는 대로 투어를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유리게, 슈마허(Schmacher), 큐르처(Kürzer)를 추천한다. 개중에 큐르처가 가장 신생의 브루어리로 현지인들 핫플레이스니 가보면 좋은데, 다른 곳과 달리 레스토랑보다는 펍 느낌이어서 식사를 다른 곳에서 하고 가는 게 낫다. 모든 레스토랑이 야외 입식 테이블을 운영하니 지나가다가 슬쩍 들러서 한잔씩 먹고 나가기에 좋다.

한식이 그립다면 오스트슈트라쎄 쪽에 한식당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포장마차'와 '요기'를 양대산맥으로 꼽는데 포장마차는 돼지껍데기와 전류가 맛있고, 요기는 국물 닭발을 판다. 전자는 요즘 이전한다는 소식이 있어 코로나 이후에 다시 확인해 봐야 한다.. 두 군데 다 인기가 많아서 예약은 필수이며 요기는 점심에도 장사한다. 근처에 '구산'은 우거지갈비탕이 인상적이고, 한국식 고깃집인 '고기마차'도 가격은 한국에 비하면 부담스럽지만 추천할 만하다. 

오스트슈트라세 근처에 슈마허의 지점이 하나 더 있어서 두 가지 양식을 다 즐기고 싶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독일애들이 술 취해서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다면 알트슈타트의 발러만6(Ballermann 6)에 가보자. 포크송으로 미쳐 날뛰는 독일인들을 볼 수 있다..다만 동양인은 거의 오지 않는 곳임에 유의하자.



뒤셀도르프에서 이틀 이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뒤셀도르프 시내에 하루를 온전히 투자할 수 있었고, 혹시 하루 정도 더 남는 경우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한나절' 코너에서 추천한 것들 중 포기했던 것을 실행해도 좋겠지만...


*인젤 홈브로히(Insel Hombroich) + 랑엔파운데이션(Langen Foundation)

두 미술관은 사실 뒤셀도르프에 있는 것은 아니고, 뒤셀도르프에서 라인강 건너면 바로 나오는 도시 노이스(Neuss)에 위치해 있다.

노이스는 지금에 와서는 뒤셀도르프보다 규모로나 사회적 중요도로나 인접 도시의 수준이긴 한데, 사실 뒤셀도르프보다 더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고 한다. 뭐.. 이런 것들은 사실 미술관들에 다니느라고 노이스에 다니면서 짬짬이 알게 된 것이긴 하다.

둘중에 사실 인젤 홈브로이히를 훨씬 더 추천하지만, 랑엔파운데이션과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고 결합 티켓이 있기 때문에 간 김에 한국에도 많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하나 정도 더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987년에 열린 인젤홈브로히 미술관(Museum Insel Hombroich)(독일 위키에서 '홈브로이히' 아니고 '홈브로오히'라고 읽어야 한다고 한다..)는 간단히 말해 엄청 넓은 부지(21헥타르)의 숲 곳곳에 작은 전시장 건물들을 흩뿌려놓은 자연 속의 미술관이다. 그 건물들은 그 자체로 워크인 설치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전시장들은 자연광만을 쓰고 있고, 캡션이 없다. 입장할 때에 팜플렛 하나를 가져갈 수 있는데 그곳에 개략적인 지도가 있고, 해당 건물에 누구의 작품들이 있는지 정도만 있을 뿐이다. 팜플렛이 자코메티 작품이 있다길래 부조들을 살피다 보면 그의 드로잉이 발견되는 식이다. 수풀을 헤매다가 어느 건물엔 들어가면 거대한 회화들이 눈앞에 들어차고, 어느 건물엔 중세 아시아의 석상들이 창 밖 호수를 바라보며 늘어서 있고, 또 어떤 큰 건물엔 남미 전통 직물과 이브클랭의 부조와 19세기부터 콘템포러리까지의 회화가 뒤섞여 전시돼 있다. 세잔의 모토인 '예술은 자연과 평행한다'를 받아들였다는 만큼 모든 작품이 자연 속에서 그 자체로 관객들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이름의 '인젤(Insel)'이 '섬'이란 뜻이어서 적어도 밤섬 같은 것을 기대하고 갔는데 그러지 않았고, 여전히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어원을 찾지 못했다. 혼자서 생각해보기를 조경되지 않은 자연을 헤치고 문자 그대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수풀이 우거져 시야를 가린다) 예술들을 만나기에 그 하나하나가 섬이라는 건가.. 했었는데, 미술관이 조성되기 전부터 이 지역을 '인젤 홈브로히'라 불렀었다는 것 같다.

