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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플래닛 Dec 12. 2023

기념일에 화가 나는 당신을 위한 처방

하루의 파티 말고, 축제 기간을 즐기자.

바야흐로 연말이다.

크리스마스, 12월 31일, 새해까지 굵직한 기념일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는 선물을 받는 날이었고,

결혼을 하기 전엔 크리스마스는 데이트를 하기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좀 더 가족적인 명절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기념일을 챙기는 것을 잘 못한다. 기념일이 나에겐 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를 써서 즐겁게, 잘 보내야 하는 하루 같달까.

온종일 알차게 즐겁다가 밤에 자려고 누우면 '오늘은 정말 완벽한 하루였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할 것 같은 하루. 그런데, 세상에 그런 하루를 만들기가 쉽던가.


그래서 기념일이면 유독 슬펐고, 우울했고, 화가 났던 기억이 많다.


다른 날이었으면 그럴 일도 아닌 것을 "오늘이 어떤 날인데! 너무해!"를 외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어렸을 땐, 생일날 저녁즈음에 혼이 났던 기억이 꽤 있다.

생일이라는 이유로 너무 들떠서 무리수를 두었던 게지..


이렇게 기념일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한 순간도 부족하지 않은 특별한 하루를 만들기보단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행복했던 그즈음을 만들기로 했다. 하루를 골라잡아 파티를 하기보단 축제기간을 즐기기로 했다.


여러 날 이어지는 축제를 생각해 보면, 내내 재미있는 게스트만 오고, 신나는 이벤트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겹지 않은가.  


올해도 나와 남편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일 하루에 적어도 1개씩은 재미있는 일들을 하기로 했다.


어느 날엔 붕어빵을 구워 먹었다.(우리 집이 붕세권!)

어떤 날엔 캐럴을 들으며 벽트리와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집을 꾸몄다.

또 다른 날엔 마트에서 장을 잔뜩 봐서 티라미수를 만들었다.

혹시나 우리가 심심할까 하늘이 우릴 돕기도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으나 1년 전 우리가 여행지에서 보냈던 엽서가 찾아와서 여행의 추억에 빠졌다.(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영화관에서 사 온 캐러멜 팝콘을 먹으며 미드 모던 팸의 크리스마스 관련 에피소드를 봤다.

(소파 뒤에 걸린 벽 트리 아래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팝콘을 와구와구 먹으며 깔깔 웃는 남편의 모습은 정말 천진난만한 아이 같아 그의 어린 시절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집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꼬치구이바를 오픈했다.

카페에서 서로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일을 하고, 퍼즐게임을 했다.  

오일파스텔로 소소하게 그림을 그렸다.


이런 작은 일들이 모여 생활에서 오는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오늘은 또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고, 우리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 현실의 우리를 도닥여주었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은 지금,

나는 크리스마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나는 '2023 크리스마스 축제'라고 적힌 하나의 보따리에 내가 모은 작은 이벤트들을 예쁘게 담을 것이다. 만약, 크리스마스 당일을 특별하게 보내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축제기간을 떠올리며 올해 크리스마스는 참 행복했었다고 회상할 것이다.


만약 나처럼, 하루의 파티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부담감은 내려놓고,

삶의 축제 기간을 설정해 즐겨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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