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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지 한 달, 두 건의 칭찬

친절함은 스펙이 될 수 있을까

by 청년백수 방쿤
칭찬 VOC가 들어오면 사내 메신저로 공유를 해 주신다

- 정확히는 5주가 지났습니다. 저번 주에 칭찬 VOC를 한 건 받은데에 이어 이번 주에도 칭찬 VOC가 하나 더 들어 왔습니다. 초심자의 행운 같기도 하고, 제가 그나마 할 수 있는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아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할 수 있는 것 보다는 할 수 없는 것이 더욱 많이 느껴지는 한 달차의 수습 바리스타는 그나마 친절하기라도 해서 다행이구나, 싶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성과를 공유했더니 누군가가 비결을 물었고, 생각해보니 스스로도 그러한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남겨보는 글. 언젠가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지치고 괴로울 즈음 꺼내보며 초심을 잊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해 기록해 봅니다.


- 사실 제게서 나오는 친절과 배려는 모두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시작 됩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받고 싶은 만큼 주기'에서 출발하기 때문 입니다. 물론 딱히 무언가 돌아오지 않는대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무언가 즉시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떤 것을 받고 싶을까? 를 항상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강사로 강의를 할 때에도 동일하게 이어지는 하나의 업무적 스탠스 입니다.


- 제가 운영하는 원데이 클래스는 강의와 실습만으로 구성된 간단한 강의이지만 인당 35,000원의 강의료를 지불하고 듣습니다. 적지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자리에 앉아있는 분들이니 만큼 원하는 바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크고 아름답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러한 니즈를 충분히 만족 시켜왔으나, 여전히 매 번의 강의는 늘 두렵고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부분을 알고 싶어서 오실까? 준비한 과정은 마음에 드실까? 하는 생각이 인당 35,000원의 지출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내가 35,000원을 내고 내 강의를 듣는다면 어느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원할까?'를 항상 고민하게 되고 그에 맞춰 매일 매번 강좌를 조금씩 업데이트 시켜 갑니다.


-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결국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스타벅스에 오는 고객들의 니즈는 다양합니다. 그저 카페인 수혈을 원하는 분들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귀가 전 여유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오시기도 합니다. 설레는 마음의 풋풋한 커플들도 있고, 친구따라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처음 접하는 중장년층 분들도 심심찮게 뵐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고객이 오고가는데, 그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는 마냥 객관적이지는 않습니다.


- 그러나 그 모든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지불하는 것이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비용''시간' 입니다. 그 많은 카페 중 굳이 스타벅스를 선택 함에는 그만한 금전적 지출과 시간 투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커피와 푸드를 즐길 수 있음에도 내 앞에 서서 주문을 하는 고객분에게 저는 무엇을 어떻게 선사해드려야 할까요? 여기에서 다시금 강사로 느꼈던 바를 다시금 떠올립니다.



"내가 고객이라면 지금 어떤 것을 원할까?"



- 최근에 친구분과 함께 와서 쿨라임 피지오를 주문하시는 고객님이 있었습니다. 옆의 친구분이 '그게 뭐에요?' 하고 여쭤보셨고 저는 스타벅스 만의 고유 탄산음료로, 주문 즉시 제조되어 주입되는 탄산으로 스파클링 와인과 비슷한 느낌으로 살아있는 풍미를 즐기실 수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아울러 친구분은 쿨라임 피지오를 드시니, 혹시 궁금하시다면 요즘 잘 나가는 라이트핑크자몽피지오는 어떠시냐고 추천해봤구요. 그분은 그렇게 주문을 하셨고 다행히 만족하신듯 보였습니다.


- 고객의 질문은 니즈로 연결되는 통로입니다. 그저 ChatGPT처럼 답변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귀를 기울여서 적당한 설명과 함께 그러한 호기심에 따른 제안을 던지면 보통은 수긍하면서 만족하시는 편인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타벅스에는 조금만 관점을 바꿔도 연계하여 추천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이 있습니다. 일례로 카페라떼와 플랫화이트가 있겠네요.


