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혼자 카페에 있는 걸 더 좋아한다. 집은 워낙 편한 공간이라, 몇 분마다 냉장고를 괜히 열어보고, 괜히 침대에 누워보고, 시간을 엉뚱한 곳에 막 써 버린다. 그래서 집 근처에 저렴한 커피숍이 생긴 것은 천만다행이다. 원래는 별다방이 아니어도 웬만한 커피숍의 아메리카노가 4500원이기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비싼 커피숍의 특징이 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20-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것을 깨달은 지는 별로 오래되지 않았는데, 같이 커피숍에 간 친구가 여기는 꼭 청춘들만 모이는 공간같다는 말이 발단이 되었다.
왜 10대는 안보일까? 왜 40대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여기에 없을까? 아니, 왜 여기는 은근슬쩍 우리만의 공간이 된 걸까?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에게 다소 바보 같이 말했다. "할아버지, 왜 근데 할아버지는 커피를 안 좋아해? 내 또래는 커피숍 진짜 자주 가는데". 할아버지가 말했다 "거길 어떻게가 그렇게 비싼 곳을". 내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고, 묘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애써 그럼 내가 쏠게~라고 말하며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색하게 마무리를 했다.
4500원이라는 가격은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20대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나는 커피를 매일 먹는데, 4500원을 30일 동안 먹는다고 계산하면, 13만 5000원이 나온다. 이렇게 일년을 먹으면 무려 162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회사의 한 달 월급 정도다. 회사 앞 스타벅스도 물론 북적거리지만 그만큼 값싼 매머D 커피숍(값싼)도 발 디딜 틈이 없다. 합리적인 회사원들은 이곳을 이용한다. 그들에게도 비싼 커피값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면 10대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가격일까?
커피숍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커피숍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만남이 이뤄지고, 그 안에서 담소가 이뤄지는 따뜻한 곳이다. 이런 수다와 모임의 장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또 커피숍은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기분 좋은 공간이다. 또 집이 아닌 공간,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집을 떠나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지금처럼 추울 때는 공원이나 벤치도 좋은 공간이 못된다.
이런 공간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집 앞 메G 커피에는 누구나 편하게 온다. 2000원이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다. 꽤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스타벅스의 1/2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다면. 10대, 20대, 30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골고루 찾는 편안한 공간이 이 값싼 커피숍이다. 할머니들끼리의 모임도, 앳된 10대들의 수다도 여기서 이뤄지기 쉽다.
가격도 좋지만 이런 포용성 있는 저렴한 커피숍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