사실 이 미술관은 단독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이어서 언젠가 글을 새로 글을 써 소개하려고 생각해왔다. 그때까지 공부를 좀 더해야지.. 이번에 독일에 온 이래로 미술관의 경험을 공간 경험이라는 면에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 묘미가 이곳에서 극에 달했다. 그래서 미술에 관심이 크지 않더라도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혼자서 한번, 가족과 한번 갔었고, 엄마와 남편 모두 즐겁게 다녔(던 눈치)다. 한국 다녀갔을 때 예전 사장님을 만나뵈었는데 내가 뒤셀도르프에 있다니 이곳에 다녀갔던 추억을 이야기해주셨다. 갔던 이들 중 만족하지 않는 이가 없어서(표본 4명+내게 소개해준 1명) 되도록이면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저기 묻혀 있는 전시장이 보이시나요...?
수풀을 헤치고 갈 때까지 뭐가 있는지 모른다. 헤매는 시간을 포함시켜야..
식당이 있어서 미술관 부지 내에서 재배한 사과, 직접 만든 쨈, 라드 등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게 해준다. 부지가 넓어 작품만 봐도 힘든데 길도 잘못 들면...

2002년 지어진 랑엔파운데이션(Langen Foundation)은 상공회의소 의장을 지내기도 한 기업가 빅토어 랑엔(Victor Langen) 부부의 콜렉션을 전시할 공간을 안도 타다오에게 의뢰하여 만든 것이다. 내가 갔을 때엔 1층엔 특별전이, 지하엔 컬렉션의 상설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지하 컬렉션이 대부분 랑엔 부부가 일본 여행 다니면서 수집한 것들이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콜렉션이긴 했는데, 별 정보 없이 갔던 내게 지은 사람도 일본인이고 콜렉션도 일본 예술 일색이어서 내가 왜 독일에서...? 라는 느낌을 주었었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20세기 서양 회화 콜렉션도 있고 유럽 외 다른 나라들의 고미술 콜렉션도 있다고 했고(교차 전시를 하는가?), 올 초까지 박서보 특별전이 열리기도 해 다시 가봐야지 했지만.. 미루고 미루다 코로나가 터졌고..

아무튼, 버스에서 내려서 올라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고 건물 자체의 공간 경험도 좋아서 내부에 어떤 것이 전시되더라도 한 번은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랑엔파운데이션 가는 길
랑엔파운데이션 전경. 건물 우측에 보이는 창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캡슐커피 셀프 서비스다.
여기가 지하의 일본 고미술 콜렉션 상설 전시장.


입장료는 인젤홈브로히가 15유로, 랑엔파운데이션이 8유로, 콤비티켓이 20유로다. 관람 시간은 각각 3~4시간/ 1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인젤홈브로히 식당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허기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역에서 S11를 타고 노이스 쥬트(Neuss Süd)역으로 가 877번 버스를 타고 인젤홈브로히이나 그 다음 정류장인 굿 홈브로히(Gut Hombroich)에서 내리면 각각 인젤홈브로히나 랑엔 파운데이션에서 가까운데, 총 40분 정도 걸린다. 랑엔파운데이션은 걷는 시간 최소 10분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내가 검색하는 시간표는 코로나로 인해 조금 다를 수 있으니, 방문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24시간권이나 48시간권을 샀을 경우 다른 도시에까지로 효력을 넓혀주는 추자츠티켓(Zusatzticket, 편도 3,60유로)을 구매하고, 쇠너탁티켓으로 커버 가능하다. 따로 표를 살 경우엔 편도 6유로다.


*공원들 - 빌트파크(Wildpark, 야생 공원), 노르트파크(Nordpark), 쥬트파크(Südpark) 등

여유가 있다면 도시에 조성된 공원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볕 좋은 날이면 빵이랑 후무스, 맥주만 달랑 들고서 돗자리 깔고 시간을 보내면 천국일 텐데, 과연 언제 나갈 수 있을지... 공원들의 특색이 나름 다양하니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도 좋을 것이고, 숙소나 다른 동선에서 가까운 곳을 택해도 좋겠다.


빌트파크(Wildpark)는 영어식으로 '와일드 파크'라고 읽을 수 있는 그대로, 야생동물들을 풀어놓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원을 윤리적인 마음으로 꺼리는 나도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사슴, 너구리, 산양, 멧돼지, 여우 등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으로 많이들 놀러오더라. 피크닉보다는 산책용이다. 공원인 만큼 입장료는 없지만 동물들을 보호하며 방목하는 곳이니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다.

