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해외 출산

네에? 자연 분만을 하라고요?

by 마리롱

쌍둥이 임신으로 배가 잔뜩 불러 스페인에 도착했고, 오라는 정기 검진에 빠지지 않고 잘 갔다. 예약은 미리 해야 하고 임신 후기에는 2주에 한번 정도 병원에 방문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초음파를 보는 선생님을 따로 만난다. 우와!!! 배 엄청 크다. (Qué grande = so big) 라며 한번 놀라고, 초음파를 보면서 아기들 머리 둘레가 큰 편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 말해줄 시기가 된 것 같은데 아무도 내게 수술 날짜를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정상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스페인에서는 쌍둥이어도 아기 위치만 괜찮다면 자연 분만을 권유한다고 한다. 쌍둥이 임신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자연 분만. 자연분만이라니.... 말문이 막혔다. 나와 신랑은 수술로 아이들을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계획된 수술이라면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연 분만을 시도하다 혹시라도 모를 응급 사태가 생기면? 안타깝게도 그런 사태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스페인어 실력이 없다.


수술 날짜를 잡아달라고 요청하니, 아이들의 위치가 좋다며 계속해서 자연 분만을 권유했지만 (아니, 언제는 머리 크다고 놀라시더니?) 흔들리지 않고 이미 수술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또 하나의 관건이 있었다. 수술 날짜는 38주 0일에 잡아준다는 것이다. 물론 주위에 40주 다 돼서 수술한 케이스도 봤지만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때는 보통 37주쯤에는 수술을 해준다고 들어서 괜히 걱정이 되었다. 수술 날짜 전에 진통이 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그러면 응급 수술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기들아.. 부디 38주 까지 나올 생각 말고 건강하고 재미있게 있어 달라고. 안에서 잘 놀고 있으면 약속한 날에 잘 꺼내 주겠다고.


수술 전날 미리 병원에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고 수술 바로 당일 아침에 갔다. 전날 밤부터 금식, 오전 9시에 도착, 잠시 대기 후에 9시 30분경 수술 준비 장소로 들어갔고, 태동 검사 등등을 마쳤다. 정기 검진 때도 만났던 선생님이 들어오신다고 하셨는데, 그 선생님이 어려 보이시는 데다 조금 무섭게 생긴 타투도 있으셔서. 설마 이 선생님만 들어오지 않겠지 하는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수술 실에는 10명 정도의 스텝이 대기하고 있어 아이를 낳을 때 뭔가 안심이 됐다. 제일 고마웠던 건 마취과 선생님. 사실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좋은 생각만 하라고 다 잘하고 있고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할 거라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다고 안심시켜주셨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신랑이 들어왔고 11시 50분에 첫째 11시 52분에 둘째가 태어났다.


하반신 마취만 한 터라 뭔가 온몸이 아픈 느낌이 드는 거다. 다들 옆에서는 아플 리가 없다고 했지만 두려움 탓인지 너무 아프다고 얼른 진통제를 달라고 소리쳤다. 아는 단어라고야... 페인 킬러!!!!!!!!!!!!!!!!!!!!!!!!!!!!!!! 를 반복해서 소리쳤고 나를 안심시켜주셨던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강력한 진통제를 주셨다. 가방 형태로 되어 입원 기간 내내 달고 다닐 수 있었다. 회복실로 돌아와서 조금 잤나 보다. 내 담당 산파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셔서 바로 둘을 침대에 내 품에 안겨 주셨다. 그리고 바로 젖을 물리란다. 오... 스파르타식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같이 셋이 침대에 누운 상태로 병실로 옮겨졌다. 신랑이 한 명은 안고 가겠다고 하니 안된단다. 엄마랑 그렇게 같이 가야 한다고. 그때부터 진짜 육아가 시작되었다.


스페인에서는 모자동실이 기본 원칙이다. 제왕 절개 수술한 당일 저녁부터 물이나 음료도 마시게 하고 걷기도 한다. 저녁 시간쯤 두 분의 간호사가 와서 내가 걸을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켜주신다. 처음엔 침대에 앉아보기 그리고 두 번째는 병실 안에 있는 1인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기 그때 소변줄도 빼주신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도 보라고. 이렇게 병원에서 3박 4일을 지냈다. 이 4일이 내가 세상에서 태어나서 몸이 제일 힘들었던 4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타지에서 무사히 우리 아기 둘을 낳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이고 보통의 아기들보다는 작게 태어났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무사히 엄마 아빠와 같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렇게 태어난 우리 집 1호와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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