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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Dec 03. 2019

까미노 프랑세스 6

어느 날, 순례자가 되다 -<까미노 바이러스> 연작



3. 론세스 바예스Roncesvalles -> 주비리 Zubiri : 23km, 스페인에서의 첫날


아침 시작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한참 걸어 숲, 산길, 부르게떼 마을을 지나, 목장, 산길을 지나고 또 지나 주비리Zubiri에 오후 3시 반쯤 도착했다.  


 오전에 에스피날Espinal 에서 나의 영원한 에너지 드링크 까페 꼰 레체 Cafe con leche(밀크 커피: 커피믹스와 유사하지만 인공의 맛이 아니라 정말 진한 커피와 우유가 만난 환상의 커피)와 또르따 데 만사나Torta de manzana(사과 파이) , 그리고 케잌 한 조각을 챙겨서 다시 걷기 시작 했다.

린소아인에서 좁은 고갯길을 지나는데 이상한 사람이 중간에 서 있어서 조금 놀랬다.

 

나의 영원한 에너지 드링크 까페 꼰 레체( Cafe con Leche)


아일랜드 출신이자 프랑스 중부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는 곱슬머리의 경쾌한 카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비리로 향했다. 그녀는 어제 론세스 바예스의 알베르게에서 한국 남자가 2층에서 떨어진 장면을 고스란 본 목격자다.  그녀가 ‘괜찮아? ‘ 하고 침대에서 떨어진 한국인에게 물으면서도 걱정스러웠지만 너무 웃겼다고 털어놓았다. 


주비리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큰 돌들이 있고 경사가 있어서 무릎이 급격하게 아파왔다. 

긴 나뭇가지를 주워서 지지대처럼 쓰면서 내려와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주비리에 도착했다.  

공립 알게르게는 멀어서 10유로를 주고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호스피탈레로인 피터 Peter도 순례자인데 경비가 떨어져 사설 알베르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스웨덴 사람이었는데 키가 정말 컸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에  준비해 간 먹물과 화선지에 여승에게서 배워둔 난을 그려주었다. 그리고 한지를 신기해하는 그를 위해 한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지 2장과 먹물을 좀 덜어서 담아 주었다.  


 같은 숙소에 묵은 순례자들과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신나게 웃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가방을 좀 잘 챙겨 메고 가야 할 듯하다.  

걸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등산 가방에는 숨겨진 기능이 많았다. 

허리 받침대, 가슴에 버클 등은 가방을 몸과 일체 시켜주듯이 잘 고정해 주었다. 허리 받침대의 위치도 골반에 잘 걸면 무게 하중이 어깨나 허리에 집중되지 않고 잘 분산시켜주었다. 


그런 중요한 팁들을 걸으면서 알다니!! 

미리 알았으면 피레네를 넘을 때 덜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오늘 내려오는 길에도 얼마나 무릎이 아팠던가? 정말 장비 하나하나에도 만든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내일 빰쁠로나에 도착하면 하루를 더 묵고 나바라대학에 가봐야겠다. 안내책자에서 그러는데 거기 가면 순례자 학위라고 불리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 우니베르시다드 Camino de Santiago de Universidad을 할 수 있는 크리덴셜(산티아고 길에 있는 대학과 관공서, 알베르게 등의 도장을 찍는 다른 종류의 순례자 여권)을 발행해 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차피 산티아고에  짐을 덜기 위해 소포를 부쳐야 하니 영락없이 빰쁠로나에서는 하루를 더 묶고 이 놀라운 산행의 연속에 대한 피로를 좀 풀어줄 테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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