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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ve bin Apr 09. 2023

현재지향적 인간

1. 남자와 여자가 서로 친구 사이인데, 이 중 한 사람이 결혼을 하면 결국 그 관계는 끊어지게 될 거고, 그렇기 때문에 결혼 시기가 다가오게 되면 이성 친구를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다. 한마디로 결혼 후에 의미가 없어질 것 같은 이성에게 쓰는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깝다는 주장이었다. 행동력 빠른 이 친구는 벌써 실행을 하고 있었다. 이성 친구의 연락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않고, 이 시간에 평생 갈 확률이 훨씬 높은 동성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했다.


2. 20살 초반의 아는 남자 동생이 있는데, 나에게 이런 고민 상담을 하였다. 여자친구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어서 이제 4년 차 커플이 되었는데, 요즘에 이런 생각이 든댄다. 과연 지금의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할 수 있을까, 회의감과 불안감이 함께 들면서 생각이 많아진댄다.


얘기를 들으면서 20살 초반에 했던 나의 첫 연애가 생각났다.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한 10년쯤 만나는 게 가능할까?라는 미래 중심적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있는 관계들이 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듯한 경험을 할 것 같다. 생각도 굉장히 많아지고 아주 괜찮았던 관계에 자꾸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한다.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다소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생각은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진심을 다했던 관계가 진심까진 다 하지 않는 관계가 되고,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온 사람은 표정과 행동에까지 이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 조금 세심한 상대라면 그런 것들을 알아채고, 갈등이 일어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미래를 생각해서 느꼈던 불안함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뒤의 두 이야기는 모두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생각인 듯하다. 실속 있고 현실적, 솔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미래 지향적이라는 관형사는 멋있고 진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적어도 관계라는 측면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안 멋있고 안 진보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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