약 2만 명에게 노출 되었던 플랫화이트 추천글

- 스타벅스의 카페라떼는 따뜻한 음료 기준으로 숏/톨 사이즈에 에스프레소가 1샷만 들어갑니다. 은은하면서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이지만 몇몇 고객분들은 그러한 맛이 다소 싱겁다고 느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에는 음료의 이름 때문인지 잘 모르는 '플랫 화이트'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숏/톨 기준으로 리스트레토 방식으로 추출된 샷이 두 개나 들어갑니다. 한결 진한 풍미의 샷이 두 개나 들어가니 라떼보다 더욱 깊고 진한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실 수 있죠. 아직 고객 추천을 현장에서 진행해본 적은 없으나, 스레드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린 글에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기존의 라떼가 싱겁다고 느껴지신다면 플랫화이트에 도전해보셔요.




- 이런 점 말고도 실질적으로 써먹을만한 다른 팁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세 가지 정도를 추가로 꼽아볼 수 있는것 같아요. 먼저 '밝은 에너지로 훅 들어가는 환영과 인사' 입니다. 저는 하루 7시간 이상을 강의해도 목이 망가지지 않는 호흡과 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섯 시간 근무 하면서 환영 멘트와 인사를 하는 것 정도는 성대에 기별도 가지 않는 수준.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들어오시는 모든 고객과, 나가는 모든 고객들에게 힘차고 밝게 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눈도 마주치면서 웃어드리고, 체력의 여유가 있고 상대방이 나이가 많으시다면 약간의 목례도 곁들이구요. 이러한 모든 과정이 수고롭지 않고 숨쉬듯이 나올 수 있는건 10년 동안 강의로 다져온 자산인듯 합니다.


- 다른 하나는 '이미 행복한 고객에게 마무리 행복을 선사하기.' 입니다. 스타벅스에 하하 호호 웃으면서 들어오시는 분들의 경우 대개 이미 상당히 행복한 상태입니다. 그 분들의 감정이 스타벅스 안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행복의 길을 이어드리기만 하면 대개 고객 만족도가 당연히 높아집니다. 그들을 맞이하는 환한 미소와 인사, 약간의 스몰톡이나 재미있는 메뉴 추천. 결제 과정에서의 집중도 유지와 영수증을 드릴때 까지 여유롭고 젠틀하게 안내하기. 핸드오프에서 메뉴를 받아 가실 때 다시 한 번 더 밝게 인사하기.


- 마지막으로 이건 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기프티콘 금액 맞춰서 추천해드리기' 입니다. 별건 아니고 금액이 애매하게 남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기프티콘의 경우 우선 60% 이상 사용 후 잔액을 SR카드에 충전하실지 아닐지 여쭤보고 만약 충전을 원치 않고 거의 딱 떨어지게 소진하고 싶어하시는 경우에 머리를 굴려서 상품을 추천해봅니다. 1000원 미만에서는 음료 사이즈업이나 엑스트라 추가를, 1000원에서 2000원 사이 구간에서는 바나나나 너티쿠키, 2000원에서 3000원 사이 구간에서는 하루 한 컵 RED나 돌체핑거초콜렛 등. 미묘한 구간에서 끼워넣으면 금액이 딱 맞거나 불과 몇백원만 더 지불하면 되는 수준으로 끝나는 RTE 상품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2만7천원 정도 되는 금액의 기프티콘을 0원 단위까지 딱 마쳤을때 고객님이랑 거의 하이파이브 할 뻔했습니다. 실제로 고객분들이 남으면 걍 계속 쓸 수 있는줄 알거나, 일부만 써도 되는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프티콘을 가져오시는 고객분들과는 소통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고객과의 소통을 끝나지 않는 고문처럼 이어갈지, 탁구 경기마냥 티키타카 해서 모두의 승리를 이끌어낼지 결정하는건 결국 POS의 역할 입니다.




- 주절주절 써봤지만, 제게 칭찬 VOC를 두 건이나 남겨주신 고객님들의 하루가 조금은 더 행복하셨을듯 해서 저 역시 뿌듯한 마음입니다. 며칠 전에는 BAR에서 음료를 뽑다 말고 머릿 속의 레시피가 하얗게 날아가서 좌절하고 손떨면서 울 뻔 했는데 말이죠. 아직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못하고, 그저 기존에 배운 재주를 갖고 조금 행운이 일찍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제 당연히 메꾸고 채워야 할 부분을 만들어 나가며 탄탄한 지식을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지속적으로 경험하여 큰 성장을 이루는 것이 스타벅스 수습 생활 마무리의 목표 입니다. 글감은 많은데 생각이 나는대로 작성 하다보니 다음은 무슨 이야기를 다루어 볼까요.


어찌되었건, 핸드오프에서 받아 드는 음료 너머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고와 정성이 담겨있다는 것만 여러분이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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