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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조 Dec 31. 2021

2021년의 마지막 날.

수많은 변화와 함께 한 한 해.

  어느덧 2021년의 마지막 날이다. 15년 만에 다이어리가 텅텅 빈 한 해였다. 오랜만에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큰 흐름에 의해 둥둥 뜬 채 큰 파도에 휩쓸려 지내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버티기' 위해 온 힘을 다 한 한 해였다.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정월부터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6년 넘게 몸 담았던 첫 직장을 무작정 그만뒀다. 오랜 시간 고민해 왔던 만큼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지만 꽤 무모한 결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때에 무슨 생각으로 다음 직장을 구하지도 않은 채 회사를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언제나처럼 잘 될 거라 생각했겠지. 그래도 이때 그만두고 나와서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게 올 한 해를 버티는데 큰 힘이 되었다.


  생에 첫 차를 구매했다. 이건 꽤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대신 어떤 차를 뽑을지는 오래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조금 무리해서) 중학생 때부터 사겠다 노래 불렀던 아우디로 결정했다. 마음먹고 차를 받는 데까지 딱 1주일 걸렸다. 이름도 붙여줬다, 모카라고. 뚜벅이를 졸업하는 건 매우 큰 변화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삶의 방식이 달라졌다. 사소하게는 약속 장소를 정하는 방법부터 물리적 제약이 있었던 일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아직은 내 차라기보다는 은행 차고, 경제적 부담도 조금 늘긴 했지만,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전국 방방 곡곡 돌아다니지 못했지만, 어째튼 올해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는 모카를 구매한 거다.


  직업이 바뀌었다. 덕업 일체였던 옛 직장과는 결이 많이 다르지만 믿을 만한 리더가 있는 곳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옮겼다. 정말 싹 바뀌었다. 대한민국 대기업에서 외국계 스타트업으로. 전략기획에서 사업개발과 운영총괄로. 심지어 오피스 없이 100% 재택과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덕분에 남의 일일 줄만 알았던 '워케이션'도 할 수 있었다. 아! 이직 기념으로 6년 만에 명함지갑도 바꿨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환경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9년 만에 처음으로 생일파티 없이 보내는 한 해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한 해에 한 번은 해왔던 무비 나잇을 아예 하지 못한 해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모여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던 순간들이 매우 그리운 나날이다.


  건강 상태도 많이 안 좋아졌다. 강제로 집돌이 생활을 하다 보니 체중이 20kg나 늘었다. 안 그래도 심한 과체중이 문제인 사람인데... 인생 최고 몸무게를 경신했다. 살이 더 찔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깜짝 놀라 운동을 시작했건만, 과유불급이라고, 무리한 운동 탓에 오른쪽 어깨의 회전 근개가 세 군데나 파열돼서 운동도 못하고 있다. 하... 한숨이 절로 난다. 진짜, 건강은 꼭 챙겨야지. 


  그래도, 이렇게 수많은 변화 속에서 변치 않는 것들도 있었다. 

  어느 해보다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해였다. 겁이 많은 내가 이러한 변화들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올 수 있었던 건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내년도,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처럼 올해도 사자성어로 한 해를 정리해해볼까 한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올해도 지난해처럼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말 못 할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잘 버텼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뭐든 과한 건 부족한 만 못한 것 같다. 체중도 그렇고, 욕심도 그렇고, 좋은 일도 그렇고, 나쁜 일도 그렇다.
  결핍이 많았던 만큼 바라기만 했던 게 많았던 한 해. 다시 한번 중심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설명하는 사자성어다. 수많은 변화들이 때로는 복으로 때로는 화로 나에게 다가왔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더 귀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잃은 게 있지만 그걸 통해 얻은 것도 있었다. 결국 Let it go, Let it be 하며 긴 호흡으로 보낸 순간순간들이 모여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지금처럼, 조금은 힘을 빼고 긍정적인 말과 태도와 행동을 쌓아가다 보면 다 좋은 인생의 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어차피 인생사 새옹지마니까.


  아무튼 다시 한번 힘들었던 한 해를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들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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