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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Nov 28. 2019

넷플릭스+하이틴+좀비 아포칼립스+청불 액션 = 최애?

본격 덕질 리뷰 <데이브레이크>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구태여 긴 말이 필요 없는 작품. 'Fucking Awesome'이라는 표현 하나면 충분하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데이브레이크>를 하루 만에 몰아보고 나는 느꼈다. 넷플릭스, 하이틴, 너드, 성장물, 청불 액션, 아포칼립스(종말) 조합은 사랑이구나. 이 조합을 사랑하는 독자분들 중에서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단 하나. "뭐하세요? 빨리 <데이브레이크> 안 보시고?". 




각 구역의 세력도 [사진 출처: 넷플릭스]

 <데이브레이크>는 모종의 핵폭발로 어른들은 '굴리'라는 좀비로 변하고 아이들만 살아남는다는 아포칼립스적 상황에서 시작한다. 설정 자체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 직면한 청소년들의 생존기는 많은 영화들 속에서 재현돼왔다.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의 평가가 함의하듯 그와 같은 재현들은 C급 코미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에 반해 <데이브레이크>는 1) 아포칼립스적 상황에 대한 원인 2) 그에 대한 주인공의 사고와 행동 3)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정 수준까지는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C급 코미디와는 차별점을 갖는다. A급을 동경하는 B급이랄까. 결과적으로 <데이브레이크>는 어른들의 욕망으로 도래한 아포칼립스적 상황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지를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극히 우화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건 아이들이 자신들이 처한 아포칼립스적 상황에 책임이 있는 어른들의 욕망을 담습 하며 생존한다는 것이다. 구역별로 세력을 나누고 일부 세력은 약탈은 물론, 심심풀이로 살인마저 저지른다. 잘 알다시피 아포칼립스 이후의 상황을 다룬 영화에서는 자연재해 혹은 좀비 같이 아포칼립스를 야기한 근원보다도 아포칼립스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람들의 잔혹성을 더 공포스럽게 그려내기 마련이다. 마치, <워킹데드>처럼.


<데드풀>을 연상시키는 제4의 벽 허물기 [사진 출처: 넷플릭스]

 굴리 따위는 사실상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인간들 간의 살벌한 혈육판에서 아포칼립스 이전에 킹카도, 운동부도, 너드도 아니었던 조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평범하디 평범한 조쉬가 과연 이 혈육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사실, 이와 같은 설정은 아포칼립스를 가장 평범한 시선에서 견지하고자 하는 보편성 획득의 차원의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  

 물론, 서사의 전개를 위해 조쉬에게 '여자친구 샘 딘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이 부여되기는 한다. 그러나 시청자는 샘 딘이 누군지 당최 알 수 없다. 따라서 잦은 플래시 백(과거 회상)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데 플래시 백이 잦아지면 흐름이나 이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감독은 영리하게도 '제4의 벽 허물기(극 중 인물이 시청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말을 건네는 연출 방식)'기법을 유려하게 잘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조쉬를 비롯한 주연 인물들은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장면 전환을 유도하기도 한다. <데드풀>과 같은 B급 코미디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라 낯설지는 않은데 드라마인 것을 감안해도 이렇게 잦은 빈도로 활용하는 작품은 이례적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5화쯤 봤을 때부터는 안 나오면 섭섭할 정도로 그 방법에 익숙해지기까지 한다.

 

(왼쪽부터) 미스 크럼블, 웨슬리, 앤젤리카, 조쉬 [사진 출처: 넷플릭스]

 감독이 조쉬를 비롯한 주연 인물들의 제4의 벽 허물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쉬는 샘을 구하러 가는 과정에서 괴짜 과학 천재 '앤젤리카'와 사무라이 흉내를 내는 '웨슬리' 그리고 굴리이지만 사람을 먹지 않아 그래도 나름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담임선생 '미스 크럼블'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조쉬만큼이나 아포칼립스적 상황에서 털어놓지 못한 자신만의 사연을 갖고 있다.  

