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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Nov 16. 2022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하는 모든 것들

그림을 그리다

답답하고 우울하고, 지루하고  마음이 자주 길을 잃을 때 자주 찾던 바로 그 스폿에 카페가 생겼다. 드라이브 삼아 양평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1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 때가 기억난다. 지난해 11월 즈음이었다. 편안하게  살고 있다가도 삶이 잘 흐르지 않아 나 혼자 고립되어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마음의 출구를 찾지 못해 답답함으로 꽉 차 있던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집이 답답하다. 밤새 생각에 휘둘리다 잠에서 깬 것 같다. 지금까지 와 다른 삶을 살려면 장소를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려면 익숙한 생각의 흐름을 멈추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자주 확 트인 강 풍경을 찾는다.

양평으로 이어진 자전거길을 따라 능내역 가기 전 훤하게 펼쳐진 강이 흐르다 넓은 호수처럼 잠시 멈췄다 가는 길이다. 잔잔하고 고요하다. 말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춰준다. 더구나 햇살이 온통 쏟아지는 스폿이라 언제라도 햇살이 반긴다. 가만히 눈을 감고 햇살을 느껴본다. 양 어깨, 등판을 골고루 따뜻하게 덥혀준다.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 스르르 긴장이 풀리고 긴장됐던 온 신경이 느슨해진다.

그 순간 생각이 내려진다.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구나.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들들 볶고 있었어.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카페에서  바로 요 스폿을 정면에서 오래 바라볼 수 있다. 집을 나설 때는 저녁부터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출발했는데 햇살이 너무 따뜻하다. 예전에 눈이 온 날 온 적이 있다. 한 겨울 제법 칼바람이 부는 날인데  겨울 햇살이 따뜻하게 쏟아진다. 한 겨울 한낮에 잔물결 반짝임 윤슬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에게 이곳은 나를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하는 곳'이다. 아무도 없다고 여겨질 때  찾아와 위로받고 평온을 회복하는 나만의 스폿이다. 연락하지 않고 찾아도 늘 반겨주고 따뜻한 햇살을 내어준다.

아무 생각 없이 와 오랜만에 멍 때리는 중이다. 하는 멍, 구람 멍, 햇살 멍, 햇살에 빛나는 잔물결인 윤슬 멍울 한참 바라본다. 하루 종일이라도 멍 때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울컥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꽤 힘들었었지. 강물에 풀어놓고 햇살에 위로받고 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냈었지. 그리곤 혼자 힘으로 잘 사는 것처럼 잘난 척하고 살아왔었지. 1년을 그렇게 살다 다시 와보니 이것은 여전히 햇살이 빛나고 있다. 은빛 멸치 떼처럼 파닥거리는 강물결이 토닥인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인사를 건넨다고맙다. 아 그랬구나. 그날 이후부터 더 잘 살고 싶었구나 나를 위로한 건 건 내가 아니라 능내역 강이었구나.




나를 돌보는 시간의 저자 문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현대인들은 '생산성 강박'과 '효율성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생산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칩니다. 꼭 돈이 되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꼭 누군가보다 잘해야만 의미 있는 일일까요? 당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습니다. 꼭 꾸준히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좋아서 했는데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자신을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  오늘처럼 위로되는 강을 시간를 내 찾아가는 일처럼 소중한 일이 꼬 있을까? 문요한 작가는 이렇게 조언한다. 자신을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세요.  경험을  낭비, 시간 낭비라고 평가절하하고 후회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길 바랍니다. 이제 당신의 인생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기 바랍니다. 그것이 자기 돌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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