뒤셀도르프 시내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역에서 U73, U83(15분 소요)을 타거나 중앙역에서 709번 트람(20분 소요)을 타고 아우프데어하르트/LVR클리니쿰(Auf der Hardt/LVR-Klinikum)역에서 내리거나, 중앙역에서 738번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게레스하임크랑켄하우스(Gerresheim Krankenhaus) 정류장에서 내린 뒤 1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된다.

빌트파크의 사슴과 너구리들


이름 그대로 북쪽에 있는 공원 노르트파크(Nordpark)는 초록 일색의 다른 공원들과 달리 조경이 잘 꾸며져있는 곳이다. 뒤편에는 일본식 정원도 꾸며져 있고, 아쿠아리움인 아쿠아초(Aquazoo)도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 입구쪽에 있는 카페테리아도 운치가 있다고 하는데, 여기로 소풍 갔을 때 한 학우가 구여친과 데이트하던 곳이라고... 아쿠아초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어린이들이 학습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고, 심해 생물들뿐 아니라 펭귄이나 늪지대의 양서류까지 다루고 있으며, 해양 쓰레기에 관한 경각심도 안겨준다..

U78, U79를 타고 중앙역에서 15분, 하인리히하이네역에서 10분 달려 노르트파크/아쿠아초(Nordpark/Aquazoo)역에서 내리면 공원의 입구가 보인다. 노르트파크나 일본식 정원 모두 입장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다만 아쿠아초만 입장료와 별도의 입장 시간(10-18시)이 있다.

사진이 소풍 갔을 때 찍은 아쿠아초 사진밖에 없다...


남쪽의 공원 쥬트파크(Südpark)는 내가 생각하는 초록 일색의 독일식 공원 그대로다.. 안에 카페와 맥주집도 있고, 한켠에는 커다란 호수도 있어서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다. 그래서 그런지 오리가 많이 보인다. 나무들도 수령이 많아 보이는 것들이 많아서 무더운 여름에 가도 선선한 그늘을 만날 수 있다. 공원 북쪽으로 향하면 소담스럽게 조경해놓은 폴크스가튼(Volksgarten)이 있는데 화려하진 않아도 조형물들과 어우러지게 잘 꾸며놓아서 추천한다. 

공원 내에 그릴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하니 혹시 독일인들의 그릴렌(grillen)을 체험하고 싶다면 마트에서 일회용 그릴(6~8유로선)을 사봐도 괜찮을 것이다. 햇볕 좋아하는 독일인들은 야외 그릴링 또한 사랑해서 바베큐 시즌이면 모든 마트마다 바베큐용 고기 코너가 따로 생기는데, 따로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구울 수 수 있도록 양념하거나 채소들을 곁들여 꼬치에 구워 파는 것들이 있으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공원이 넓은 만큼 가는 방법도 다양하다. 중앙역에서 S1, S6, S68을 타고 한 정거장 다음 역인 뒤셀도르프 폴크스가튼(Düsseldorf Volksgarten)역에서 내려 폴크스가튼 쪽으로 들어가거나, 중앙역에서 U74, U77, U79를 타고 프로빈치알플라츠(Provinzialplatz)역에서 내려(11분 소요) 호수 쪽으로 들어가거나,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에서 U71, U73, U83을 타고 우니베르시티노르트/크리스토프슈트라쎄(University North/Christophstraße)역에서 내려(15분 소요) 가도 된다.

다녔던 학원 근천데 통학길이어서 그런지 사진이 별로 없다..



*폴메르스베르트(Volmerswerth) 강변 

여기는 정말로 유일하게 내가 현지인과 놀러갔던 곳이다... 나의 현지인 지인은 모두 알바하던 가게에서 알게 된 애들이라, 가게 식구들 다같이 피크닉 갔을 때 여기로 갔었다. 그러므로 현지인 추천 스팟 ^^..

라인강변은 라인강변인데 중심지의 잘 정비된 느낌과 달리 그냥 수변 벌판처럼 되어 있어서 바닷가 느낌 내면서 피크닉 즐기기 좋다.

우리뿐 아니라 볕 쐬러 피크닉 나온 현지인들이 꽤 보였는데, 문제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

다들 풀숲에서 대충 피피 마헨(pipi machen.. 쉬야 하다) 했음..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역에서 U72를 타고 10분 달려 아헤너플라츠(Aachener Platz)역에서 726번으로 갈아타 종점인 폴메르스베르터 다이히(Volmerswerther Deich)에서 내리면 된다.




#팁

교통정보는 라인반(Rheinbahn) 앱을 깔아 활용하면 좋다. 실시간 도착 정보가 뜨기 때문에 버스나 우반이 드물게 오는 곳에서라면 유용할 것이다. 공원을 헤매다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가기에도 좋고. 구글맵이 뒤셀도르프에선 실시간 도착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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