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잘 쉬고 있는 임산부일 뿐인데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이런 날 필요한 것은 뭐다? 외식. 그렇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신랑이 핀쵸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핀쵸? (Pincho라고도 쓰거나 Pintxos라고 쓴다) 처음 들어본 거라 뭔지 몰라서 묻는다. 맛있는 거냐고. 그냥 빵 조각에 요리 올려주는 거야 라는데 내가 좋아할 것 같단다. 아니 설명은 너무 맛없게 느껴지는데? 빵조각에 뭐 몇 개 올려주는 거라니. 결론부터 말하면 그 설명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설명이 있을 것 같다. 되게 맛있는 요리를 조금씩 이것저것 많이 먹어볼 수 있는 것!? 휴.. 나도 설명을 잘 못하는군. 그렇지만 나에게는 이 이유로 핀쵸가 너무 매력적이다!
아주 오래전 스페인에서는 와인 잔에 파리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빵을 살짝 덮어주었다고 한다. 와인잔에는 뚜껑이 없으니까! 그래서 와인 한잔을 사마셔도 빵 한 조각을 주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바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빵 한 조각에 작은 안주 거리를 올려주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북쪽에서는 작은 빵 한 조각이라도 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많아 빵조각 위에 올릴 음식도 자연스럽게 발달했다고. 핀쵸는 꼬치 요리다. 음식을 빵조각에 고정시키기 위해 이쑤시개를 쓴다. 다 먹은 핀쵸 수를 세기 위해 꼬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곳은 쓰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핀쵸라 부른다.
동네에 있는 핀쵸 집에 갔다. 핀쵸 집은 보통 바 형태이다. 바에 가서 주문을 하고 쇼윈도에 진열된 핀쵸를 고르고 음료와 함께 자기 자리로 가져온다. 우리가 간 동네 핀쵸 집은 하이체어만 있는 곳은 아니고 테이블 좌석도 있고 야외 좌석도 있어서 나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이 핀쵸 집은 자리에 앉아서 주문도 가능하다! 여타 레스토랑이랑 다를 바 없다. 핀쵸는 따뜻한 핀쵸와 차가운 핀쵸로 나누어졌는데, 차가운 핀쵸는 미리 만들어둔 것이고 따뜻한 것은 곧바로 조리해서 나온다고 하니 안 시켜볼 수가 없다.
바로 만들어서 가져다주니 뜨끈뜨끈해서 더 맛있는 핀쵸, 하아! 이런 거라고 왜 미리 안 해줬어? 안심 구이도 맛있고 그 위에 올린 짭짤한 치즈도 너무 맛있고 아래 깔아 둔 확 구워서 껍질을 벗겨낸 빨간 파프리카와 먹으니 느끼하지도 않다. 대구구이에 크리미 한 소스를 얹고 파채 튀김까지 올려주니 이건 뭐 정말 단순히 동네 식당에서 먹는 것 같지 않고 캐주얼 하지만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다. 오동통한 새우에 베이컨을 돌돌 말아 아스파라거스와 꼬치로 만들어서 달콤한 양념을 발라 구워낸 이것은.... 나의 원픽. 이렇게 맛있으면 반칙. 한 개 더 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니 버거는 캐러멜 라이즈 한 양파가 안에 들어있어 한입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실패 확률이 없는 메뉴랄까. 그리고 문어? 여긴 스페인이다. 문어는 먹는 게 남는 것.
여긴 바로 단골 예약이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으면 한두 개만 시켜 먹어도 되고. 대식가는 여러 개 먹고. 주말 점심에는 맥주 마시는 부모님들과 콜라 먹는 꼬마들이 가득한 곳. 엄마 아빠도 아이들도 즐거워 보인다. 둘이서 가도 이것저것 다 먹고 싶은 나에게 딱인 공간. 주중 누워 있는 시간 자꾸만 생각나서 또 갔다. 메뉴를 다 먹어볼 셈이다. 배가 너무 고파서 기다리는 게 힘들어 차가운 핀쵸도 먹어봤다. 오! 이것도 맛있다. 옆 사람들이 많이 시키던 메추리알 프라이가 올라간 핀쵸가 궁금했는데, 정체는 바로 모르씨 야(스페인식 순대)였다. 순대 맛을 기대하고 먹었는데, 카레맛이 나서 당황했다. 그래도 깊은 맛이 있다.
스페인 순대 모르씨야 핀쵸와 새우와 게맛살 핀쵸
아니. 동네 핀쵸 집도 이렇게 맛있는데, 시내의 유명 핀쵸 집을 가거나 또 핀쵸가 탄생했다는 산세바스티안(스페인 북부의 도시)에 가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갑자기 상상해보니 너무 두근두근 설렜다. 스페인에 사는 동안 산세바스티안에 가서 핀쵸 먹기는 꼭꼭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핀쵸를 처음 들었을 때 시큰둥했던 것이 갑자기 민망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줄 알았더라면 ~~~~ 진작에 좋아했을 텐데!