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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Nov 09. 2022

자신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일

그림을 그리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보름이 지나고 있다. 두 주가 지나자 브런치 알림에 알람이 울린다. 글 올린 지 보름이 되어가니 글 올려주세요. 당신의 주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글 쓰는 사람이라면 '꾸준함'이 곧 '재능'으로 거듭난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운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그동안 게으름과 마주하려고 하자 '오늘의 블로그 피플' 소개 글에 멋진 할머니 여행가 맑고 맑은 님 블로그 소개가 뜬다. 70세 나이에 전 세계를 두 발로 여행한 경험을 차곡차곡 블로그에 기록해 4권의 여행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꾸준함'이 확실히 '재능'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확실히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자극이 된다. 글쓰기뿐 아니라 여행에 대한 본능도 깨어난다. 70세 할머니가 여행으로 부재중이라면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 여행 블로그 쓸 만큼 많이 여행 다닌 할머니는 돈이 많았겠지. '돈'도 '재능'이라고 말하려고 하니 그보다 '꾸준함'이 먼저라는 결론이 내 생각을 잡는다. 변명하지 말자. 

'꾸준함' 앞에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날마다 쓰는 습관만이 '재능'을 만든다. 

'소설가의 일'을 쓴 작가 김연수는 이렇게 말한다. "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 일뿐이다. 잘 쓴다 못 쓴다도 결국에는 같은 동사이니까,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이다. 성공을 논하려면 줄기차게 실패에 대해서 떠들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못 쓰고 못 쓰고 못 쓰기를 간절하게 원해야만 할 것이다. 



 한, 두 주 꾸준히 글을 올리면 하루 하루해야 할 일을 꽉 채워 마친 듯한 뿌듯함이 생긴다.  글을 쓰고 나서 느끼는 특별한 만족감은 잡생각은 비우고 영혼을 채워준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서양인들이 먹는다는 닭고기 수프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만족을 모르고 바쁘게 달리던 생활에서 다시  돌아와 고요하고 친밀한 시간을 갖는다.  글쓰기는 나에게 영혼의 닭고기 수프 같다.  한데 한 가지를 오래 하면 쉽게 지루한 성격이 문제다. '태도에 관하여' '다정한 구원'을 쓴 임경선 작가는  날마다 다른 카페를 찾아다니며 글을 쓴다. 집에 눌러앉아 칩거하며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그날 기분에 따라, 새로운 환경을 찾아  기분 전환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글 쓰는 실력이야  따라갈 수 없겠지만 임경선 작가의 글 쓰는 습관과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집에 앉아 글을 쓰지 못하는 습관에 대해서 언젠가 탐구해 볼 요량이다. 그리하여 나란 사람은 '꾸준히' 할 수 있지만 '주야장천 꾸준히' 하기는 힘든 사람이다. 태생적으로 우직하고 꾸준한 사람 부류는 아니어서 이런 나의 기질적인 특성을 잘 파악해야 글쓰기의 생산성, 효율성이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날마다 한 가지씩 꾸준히 하는 습관은 성취감 향상에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되도록 거르지 않고 날마다 하는 산책, 헬스클럽에서 하는 운동, 108배, 명상, 책 읽기 등 뭐든 좋다. 요즘 글쓰기 대신 1일 1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는데 글쓰기와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어떻게 다른지 가만 생각해 보니 '생산성 강박'과 '효율성 강박'에 있다. 

글쓰기가 글 쓰는 즐거움과 기쁨이기보다 책 쓰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산성, 효율성 강박'에 사로잡혀 쓰는 즐거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오늘 나를 돌보는 시간'의 저자 문요한은 많은 현대인들이 '생산성, 효율성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고 쓰고 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생산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칩니다. 꼭 돈이 되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꼭 누군가보다 잘해야만 의미 있는 일일까요? 당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습니다. 꼭 꾸준히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좋아서 했는데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뭐든 열심히 해야 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자란 세대이다. 열심히 살지 않고 빈둥거리는 꼴을 보이면 여지없이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386세대이다. 해서 열심히, 꾸준히 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꾸준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기쁨과 즐거움을 빼앗아간다고 뼈저리게 느낀 지난날들이다. 이제 난 돈이 되어야 한다거나, 생산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좋아하는 자체가 생산성이고 효율성이어서 그 자체가 나에게 기쁨인 그런 일을 하고 싶다. 기쁨이 온전히 삶의 목적인 그런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살고 싶다. 블로그, 브런치 글쓰기가 그런 기쁨이면 참 좋겠다. 

문요한 작가는 또 말한다. " 삶에서 가장 큰 낭비는 무엇일까요? 기쁨과 활력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만큼 큰 낭비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신을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하는 그 모든 것을 사랑하세요. 그것이 자기 돌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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