 각자의 사연은 아포칼립스 이전의 상황에서 비롯되는데 이 사연을 통해 우리는 인물들이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방황하고 고민하는 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성인인 미스 크럼블은 다른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으므로 이후의 문단에서 다루겠다). 이야기가 계속되고 현실과 과거가 계속 교차해나갈수록 인물들은 각자의 고민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아낸다. 

 조쉬는 상처 받을 것이 무서워서 소중한 사람들을 밀어냈던 자신의 과오를 비로소 인정하고 바로잡고자 한다. 자신을 쎈 캐릭터로 여기고 무례하게 남들을 대해왔던 엔젤리카는 사실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부모의 자리가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가장 악독한 세력의 수장인 터보와 연인 관계인 웨슬리는 터보의 잔인함에 그를 떠나 조쉬의 곁에서 속죄 수행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속죄를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터보와 결판을 지으려 한다.


충격과 공포의 버 교장 [사진 출처: 넷플릭스]

  이처럼 <데이브레이크>는 조쉬를 주인공으로 차용하고 있지만 에피소드 3~4편을 할애해 아포칼립스를 대하는 다른 인물들의 시선과 사고도 유연하게 이야기 속에 적용한다. 따라서 시청자는 인물 개개인에 대해 더욱 공감하게 되고 그들의 성장은 그럼으로써 설득력을 보장받는다. <데이브레이크>의 핵심은 이와 같이 아포칼립스에 직면한 다양한 인물들의 연대를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공동의 적을 통해 이 연대는 더욱 강화되는데 <데이브레이크>에서 조쉬 기준으로 공동의 적은 총 2명이 등장한다. 첫 번째 적은 앞서 언급했던 터보다. 하지만 터보는 그저 조쉬가 터보 무리와 맞닥뜨렸을 때, 잡히지 않고 도망갔다는 이유만으로 조쉬 무리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메시지적으로는 큰 함의가 없다.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잔인함 혹은, 조쉬가 무리를 이룰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 정도.

  두 번째 적은 미스 크럼블과 마찬가지로 굴리이지만 온전한 사고를 취할 수 있는 (조쉬가 다니던 학교의)'버 교장'이다. 버 교장과 미스 크럼블은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철저하게 대조된다. 버 교장은 아이들을 사냥해서 잡아먹으며 생존해왔으며 터보를 몰아내고 세력을 장악해 로스앤젤레스에 불발한 핵을 폭발시키고 그 황무지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려 한다.


반전의 샘 딘. 그나저나 "follow me" 발음 너무 좋아서 5번 돌려봤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반면에 미스 크럼블은 그 욕구를 참으며 벌레, 동물을 먹으며 생존해왔다. 또한, 조쉬 세력의 급습으로 버 교장의 야욕을 저지하게 됐을 때. 폭파 직전의 핵을 수동 조작해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남아 끝을 맞이하려 한다. 앤젤리카의 말마따나 어른들의 한심한 짓으로 멸망한 세상 속에서 버 교장과 미스 크럼블이 보여준 행동은 보편적이지만 권선징악적이면서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어준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좋은 교육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데 보다 그 범주를 확장시키면 사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데이브레이크>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보여주면서 교육자인 동시에 어른으로 갖춰야 할 '불의에 대처하는 자세', '하 인간으로서의 자아실현'을 거듭 강조한다. 이러한 가치는 극 중 아포칼립스를 야기한 어른들의 욕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해피 엔딩일까? 아니다. 일단은 해피 엔딩이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었다. 적잖이 당황스럽기는 했는데 대놓고 시즌 2 예고하는 격이라 내 입장에서는 일단 만족. 시즌 2 예측을 해보자면 <워킹데드> 시즌 3처럼 상이한 가치관을 지닌 두 집단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터보 세력과 조쉬 세력과의 갈등과는 그 양상이 다를 것이다. 아무쪼록 시즌 2가 빨리 스트리밍 되기를. 시급하다.


*오랜만입니다. 독자 여러분. <데이 브레이크> 리뷰 재밌게 읽으셨나요?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시면 더 좋은 작품과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꼭 보세요. 진짜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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